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한 예측·과감한 투자 '승부'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뉴스핌=이강혁 이연호 기자] 국내 LCD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시장의 절반이 넘는 매출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우리 LCD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정확한 예측·과감한 투자 '승부'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4분기 글로벌 LCD 시장에서 41억50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도 39억373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글로벌 시장 매출에서 각각 27.8%와 25.0%에 해당하는 수치로, 절반이 넘는 시장을 우리 대표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 지난해 4/4분기 양사의 매출 비중이 53.7%를 기록한 뒤 올해 1/4분기(54.7%)와 2/4분기 연속 50% 이상의 매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조사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우리 LCD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1~2위를 다투고 있을 뿐 글로벌 경쟁업체들에게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경쟁사인 대만업체 AU옵트로닉스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는 수년째 10%대 시장점유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4분기만 하더라도 양사의 매출은 시장점유율 15.7%와 15.5%로 우리 업체들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지속적인 설비투자는 물론 고객 관계에서도 부단한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결과"라면서 "LCD 패널시장이 최근에는 TV용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글로벌 시장 경쟁 우위에 있는 양사는 3/4분기와 4/4분기에도 시장을 선도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LCD TV 패널 시장은 올해 1억4000만대, 2010년 1억6000만대, 2013년 2억2000만대로 매년 10% 수준의 고속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또 대형 LCD 시장에서 LED BLU 채용 비중은 2009년 17.8%에서 2012년 50.2%로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3조3000억원에 달하는 8세대 확장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구미의 6세대 추가라인에 투입된 투자금액을 합하면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금액이다.
LG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공격적인 결정은 TV용 LCD패널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 TV용 LCD 패널의 25%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 '단기적으로 최근의 공급부족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고, 장기적으로는 업계에서의 선도적위치와 글로벌 고객관계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세대 계획을 발표한 이후 대규모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소극적이다.
LCD 산업이라는 것이 생산성 있는 기판 사이즈의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어서 시장 흐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마친 뒤 적절한 시기를 잡아야 한다는 신중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기존 라인을 최대한 가동하며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16:9 멀티미디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LED 백라이트 채용 제품을 늘리는 등 시장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양산에 들어간 8-2라인을 최대로 가동하면서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 출처: 디스플레이서치 ]
"공급망과 고객기반 안정적 유지"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도 우리 업체들이 'LCD 코리아'의 힘을 보여 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적극적인 설비 투자 등을 통한 선순환 구조 확립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내부고객의 글로벌 TV 시장 선전으로 인한 부수 효과와 과거 노트북과 모니터 중심의 LCD 패널 시장이 TV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 패널 제조에 강한 우리 업체들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박현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들은 불황을 오히려 기회 삼아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시작했다"며 "내부고객의 글로벌 TV시장 석권을 토대로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수익성이 선행투자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강정원 애널리스트도 "LCD업황 상승사이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대만 패널업체간 점유율 격차는 축소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환율효과 외에도 한국 LCD산업이 '패널에서 TV까지 산업내 수직계열화'가 이상적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에도 수직계열화가 취약한 대만업체는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할 수 밖에 없어 우리 업체들이 공급망과 고객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4/4분기 이후 초과공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우리 업체들의 숙제다. 하지만 대외적인 환경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단적으로 지난 11일 일본 시즈오카현 강진으로 코닝의 기판유리 생산설비가 가동 중단됨에 따라 타이트한 LCD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호재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박현 애널리스트는 12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발생한 강도 6.5규모의 지진으로 샤프가 기판유리 수급 차질을 빚게 돼 4분기부터 생산차질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4분기까지 패널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LG디스플레이의 반사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