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현대건설 입찰은 한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기업인수전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2일 서울발 기사로 관심있게 보도했다.
다음주 월요일인 15일로 다가온 입찰에서 양측은 10여 년 전 몰락해 채권단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은 자동차, 부품사, 택배업체, 철강 및 해운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은 큰 관련성이 없는 업종의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 회장의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 고 있다.
WSJ는 한국의 기업문화적 특성에 따라 어느 측도 이번 인수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또한 어느 쪽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사업구조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현대그룹 측이 이를 인수한다면 현대그룹은 향후에도 별개의 독립적인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도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대략 80억 달러(원화 약 9조원 상당, 1달러=1110원 기준) 가치로 평가되고 있고, 이번 채권단 지분 35%의 가치는 30억~4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4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력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현대그룹 측도 다양한 외부 투자자들을 영입해 이에 맞서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 홍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마이클 브린은 "한국에서는 돈이 많다고 해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권력과 충성도, 어떤 조직과 연관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신문과 TV 광고를 통해 고 정주영 회장의 사진을 동원해 역사적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자동차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과 과거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내용등을 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광고가 상당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많은 주주들이 현대차 그룹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광고전에 나서지는 않고 있으나 현대건설의 매출과 고용 기반을 확대하는 계획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에 맞서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발전소 및 기타 인프라 시설 건설, 전기차 판매에 도움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현대차의 발전에 기여하는 목적 외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의 광고전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