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銀 단독 MOU…他 채권단 반발
- 주채권은행 외환은행, 현대그룹과 단독 MOU 체결…”원칙대로 한 것”
- 정책금융공사 등 타 채권단 반발, “이견 있는 데 왜 급하게 체결하나”
- 유재한 사장, “현대그룹 나티시스 자금증빙 못하면 MOU 해지”
[뉴스핌=한기진 배규민 변명섭 기자] 현대건설 MOU(양해각서) 체결을 둘러싸고 채권단 사이에 이견이 빚어지면서 현대건설 매각건이 급제동이 걸려 주목된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과 MOU체결에 대해 “주주협의회(채권단) 주관기관으로 위임된 권리를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다른 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유재한 사장이 나서 “자금증빙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MOU해지 시킬 수도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현대건설 채권단 내에 강경한 태도가 충돌하면서 현대건설 매각이 자칫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9일 외환은행은 오후 1시 30분께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정하는 MOU를 체결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재검토 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나타시스 은행에 예치한 1조 2000억원에 대한 대출 증빙서류 제출 요구를 현대그룹이 거부하자 또다른 채권단의 일원이자 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오후 4시 정책금융공사빌딩 8층에 마련된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채권단 내 이견이 있었는데, 외환은행이 급하게 MOU를 체결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그룹에게 오는 12월 6일까지 나티시스 은행 대출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이때마저 지나치면 추가로 5영업일 내 또다시 제출 요구를 하고, 결국 이행하지 않으면 MOU체결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유재한 사장은 "프랑스 나타시스은행에 예치한 자금에 대한 증빙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MOU체결을 해지할 수 있다"며 "우리가 안되면 MOU를 해지할 수 있으며, (자금증빙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힘을 빌릴 수 도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외환은행의 입장도 강경하게 나왔다. 주주협의회에서 위임된 권리를 행사했으므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전에 MOU와 관련한 사항에 모두 합의한 것, 우선협상대상자를 채권단 전체가 합의해서 결론낸 것을 준수한 것으로, 원칙과 법률에 나와있는 그대로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사전에 모두 합의를 해놨고 비가격요소를 비중을 높이라고 해서 반영도 했다"며 "정해진 원칙대로 위임된 권리를 행사해서 MOU를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단 내 두 입장이 ‘강(强)’하게 부딪히고 있어,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체결한 MOU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유 사장은 “현대그룹과 체결한 MOU가 무산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 지분 34.88% 가운데 정책공사는 7.84%와 입장을 같이하는 우리은행 지분 7.46% 등을 합쳐 20%에 달하기 때문에 지분 8.72%를 가진 외환은행을 능가, 그의 말은 단순하게 허언이 될 수 없는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외환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가 반대하려면 해도 된다”고 MOU체결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다.
현대건설 채권단간에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논란은 MOU의 적정성과 더불어 자금증빙 추가 요구 사항를 둘러싼 채권단의 지위 문제까지 더해지고 있어 현대건설 채권단에 대한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서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했지만, 다른 채권은행들이 강하게 반발을 하고 있어 향후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사태는 격한 대립과 더불어 법적 논란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배규민 변명섭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