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검사 출신 회장님이 칼을 뽑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동양메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고강도 재무개선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동양그룹은 계열사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파이낸셜, 동양캐피탈 등이 보유한 동양생명보험 지분 중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금액은 주당 1만 8000원씩 모두 9000억원 규모다.
일정 금액에 다시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걸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매매로 인해 동양그룹의 동양생명 지분은 3.1%로 추락했다. 동양생명은 올해 상반기(4~9월) 8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그룹 내 최고의 흑자기업으로 자리매김 한 알짜다.
현 회장의 이런 ‘극약처방’은 지주회사 전환이 암초에 부딪히며 비롯됐다. 핵심 계열사 동양메이저가 최근 건설·시멘트 경기 악화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동양 메이저는 현 회장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다. 따라서 이번 매각으로 벌어들인 9000억원은 대부분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회장이 이처럼 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약 12년만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현 회장은 동양그룹의 일부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면서 수년간 구조조정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동양그룹 여의도 사옥이 사모펀드 론스타에게 넘어간 것도 이맘 때다.
결국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동양그룹은 2006년께 간신히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현 회장은 지난 2006년 임직원들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발대식에서 “21세기를 이끌어 갈 ‘1등 동양’의 마인드를 최대화시키겠다”고 사실상 제2의 창업을 선언 한 바 있다.
그는 이듬해인 2007년에 “금융, 제조, 레저 등 그룹의 3대 성장 동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강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하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으면 새로 나갈 것”이라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제2의 창업은 세간의 기대만큼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동양메이저는 지난 2008년 불거진 세계 금융위기 및 건설 침체에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 것. 특히 2007년 레미콘공장 신설·인수에 54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바로 이듬해 건설 불황을 예상하지 못한 실착이었다.
결과적으로 동양메이저의 부채 해결을 위해 각 계열사들이 보유한 동양생명의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룹전사가 동원된 ‘동양메이저 구하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동양메이저는 지난 2007년부터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멘트와 건자재사업 기상도는 당분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계열사의 지원이 있더라도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의 경영 정상화를 시작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통해 기업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동양메이저가 보유한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 자체적으로 약 24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그룹 대내·외 수익사업부분을 접목하고, 저수익 사업부문의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해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과연 현 회장의 동양그룹 재무개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동양그룹은 수년간 겪은 구조조정 등의 과정에서 적지 않게 위상이 하락 했다. 2001년 재계서열 17위였던 동양그룹은 2010년 현재 39위에 머물고 있다.
1989년 취임 이후 제조업에 주력했던 동양그룹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일궈낸 현 회장이 다시한번 동양그룹의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