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이 내년 사업 및 투자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럼 오너들이 밀어주는 내년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사 회장들은 연말을 경영구상으로 차분하게 보내고 있다. 올해 유독 부침이 심했던 탓에 내년 농사 계획을 구상하기 위해서다.
단적으로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불황이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해외시장에서 돋보이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반면, 미래 사업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던 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은 내년 투자에 따라 향후 10년 간의 기업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이건희 회장, 신수종 사업 의지
현재 내년 사업계획에서 신수종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재계 1위의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신수종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최근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전략기획실을 폐지한 이후 약 2년 반만에 부활시킨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향후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의 신수종 사업 진출 의지에 발 맞춰 내년 삼성그룹 신수종사업 진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미래전략실은 최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집중 발굴 육성, ▲글로벌 인재 확보,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구축 등의 내용이 담긴 10대 중점과제를 각 계열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현재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의료기기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초음파 진단기 업체 메디슨 및 협력사 프로슨 등을 인수하면서 헬스케어사업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기존제품의 성능과 정확도를 모두 갖추면서도 크기와 가격은 10분의1 수준으로 대폭 낮춘 혈액검사기를 선보인 바 있다.
◆ 정몽구 회장, 글로벌&친환경 초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내년 자동차 시장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글로벌 현지화와 친환경차 개발, 품질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현지화를 위한 발판은 이미 완성 단계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현대차 현지공장을 준공했고, 브라질 공장 착공도 이르면 1월 초순께 가능하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미국, 중국, 인도, 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친환경차 부분도 향후 먹을 거리를 위해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핵심 부품과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사들과 2013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2조 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밖에 정 회장의 숙원이던 제철 사업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제2고로를 완공하면서 철근, H형강 등 건자재 중심의 일반 봉형강류, 철광석을 원료로 생산하는 자동차강판, 조선용 후판 등의 고급 판재류까지 모두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종합철강회사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 고로 현장을 찾아 직원을 격려할 정도로 현대제철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대제철 제2고로 화입식에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자원순환 구조의 출발점에 있는 회사로서 향후 철강 소재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철강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 최태원 회장, 2차전지 본궤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애착을 보여 온 중국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 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올해 SK차이나를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터전을 닦아왔다.
SK차이나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만든 독립적인 전진 기지의 성격이 짙다. 현재 SK차이나는 환경, 전기차, 모바일 사업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업계의 기대도 크다.
특히 최 회장이 직접 챙겨온 2차전지 분야의 성과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녹색분과 회의의 의장을 맡을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 회장이 "분리막은 SK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SK의 대표 기술"이라고 자랑했을 정도다.
현재 SK에너지의 2차전지는 국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상태지만 2005년 리튬전지용 분리막(LiBS·Lithium Ion Battery Separator)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등 부품 소재부터 최종제품 생산까지 생산 전반에 걸친 기술을 갖추고 있다.
현재 청주의 3개 라인에서 생산 중이며, 충북 증평의 4∼7호 라인이 2012년 완공되면 연 생산량이 현재의 3배인 1억 7800만㎡로 늘어난다.
◆ 구본무 회장, 주력사업 대폭 투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내년 창사이래 최대인 21조원 투자해 주력사업 가치 향상 및 신성장동력 육성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계획에서는 구 회장의 LG전자 사랑이 고스란히 엿보였다는 평가다.
그는 내년 초 21조원의 사상 최대 투자를 확정지었는데, 이 중 전자부문에 투자되는 비율은 약 14조 20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올해 유독 부침을 겪은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휴대폰 사업 등의 부진으로 지난 2/4분기 휴대폰부문 적자를 내기까지 해쓸 정도다.
단적으로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사퇴하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새로 취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선을 새로한 만큼 향후 LG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TV 등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태양전지 및 LED, LED 웨이퍼, AMOLED 등을 신성장사업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미 LG전자는 전세계 최초 듀얼코어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옵티머스 2X' 출시를 예고하며 업계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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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