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현대건설 인수 본입찰(11월 12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인수경쟁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본입찰 평가 기준에 따라 어느 그룹이 협상 대상자가 될 지 이목이 쏠린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중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한 평가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가점 요소와 감점 요소가 어떻게 확정될 지, 시장에서도 이에대한 비교 우위 찾기가 한창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일관되고 확고한 인수의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수년 간 초지일관 인수의지를 높여왔다.
이번 인수전에서도 어떤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어도 긍정의 힘과 승풍파랑(乘風破浪)의 각오로 총력을 다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 풍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현대차그룹의 비교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나오는 가 하면, 현대그룹이 인수의지와 함께 평가요소에서 우세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본입찰에 따라 본격적으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누구의 우위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 '현대건설 본산' 가점요소 통할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취임 7주년 맞아 전임직원들에게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는 당부의 일성이었다.
현 회장은 '미션완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미시온 쿰플리다(Mision Cumplida)'를 인용해 "마지막 힘을 모아보자. 그리고 우리도 미시온 쿰플리다를 외쳐보자"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사실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건설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이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회장의 피와 땀이 담긴 기업이다.
특히, 지난 200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정몽헌 회장의 사재출연 등 현대그룹의 희생과 노력으로 일군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를 되찾는 것은 그룹의 숙명이자 최우선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은 하나의 뿌리에서 분리돼 조직, 인력,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동질 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과 완벽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정신으로 대표되는 문화의 공유는 현대건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는 현대그룹만의 경영능력이자 자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그룹은 건설사가 없어 사업 중복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최상의 조합 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이는 2007년 하이마트 인수 때 낮은 입찰가에도 불구하고 중복사업이 없어 고용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점으로 작용한 전례도 있다. 유진그룹은 당시, GS그룹과 롯데그룹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례에서 보듯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도 현대그룹에게 중요한 가점요소다.
현대그룹이 오래전부터 인수의지를 확고히 유지해온 기업으로 현대건설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 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준비해왔다는 점도 이번 본입찰 평가에서 중요한 가점 요소가 될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현대그룹 인수 자금력 "문제 없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의해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력에 다소 낮은 점수를 매겼었다.
하지만 재무약정의 단초를 제공한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사실 업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권단의 일방적인 기준이라는 업계의 동의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정은 회장이 취임 5년 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2003년 매출(5조 4400억원)대비 2009년(12조 6000억원) 232%로 두 배 이상 성장시켰다는 경영능력 차원의 검증도 이미 이루어진 상태다.
특히 현대상선은 올해 2/4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이어 3/4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자금확보에 탄력을 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잠정 공시한 바 있다. 3/4분기 매출은 2조 2202억원이다. 영업이익도 297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현대상선은 이로써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매출 6조 170억원, 누적 영업이익 4653억원을 실현했다. 올 해 매출 목표인 7조 1373억원, 영업이익 3358억원을 넘어 연말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이 크게 호전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면서 "주력 계열사의 호실적과 현대그룹 특유의 저력을 바탕으로 인수전에 나선만큼 누구의 우위를 점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M&A 시장 여건도 현대그룹으로서는 불리할 게 없다. 과거와는 달리 FI(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도덕성 등 비가격요소 평가 변수는?
이번 현대건설 매각에서 도덕성 등 비가격 요소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정부 관계자는 "국민 혈세가 들어간 기업인만큼 윤리 잣대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도덕성 문제는 이제 인수기업 평가시 빠져서는 안될 변수로 정착된 상태다.
일례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구조조정 기업 매각기준'에 따라 위법경력이 있는 기업에게 감점을 주어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도덕성 문제로 -10점을 받았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입찰가의 15% 정도는 더 써내야 했다. 이는 당시 대우건설 입찰가가 6조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보다 8000억원 이상 더 써내야만 했던 수준이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도 동일한 평가 배점이 부여된다면, 현재 입찰 예상가 3.5조~4조원의 15%인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패널티가 적용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대그룹은 위법경력이 있는 현대차그룹에 비해 다소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이후의 특혜 의혹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두 그룹에 대한 도덕성 평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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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