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물가, G20 마무리 그리고 환율
[뉴스핌=안보람 기자] 11월 금리인상 전망이 무르익었다. 10월 4.1%로 상승하며 '법적 책임범위'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지수가 더이상 금리인상을 늦출 수 없음을 지시하고 있다.
의장국으로서 '정책공조'에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압박감을 주던 G20정상회의가 마무리된 점도 '우리실정에 맞는 통화정책을 이제는 펼 수있지 않을까'하는 관측을 낮게 한다.
물론, 여전한 변수는 원/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규제로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으로 보이는 만큼 25bp의 기준금리이상이 이번에는 허락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이다.
◆ 총재의 3% 언급, 금리인상의 전주곡?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열린 G20정상회의 내외신기자 경제브리핑에서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3%정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서 한은 물가통계팀 관계자는 "지난 9월, 10월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넘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반영할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이 2.9%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요측 물가압력에 대한 총재의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9월 3.6% 상승한데 이어 10월 4.1% 급등하며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3.0±1.0%) 상단인 4%를 넘어섰다. 지난달 생산자 물가도 전년비 5% 상승하며 22개월래 최고수준을 기록했으며, 10월 수입물가 역시 전년동월비 8.1% 상승했다.
더욱이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선언한 점은 인도, 호주,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물가불안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중국이나 호주, 인도 등 인플레이션에 적극대응하고 나섰지만 한국은행은 이들에 비해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로 늘어난 달러가 이머징 국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큰 점은 국내 물가불안을 더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김중수 총재가 3%를 언급하고서도 금리를 동결하는 모험을 감행하기에는 물가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며 "금리를 동결할 논리도 부족해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관측했다.
◆ "환율은 규제로 잡아도 충분"
지난달 금리인상의 걸림돌이 된 원/달러 환율 역시 이달에는 장애물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끌어내진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긴 하지만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기로 하는 등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자본의 과도한 유출입을 규제로 조절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인된 점 역시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지지한다.
실제 외자규제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금통위가 있었던 10월 14일 1110.9원에서 15일 1131.9원으로 1.9% 상승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야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환율때문에 못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규제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흐름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변화라고 보면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생긴듯하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지금까지는 물가보다는 환율과 G20, 불확실성에 포커스가 맞춰져 왔지만 환율의 하락세가 10월보다 덜해졌고, G20도 끝났기 때문에 한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듯하다"며 "청와대나 국회에서도 물가얘기가 나오는 등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덜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 "정말로 늑대가 올지는 두고봐야"
물론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는 시각도 많다.
원화절상의 추세가 반전했다고 보기어려운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환율리스크를 감안하고 올릴 수 있을 것이냐를 보면 확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냉정히 보면 G20에서 환율에 대한 특별한 합의가 이뤄진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포인트는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었는가 하는 점. 물가상승은 여전히 미시적 대응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SC제일은행의 오석태 상무는 "금리를 올리고 싶은데 환율 때문에 못올린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인 반면 정부는 어쨌든 금리를 안올리면 좋겠다는 입장인 듯하고, 여전히 변함이 없어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역시 미시정책으로 대응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상무는 "김중수 총재 역시 그때그때 다르다고 선언한 상황이라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부동산이 바닥을 찍었다고 하지만 아직 알 수 없고, 환율도 해결된 건지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세계경제 상황을 감안할 경우 금리를 자신있게 올릴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며 "G20 끝나고 한국이 처음으로 자신있게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원화절상을 이끌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의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금리를 인상했어야 하고 이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그 동안 보여진 행태를 보면 내일 인상할 이유가 없다"며 "환율과 불확실성이 지금껏 금리를 올리지 못한 이유였다면 그 두 측면 모두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남유럽의 위기 재발 등 9월, 10월 보다도 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물가가 당연히 문제긴 하지만 정부의 발언들을 보면 앞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어 "아직까지 큰 흐름은 원화절상"이라며 "자본규제를 통해 이를 제어하겠다는 생각인 듯 한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지난 9월부터 총재는 늑대가 온다고 외쳤고 이달에도 물가얘기를 언급하는 등 금리인상 시그널을 제공한 상황"이라면서 "정말 늑대가 올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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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