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기자] 건설업계가 건설경기 불황 타개를 위해 주택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추진하는 주택사업도 양극화현상이 뚜렷하다.
대형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사업 수주는 검찰까지 개입하는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반면 중소형 건설사들이 중심이 되는 택지지구 사업은 대부분의 분양 일정이 미뤄질 정도로 조용한 상태다.
택지지구 분양이 건설사들에게 기피 대상이 된 이유는 분양 리스크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 대도시에서 주로 추진되는 정비사업의 경우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이 조합원 분양 물량이라 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일반분양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이뤄진다. 하지만 택지지구의 경우 전체 공급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라 조기 분양은 커녕 준공 후 미분양을 우려해야할 처지에 놓여있어 업체들의 기피기 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과거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개발 붐을 일으키면서 주택전문건설사와 디벨로퍼를 육성했던 택지지구 사업은 이제 사실상 '사양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주택협회 소속사들 중 4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가량인 21개사가 공공택지에서 63개 필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개사가 40개 필지(170만㎡)의 계약을 해지했거나 해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공공택지의 계약을 해지한 건설사는 10개사로 이 중 5개사는 위약금을 물고 해약했을 정도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공급이 본격화된 보금자리주택은 택지지구 공급건설사들로선 '숨통을 끊어버릴' 만한 악재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보금자리지구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들어서는 만큼 그린벨트 넘어 외곽 지역에 조성되는 택지지구보다 서울 주요 지역 접근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된다는 특성까지 갖고 있어 보금자리주택은 내집마련 수요자들을 싹쓸이해 가고 있다.
실제로 공급된 택지지구 중 입지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에서 이 같은 택지지구의 부진 사례를 잘 알 수 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서울 여의도나 도심 접근성에서 기존 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에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고, 경제 자유구역이 있는 인천과도 가까워 향후 발전전망은 오히려 더 높다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부터 시작된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분양은 극심한 실적 저조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올 한해 동안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약 1만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분양에 나선 물량은 2000 여가구에 그치고 있다. 주택 브랜드 1위인 삼성물산이 공급한 '래미안 한강신도시'도 재분양과 잔여분 특별공급을 거듭해야할 정도로 김포한강신도시 분양시장은 시계(示界)가 불투명한 상태다.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높아진 8.29 이후에도 택지지구 분양 상황은 별 차이가 없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하반기 대단지 아파트 공급을 예정했던 현대산업개발, 우남건설, 우림건설, 한라건설 등은 모두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 같은 택지지구사업 침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택지지구 주택사업에 대해 '사양산업'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해있어 수도권 택지지구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층 자체가 과거처럼 많지 않은데다 보금자리주택은 정부가 공언한대로 10년간 150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만큼 택지지구 공급물량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회의감이 업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다시 공공택지 분양이 다소간 이루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건설업종에서 주택사업의 파급력을 생각할 때 주택사업을 중단 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계륵'으로 진단하고 있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택지지구의 공급 축소만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재의 택지지구는 2000년대 초반 집값 폭등기 시절 집값 제어 수단으로 공급 확대를 위해 지정돼 지나치게 많은 택지지구가 지정돼 있다"며 "정부와 LH 입장에서도 쓸데 없는 택지지구와 신도시 사업은 축소를 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보금자리 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는다며 총 분양금액이 3억원이 훌쩍 넘는 30평형대인 84㎡ 주택만 공급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만행위"라며 "택지지구 공급물량이 보금자리주택의 기능을 해줄 수 있음에도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 굳이 그린벨트까지 해제해가며 보금자리를 짓겠다는 의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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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