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 위기, 선진국으로? 英 적자 감축안 시급
[뉴스핌 Newspim] 최근 유럽 각국의 재정 위기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 자금시장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으나, 동시에 글로벌 중심의 관점에서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종합경제 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올해초부터 2010년 글로벌 위험요인 점검 기획의 일환으로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와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집중적으로 다뤄 호평받은 바 있으며, 이번에는 유럽발 [글로벌 신용경색 재연?] 이슈에 이어 총 4회에 걸쳐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인한 글로벌 투자 모멘텀의 변동 가능성을 긴급점검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국내 자금시장 투자자 및 독자 여러분들의 열독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뉴스핌=우동환 기자]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리스를 비롯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이례적인 조치들로 인해 글로벌 채무위기로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갈수록 커지는 국가부채 문제를 방치하게 된다면 세계 경제가 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온라인 금융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최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금융기관의 부채위기로 불거진 금융위기가 글로벌 재정위기로 변이되면서 세계 경제에 다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들이 금융위기 당시 자국의 은행들을 구제했던 것처럼 정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남유럽 재정 위기, 선진국으로 확산되나?
최근 그리스의 재정난으로 부각되고 있는 국가채무 문제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부 유럽에 대한 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화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12% 이상 하락, 4년래 최저치로 후퇴하고 있으며 금 선물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불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난에 몰린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은 일시 유로화 출범 후 최고치로 상승하기도 했다.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마델린 스냅 거시경제 담당 연구원은 "지난 몇 주 동안 재정위기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됐다"며 "이 같은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 세계는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에 의한 채무위기를 경험한 바 있지만 지금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길한 조짐들이 나오고 있다.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의 다니엘 아비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국가들의 문제는 국가 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이라면서 "부채를 줄이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영국은 조만간 수십억 파운드의 재정지출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공언했으며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추가로 재정감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재정난이 점차 주변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델린 스냅 연구원은 "과거 기업들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감이 지금은 국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를 그리스가 처음 경험했을 뿐, 다른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는 위기 대응책으로 유로존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마델린 스냅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문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보유한 부채와 지출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 불안감, 금융권에서 국가 채무로 전환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의 파산에 대해 우려했지만 지금은 국가 채무불이행에 대해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금융정보서비스 회사인 마르키트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 2월 초 서부 유럽 국가들의 국가 디폴트 위험에 따른 보증 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북미 투자등급 기업들의 파산 보증 비용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한스 미켈슨 신용 분석가는 "이는 신용 리스크가 어떻게 기업에서 국가 수준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라며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들이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부 유럽 국가들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 7일 169bp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의 위기 확산 대응책이 발표되고서 지난주 120bp까지 하락했으나 여전히 북미 투자등급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국가채무 위기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축적된 막대한 규모의 부채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니엘 아비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럽의 위기보다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4년에 이르러 100%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금융위기 전보다 무려 35%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넘어서게 되면 국가의 재정수입이 모두 채무 이자를 갚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향후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같이 대외 채무가 큰 국가라면 해외 자금의 이탈로 투자가 줄어들면서 성장률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티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렘 뷰이터는 "최근 주요 선진국들의 공공 재정 상태는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위기가 유로존에 맞춰져 있지만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전체 재정 포지션은 미국과 영국, 일본보다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과 영국, 일본이 급진적인 재정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의 재정상태는 머잖아(이르면 영국부터, 늦으면 미국과 일본으로) 시장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美, 패니매 등 국영기업 부채 주목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AIG와 같은 금융기관의 구제를 위해 약 1조 달러 가량을 자금을 풀었으며 다양한 부양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모색한 바 있다.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정부의 세수는 2조 1000억 달러였으며 재정지출은 3조 달러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수지 적자분을 충당하고 있다.
Exane BNP 파리바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수년 내로 100% 수준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20년 후 미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150% 수준을 넘어서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국가기관으로 편입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채도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4분기 기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전체 부채 규모는 약 1조 8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GDP의 13%에 해당한다.
◆ 英 적자 감축안 시급, 日 고령화가 문제
금융위기 당시 로이즈뱅크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에 약 8500억 파운드를 투입한 영국은 재정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향후 20년 내로 재정적자 비율이 GDP 대비 20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달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된 연립 정권은 올해 회계연도에 60억 파운드의 지출을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영란은행(BOE)측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머빈 킹 BOE 총재는 "우리는 여전히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리의 재정문제를 조만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이미 GDP 대비 200% 수준에 근접한 상태지만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들은 저축을 많이 하고 있으며 발행되는 국채의 90%가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부채율은 아직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점차 채권 매수를 중단하고 은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비를 늘어나게 된다면 정부는 높은 이자 비용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4%를 하회하고 있으며 기준 금리 역시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채무부담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상황은 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부담 전가의 최종 단계
글로벌 헤지펀드인 아머드 울프의 존 브라이언오프슨 수석 투자분석가는 이들 국가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는 3가지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선진국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증대와 금융산업 등을 통해 예상보다 높은 재정수입을 확보해 적자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세율 인상과 정부의 예산 삭감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으로 이 상황에서는 채권자들은 결국 '자의든 타의든' 채무조정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을 이용한 방법이 있다. 부채를 얻었을 당시보다 통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상환이 그만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국가채무 문제로 대부분의 선진국은 마치 '수건 돌리기' 게임과 같이 부채에 대한 부담을 각 분야로 전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게임도 결국 최종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브라이언오프슨은 지적했다.
그는 "먼저 가계에서 발생한 부채의 부담은 금융권으로 흡수되지만 금융권이 지나친 레버러지와 함께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 다시 국가채무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국가의 채무부담은 높은 세율과 함께 재정 지출의 삭감, 인플레이션 등으로 이어져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종합경제 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올해초부터 2010년 글로벌 위험요인 점검 기획의 일환으로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와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집중적으로 다뤄 호평받은 바 있으며, 이번에는 유럽발 [글로벌 신용경색 재연?] 이슈에 이어 총 4회에 걸쳐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인한 글로벌 투자 모멘텀의 변동 가능성을 긴급점검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국내 자금시장 투자자 및 독자 여러분들의 열독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뉴스핌=우동환 기자]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리스를 비롯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이례적인 조치들로 인해 글로벌 채무위기로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갈수록 커지는 국가부채 문제를 방치하게 된다면 세계 경제가 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온라인 금융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최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금융기관의 부채위기로 불거진 금융위기가 글로벌 재정위기로 변이되면서 세계 경제에 다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들이 금융위기 당시 자국의 은행들을 구제했던 것처럼 정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남유럽 재정 위기, 선진국으로 확산되나?
최근 그리스의 재정난으로 부각되고 있는 국가채무 문제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부 유럽에 대한 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화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12% 이상 하락, 4년래 최저치로 후퇴하고 있으며 금 선물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불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난에 몰린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은 일시 유로화 출범 후 최고치로 상승하기도 했다.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마델린 스냅 거시경제 담당 연구원은 "지난 몇 주 동안 재정위기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됐다"며 "이 같은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 세계는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에 의한 채무위기를 경험한 바 있지만 지금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길한 조짐들이 나오고 있다.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의 다니엘 아비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국가들의 문제는 국가 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이라면서 "부채를 줄이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영국은 조만간 수십억 파운드의 재정지출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공언했으며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추가로 재정감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재정난이 점차 주변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델린 스냅 연구원은 "과거 기업들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감이 지금은 국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를 그리스가 처음 경험했을 뿐, 다른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는 위기 대응책으로 유로존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마델린 스냅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문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보유한 부채와 지출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 불안감, 금융권에서 국가 채무로 전환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의 파산에 대해 우려했지만 지금은 국가 채무불이행에 대해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금융정보서비스 회사인 마르키트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 2월 초 서부 유럽 국가들의 국가 디폴트 위험에 따른 보증 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북미 투자등급 기업들의 파산 보증 비용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한스 미켈슨 신용 분석가는 "이는 신용 리스크가 어떻게 기업에서 국가 수준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라며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들이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부 유럽 국가들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 7일 169bp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의 위기 확산 대응책이 발표되고서 지난주 120bp까지 하락했으나 여전히 북미 투자등급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국가채무 위기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축적된 막대한 규모의 부채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니엘 아비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럽의 위기보다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4년에 이르러 100%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금융위기 전보다 무려 35%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넘어서게 되면 국가의 재정수입이 모두 채무 이자를 갚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향후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같이 대외 채무가 큰 국가라면 해외 자금의 이탈로 투자가 줄어들면서 성장률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티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렘 뷰이터는 "최근 주요 선진국들의 공공 재정 상태는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위기가 유로존에 맞춰져 있지만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전체 재정 포지션은 미국과 영국, 일본보다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과 영국, 일본이 급진적인 재정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의 재정상태는 머잖아(이르면 영국부터, 늦으면 미국과 일본으로) 시장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美, 패니매 등 국영기업 부채 주목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AIG와 같은 금융기관의 구제를 위해 약 1조 달러 가량을 자금을 풀었으며 다양한 부양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모색한 바 있다.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정부의 세수는 2조 1000억 달러였으며 재정지출은 3조 달러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수지 적자분을 충당하고 있다.
Exane BNP 파리바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수년 내로 100% 수준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20년 후 미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150% 수준을 넘어서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국가기관으로 편입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채도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4분기 기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전체 부채 규모는 약 1조 8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GDP의 13%에 해당한다.
◆ 英 적자 감축안 시급, 日 고령화가 문제
금융위기 당시 로이즈뱅크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에 약 8500억 파운드를 투입한 영국은 재정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향후 20년 내로 재정적자 비율이 GDP 대비 20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달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된 연립 정권은 올해 회계연도에 60억 파운드의 지출을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영란은행(BOE)측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머빈 킹 BOE 총재는 "우리는 여전히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리의 재정문제를 조만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이미 GDP 대비 200% 수준에 근접한 상태지만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들은 저축을 많이 하고 있으며 발행되는 국채의 90%가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부채율은 아직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점차 채권 매수를 중단하고 은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비를 늘어나게 된다면 정부는 높은 이자 비용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4%를 하회하고 있으며 기준 금리 역시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채무부담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상황은 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부담 전가의 최종 단계
글로벌 헤지펀드인 아머드 울프의 존 브라이언오프슨 수석 투자분석가는 이들 국가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는 3가지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선진국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증대와 금융산업 등을 통해 예상보다 높은 재정수입을 확보해 적자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세율 인상과 정부의 예산 삭감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으로 이 상황에서는 채권자들은 결국 '자의든 타의든' 채무조정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을 이용한 방법이 있다. 부채를 얻었을 당시보다 통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상환이 그만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국가채무 문제로 대부분의 선진국은 마치 '수건 돌리기' 게임과 같이 부채에 대한 부담을 각 분야로 전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게임도 결국 최종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브라이언오프슨은 지적했다.
그는 "먼저 가계에서 발생한 부채의 부담은 금융권으로 흡수되지만 금융권이 지나친 레버러지와 함께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 다시 국가채무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국가의 채무부담은 높은 세율과 함께 재정 지출의 삭감, 인플레이션 등으로 이어져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