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기자] 2011년에는 세계경제 통치성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하자 기존의 주요 7개 선진국+1, 즉 G8의 역할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 연관성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선진국의 심장부에서 위기가 발생한 뒤 위기의 전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또한 선진국 만으로는 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에 한계가 노정되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실체는 있지만 경제적 통치성은 확립되지 못했다.
나아가 선진국의 강력한 구제금융과 통화정책 실탄이 소모되자 그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다. 미국 재정 여력은 점차 고갈되고 있고 연방준비제도가 쓸 수 있는 금리인하 실탄이 바닥났다.
이 과정에서 주요 20개국(G20)이 활용된다. 이른바 '플랜B'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전 세계 GDP의 2%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부양책이 결의되고 상호 정책평가가 제안되는 등 글로벌 경제 통치성이 희미하게 발현된 것이다.
워싱턴에서 피츠버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토론토 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빛을 보지 못했다가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환점이 형성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화려하게 부상하면서 글로벌 경제 통치성의 기치를 들고 나섰다.
◆ 서울 G20: 턴어라운드
백호의 해 2010년은 글로벌 금융 경제 위기가 발생한 이후 2년이 지난 해로, 이른바 '턴어라운드'를 이룬 해로 평가된다. 2011년은 방향을 튼 경제와 금융시장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전환은 G20을 중심으로 한 공세적인 재정 부양정책과 강력한 통화 완화정책 그리고 나아가 유동성 투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IMF 총재는 "위기에 대응해 시장 만능 혹은 시장 중심 정책에서 규제와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지언 정책을 중심이 이동하는 예상치 않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글로벌 경제 통치성(governance) 문제가 화도가 되면서 세계는 또다른 '턴어라운드'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치른 G20 정상회의는 이 같은 전환을 상징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의 목표를 상정한다든가 상호 재정정책 등 경제정책 평가 필요성 제기 그리고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라는 공동의 정책 제안 등이 그런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서울 G20을 계기로 2011년 세계경제는 '금융시스템 규제'와 '거시건전성 규제'를 통해 각각 부실해지거나 취약한 시스템에 면역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리밸런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기초를 확립했다고 판단된다.
IMF는 "추가적인 완화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또 여기서 기대할 것도 많지 않다"면서도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거품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으며, 지금은 금리인상과 같은 대응보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 투자자들의 과열을 사전에 예방하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통해 위험에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개방과 개혁을 기치에 걸었던 IMF의 '워싱턴 컨센서스'는 합리적 기대가설에 기반한 시장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물론 전환점을 지났다고 해서 경제와 금융시장 그리고 통치성 문제가 곧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게 보아 그 동안 글로벌 정책적 부양 및 지원 효과는 점차 회수되는 것이 불가피하고, 경제적 통치성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 사태나 한반도 긴장사태를 둘러싼 대립으로 볼 때 아직 요원해 보인다.
◆ 글로벌 경제·정치적 위혐요인
주요 기관들은 내년 세계경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워낙 위험요인들이 많고, 또 절대적인 위험이 아니라고 해도 그 속에 예측하기 힘든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경제적 위험 요인은 바로 달러화의 가치와 연동된 국제 상품가격 급등 혹은 급락 가능성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기고 국제 금 시세도 140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상품 가격 상승세가 거침없이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품가격 상승은 이미 내년 세계경제의 중요한 변수로 매김되고 있다.
하지만 상품시장의 투기적 성격을 감안할 때 예상과 달리 큰 폭의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달러화 가치가 중장기적으로는 하락 방향이라고 해도 단기적으로는 위험 발생시 안전도피처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QE2) 정책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상품가격이 급등할 경우 회복이 질식될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신흥국의 인플레 부담을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위험요인이다.
재정 부양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연준의 추가 완화시도가 불발로 그치게 될 경우 버냉키 으장은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의 채무 위기와 나아가 유로존 중심국과 주변국의 분열 혹은 유럽통화동맹의 붕괴 가능성도 주목되는 변수지만, 이미 위험요소로는 많이 노출되고 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요인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위험회피 양상을 강화시키면서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지방 및 주정부 재정부담과 이에 따른 지방채 시장의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도 주목되는 위험요인이다. 만약 이들 지방정부가 긴축정책을 구사한다면 고용시장이나 민간수요가 회복되는 것은 더욱 요원해진다.
한편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 외에 미국 대선 주기 도래, 이스라엘과 이란 대결, 유로존 위기과 정치적 역화, 중국와 북한의 지도부 교체, 바이러스 공격이나 위키리크스 폭로 사태 등의 위험 요인들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초 방미에 오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몸짓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그의 태도가 2011년 글로벌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반도는 북한의 행보에 따라 2010년에 비해 좀 더 국지적 위기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전쟁으로 확산이 될 위험도, 북한의 붕괴 가능성도 모두 존재하는데, 어느 쪽이든 그 인적, 경제적 충격은 막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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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