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밝힌 변형된 금 본위제 도입 제안은 중국 위앤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0일자로 보도했다.
졸릭 총재는 오는 11일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른바 '상호협력적 통화 시스템'을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이 제안에 따르면 새로운 통화가치 결정 시스템에는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와 함께 중국 위앤까지 모두 5개의 주요통화를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졸릭 총재는 또한 또한 국제 금가격 변동을 새로운 시스템에 편입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 미래통화 가치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졸릭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주요 통화가치를 금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자는 금 본위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통화가치 결정시스템에서 달러와 엔, 기타 통화는 특정 자산을 기준으로 가치가 결정되지 않고 그 통화를 발행하고 있는 각국의 신용 수준에 따라서 결정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일본 재무성의 고위급 관료는 미묘한 시점에 세계은행 총재가 이같은 발언으로 굳이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의 본질을 훼손하려고 하는 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달러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최근 양적완화 기조 지속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을 들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중국 주샤오촨 런민은행 총재의 새로운 '슈퍼소버린' 기축통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졸릭 총재의 주장은 결국 달러화에 대한 관심을 전환시키고, 금본위제로 시선을 옮기게 해 결국 중국의 위앤화 통화 개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졸릭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어느 시점에는 위앤화 절상 수준에 대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그의 희망대로 주요통화에 중국 위앤화를 포함시킨다면 중국 위앤의 개혁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944년 브레튼 우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감시아래 금 1온스 당 35달러의 고정환율제가 시행됐으나 결국 지난 1971년 닉슨 쇼크로 불리는 미국 경제의 위기상황이 도래하면서 금의 태환이 중단돼 더 이상 금 본위제는 존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금 본위제로의 회귀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금 본위제를 도입할 경우 모든 나라는 자국 금의 보유량을 기준으로 통화 공급을 줄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