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월스트리트의 최고 수준 은행가들은 크리스마스면 개인용 제트비행기에 가족들을 싣고 카리브해의 섬이나 콜로라도의 스키장으로 휴가를 떠났다.
하지만 올해 연말 휴가 시즌에 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트비행기도 공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인당 30만원 정도 하는 기내식도 먹지 않고 스스로 도시락을 싸온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블루스타 제트기의 리키 시토머 최고경영자(CEO)는 "점심을 따로 준비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여전히 럭셔리한 여행을 원하지만 최대한 절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긴축은 월스트리트에서는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하고, 특히 수십만 달러의 연말 보너스는 생활 필수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 위기에 따른 월스트리트의 보너스 급감 사태로 이들은 연말쇼핑 예산을 줄여야 하게 됐다.
항상 12월은 금융인들의 쇼핑으로 붐볐지만 올해는 보석이나 스포츠카, 요트 대여점들은 연말 경기가 실종됐다고 볼멘소리다.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로터스 등의 고급 자동차를 판매하는 맨해튼 모터카스의 제프 드라진 딜러는 과거 2007년과 지난해 까지만해도 경기가 좋았다며, 이때쯤이면 금융인들이 몰려들었으나 올해는 대단히 조용하다고 말했다.
일부 소매은행과 헤지펀드, 사모투자펀드 등의 종사자들은 보너스가 인상됐지만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두 자릿수 가깝게 보너스가 하락했다.
올해 인력 컨설팅업체인 옵션그룹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보너스는 올해 22%~28% 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주된 요인은 지난해 월스트리트 금융권 보너스에 대한 공공의 반감과 함께 금융업계에 대한 규제 및 정밀조사 등의 불확실성, 그리고 금융시장의 약세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JP모간 등의 임직원은 보너스 총액이 10%~25% 줄어든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금융사 자기계정 거래 부문의 경우는 보너스 하락률이 50% 가까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보너스 규모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보너스를 지급하는 내년 초가 되어야 알 수 있지만 금융업계 고위급 인사들은 많은 직원들이 실망할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한 직원은 동료로부터 약 2주 전 급여관련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마치 트럭에 치인 거 같은 표정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금융권 보너스가 줄어들게 된 또다른 이유는 현금 지급을 줄이도록 한 새로운 보수규정 때문이다.
규제당국과 주주들은 은행권의 보수를 단기 실적이 아닌 중장기 실적과 연계하도록 했다.
그 결과 보너스의 50%를 현금으로 받았던 일부 은행사 직원들은 올해부터는 20%만 현금으로 손에 쥐게될 전망이다. 나머지는 보호예수된 주식으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전히 월스트리트 은행권의 보너스 수준은 적지 않은 편이다.
WSJ의 조사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30여개 대형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총 보수는 14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경우만 해도 이미 130억달러를 올해들어 지난 9월말까지 지급했다.
이는 지난 해보다 20% 삭감된 수준이나 직원 1인당 평균 보너스액은 36만70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옵션그룹의 마이클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솔직히 말해서 이들에게는 올해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 과도한 쇼핑이나 파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요트 대여업체인 버지스의 조나단 베케트 대표 역시 월스트리트 금융업계 인사들의 발이 끊기면서 캐리브 해 등으로 항해하는 요트의 렌탈 수요가 부진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20%가까이 가격이 디스카운트된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값싼 것만을 원하고 일정도 단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케트 대표는 예전같으면 언제까지 어디로 배를 대령해 놓으라고 전화가 왔으나 지금은 어디가 가장 요금이 싼지 묻는다고 말했다.
맨해튼 중심부의 최고급 보석상인 웸피의 경우도 현재 주요 고객은 월스트리트 금융업계 사람들이 아닌 중국과 브라질의 부유층들이 차지하고 있다.
웸피 미국 사업부문의 루디거 알베르스 대표는 "월스트리트 금융권의 소비는 완전히 줄어들었다"며 "그들은 지붕을 고치거나 자녀들의 학교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월스트리트의 금융권 종사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된 자금이 주로 이동했던 곳은 부동산이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형 주택도 인기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들이 선호하는 주택의 넓이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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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