[뉴스핌=우동환기자] 최근 채권 시장 일각에서 미국의 '트리플에이(AAA)' 최상위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채권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의 격차를 보여주는 수익률곡선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부채를 축소하려는 확실한 계획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특히 미국의 주요 거시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차후 금리인상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국채 수익률이 단기 국채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있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프리야 미스라 수석 전략가는 최근 미국의 수익률곡선에 대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거시지표와 개선과 금리인상 전망이 강해지는 시점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계심과 함께 국가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에 대한 잠재적인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연준의 정책에 민감한 단기물 수익률이 장기물보다 빠르게 상승하며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양상(flattening)'을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초 2.13% 수준이었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금요일 2.79%까지 상승하는 등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며 기울기가 오히려 '가팔라지는 양상(steepening)'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채 수익률곡선의 '스티프닝'은 주로 신용등급 리스크와 연계되어 있으며, 과거 1998년에 일본은 비슷한 상황에서 무디스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을 강등당한 바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당시 일본은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개월간 0.45%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수익률 커브는 0.4%포인트 가량 벌어진 바 있다.
프리야 미스라 전략가는 미국의 국채 수익률곡선이 한층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미국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들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부채의 50%는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시장에 좋지 않은 조짐이 보인다면 미국 자산을 빠르게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무디스 측은 이같은 등급 조정 가능성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디스의 리차드 캔터 수석은 "미국과 같은 나라의 경우 신용등급 리스크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장기 금리 오름세를 거의 설명할 수 없는 변수"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게다가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 리스크는 종종 수익률곡선의 '스티프닝'보다는 '플래트닝' 양상에 좀 더 관련된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피치와 같은 다른 국제신용평가사는 이 문제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다만 무디스 등은 앞서 미국이 현 부채 수준을 감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향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는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다른 채권전문가들은 수익률곡선의 이상 현상은 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단기 국채 금리가 연동된 반면 장기국채 수익률은 좀 더 자유롭게 변화될 수 있고, 최근 미국 경제지표 개선이 장기금리 상승세를 유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연초에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이 움직일 조짐이 있다는 점도 장기 재무증권 매수 의욕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SEI이 션 심코 전략가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의 몇 가지 요인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나아가 등급이 강등되더라도 디폴트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요하다면 적자국채를 중앙은행이 사서 채워주는 '채무의 화폐화'도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입찰시 외국인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등급 강등 위험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스왑스프레드 축소 역시 불길하게 보고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여전히 디폴트 위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앞서 미스라 전략가는 5년~10년 중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모기지금리를 6.5~7%선까지 끌어올린다면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붕괴되면서 위기가 올 수 있으며, 이 경우 디폴트 사태를 원치 않는 연준이 다시 나서 채권을 매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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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