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금 세계 경제는 분명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또한 예외없는 절호의 기회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균형 성장 모형을 벗어나 좀 더 지속가능한 성장 모형을 찾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20일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담담하고도 비장한 어조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외부 충격에 직면했다"면서, "마찬가지로 내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올바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날 로치는 작금의 위기는 약 절반 정도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파급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경기가 좀 더 개선되려면 올해 말 혹은 2010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5%대 성장률을 회복하려면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 전망에서는 당분간 경기 '반등' 내지 '회복'(rebound or recovery)이란 단어를 전망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 한국, 구조적 변화 없이는 경기 부진 피할 수 없을 것
로치가 선 여의도 국민일보빌딩(CCMM) 12층 우봉홀은 초대받은 참석자와 기자들이 자리를 메우면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경제 회복 구도가 'L'자가 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 성장률도 5.5%로 낮췄던데 이러면 수출 비중이 55% 이고 대중국 교역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은 엄청나게 타격을 입어 회복이 요원할텐데"라고 묻자, 로치는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로치 회장은 "글로벌 경기 호황 때 중국과 한국은 수혜자였다"면서, "그래서 필요한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제는 역동적인 내수시장을 창출, 육성할 때"라고 지적했다.
"거시 구조상의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으면 부진한 경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말고 다른 강력한 소비시장이 탄생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정치인이나 정책입안가들도 소비 부양을 위해 노력할 것인데, 만약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내 주장은 틀리겠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불균형은 다시 지속된다는 말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별도 인터뷰 시간에서 현재 한국의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 내에서의 위치와 정부의 인식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최악의 답이 아닌가 한다"며 이전 발표 시간 때의 답변을 다시 꺼냈다.
한국 경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은 부족하다고 전제한 로치 회장은 이어 "지난 IMf 위기 이후 한국이 시도한 소비 중심의 회복 전략이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부동산 거품 등 문제점도 있었다. 앞으로 완화 통화정책으로 인한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그는 "국제기구에서 시도한 금융아키텍처 등 새로운 틀을 통한 불균형 해법 구상은 현실적이지도 못했고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은 다자간 기구의 해법에 종속되거나 의존하면 안되고 자생적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달러화의 상대적인 가치 변화가 한국 수출 경제와 보유한 대규모 달러화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묻자, "지난 7년 동안 달러화 약세 전망을 맞춰왔는데 지난 해에는 틀렸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다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적자는 저축으로 메우기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로치는 "앞으로 달러화 약세는 완만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manageable)일 것으로 보지만, 무역 마찰 등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급락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미국 위기가 아니라 세계 경제 위기
이날 스티븐 로치 회장은 "이번 위기를 미국의 문제로 보지 말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예외적인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세계 경제의 위기로 보자"고 제안했다.
영국 금융시스템의 위기에서 보이듯 안전한 곳은 없으며, 상품시장이나 이머징마켓 그리고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서 보이듯 곧 터질 수 밖에 없는 거품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품의 전제조건은 유동성이 넘치고 금리가 매우 낮을 때인데, 이 뿐 아니라 규제당국과 중앙은행 그리고 월가 위험관리 등이 모두 문제였다고도 했다.
로치는 '탄광의 카나리아'로 2000년 닷컴 버블과 2007년 터진 서브프라임 사태를 들었다. 전자가 주식시장의 가치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면 후자는 세계경제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이런 위기의 전조에 대해 그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거나 하는 식으로 계속 '부인'을 했기 때문에 위기는 더 심화되었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이어 로치 회장은 "빠르고 쉬운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 오랫동안 축적된 불균형을 뿌리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미국은 소비를 덜하고 저축을 더하며 반대로 아시아가 소비를 더하고 저축을 덜 하는 '지속가능한 모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GDP 대비 소비가 최대 72% 비중까지 갔는데 세계 신기록이며, 이는 소득 증가를 동반하지 않은 부동산과 신용 거품이라는 부의 효과에 기반한 것으로 결국 "괴물 같은 쓰나미"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거품 이후 사회에서 이 소비의 비중은 1975년~2000년 기간이 평균인 67%까지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지금은 71%로 줄었으니 앞으로 4%포인트 더 줄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2~3년 혹은 그 이상의 다년간에 걸친 조정이 필요하며, 미국이 과거 일본 상황을 재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무역 의존을 낮춰야 하며, 결국 수출 주도 경제성장 모형을 바꿀 필요가 있는데 이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미국 소비가 수년간에 걸쳐 침체될 것이므로 세계경젠느 오랫동안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치는 이날 자신의 비관론적인 입장이 미국 주류 입장에서도 배척된 적이 많았다면서 "불균형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나 낙관론자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미리 불균형을 풀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 좋았겠다"고 회고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농담삼아 "미국에서 부정적으로 쓰고 아시아를 좋다고 했더니 아시아 회장으로 왔다. 여기와서는 다시 '탈동조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쓰기 시작했다. 아마도 두바이로 가야할 것 같지만 거기서도 부동산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모간스탠리에서는 아무래도 나를 보내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고 말하기도 했다.
◆ 오바마, 교역 노동 문제 등 용단 필요.. 지속가능한 모델 찾아야
한편 스티븐 로치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취임을 앞두고 쓴 소리를 내놓았다.
오바마가 나프타(NA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런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전체 경제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줄어들고 반대로 부자의 소득 수준은 계속 증가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깊은 경기침체를 맞아 실업률이 급등하고 있는 등 중산층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음을 상기했다.
특히 로치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쟁점화되고 있는데, 특히 팽창기에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수축기에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해 지지자를 만들기 위해 설득하고 용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백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또 이를 통해 중요한 경험과 교훈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새 행정부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형을 찾아 낼 지혜와 용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담담하고도 비장한 어조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외부 충격에 직면했다"면서, "마찬가지로 내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올바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날 로치는 작금의 위기는 약 절반 정도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파급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경기가 좀 더 개선되려면 올해 말 혹은 2010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5%대 성장률을 회복하려면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 전망에서는 당분간 경기 '반등' 내지 '회복'(rebound or recovery)이란 단어를 전망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 한국, 구조적 변화 없이는 경기 부진 피할 수 없을 것
로치가 선 여의도 국민일보빌딩(CCMM) 12층 우봉홀은 초대받은 참석자와 기자들이 자리를 메우면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경제 회복 구도가 'L'자가 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 성장률도 5.5%로 낮췄던데 이러면 수출 비중이 55% 이고 대중국 교역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은 엄청나게 타격을 입어 회복이 요원할텐데"라고 묻자, 로치는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로치 회장은 "글로벌 경기 호황 때 중국과 한국은 수혜자였다"면서, "그래서 필요한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제는 역동적인 내수시장을 창출, 육성할 때"라고 지적했다.
"거시 구조상의 문제점을 치유하지 않으면 부진한 경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말고 다른 강력한 소비시장이 탄생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정치인이나 정책입안가들도 소비 부양을 위해 노력할 것인데, 만약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내 주장은 틀리겠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불균형은 다시 지속된다는 말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별도 인터뷰 시간에서 현재 한국의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 내에서의 위치와 정부의 인식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최악의 답이 아닌가 한다"며 이전 발표 시간 때의 답변을 다시 꺼냈다.
한국 경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은 부족하다고 전제한 로치 회장은 이어 "지난 IMf 위기 이후 한국이 시도한 소비 중심의 회복 전략이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부동산 거품 등 문제점도 있었다. 앞으로 완화 통화정책으로 인한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그는 "국제기구에서 시도한 금융아키텍처 등 새로운 틀을 통한 불균형 해법 구상은 현실적이지도 못했고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은 다자간 기구의 해법에 종속되거나 의존하면 안되고 자생적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달러화의 상대적인 가치 변화가 한국 수출 경제와 보유한 대규모 달러화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묻자, "지난 7년 동안 달러화 약세 전망을 맞춰왔는데 지난 해에는 틀렸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다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적자는 저축으로 메우기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로치는 "앞으로 달러화 약세는 완만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manageable)일 것으로 보지만, 무역 마찰 등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급락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미국 위기가 아니라 세계 경제 위기
이날 스티븐 로치 회장은 "이번 위기를 미국의 문제로 보지 말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예외적인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세계 경제의 위기로 보자"고 제안했다.
영국 금융시스템의 위기에서 보이듯 안전한 곳은 없으며, 상품시장이나 이머징마켓 그리고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서 보이듯 곧 터질 수 밖에 없는 거품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품의 전제조건은 유동성이 넘치고 금리가 매우 낮을 때인데, 이 뿐 아니라 규제당국과 중앙은행 그리고 월가 위험관리 등이 모두 문제였다고도 했다.
로치는 '탄광의 카나리아'로 2000년 닷컴 버블과 2007년 터진 서브프라임 사태를 들었다. 전자가 주식시장의 가치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면 후자는 세계경제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이런 위기의 전조에 대해 그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거나 하는 식으로 계속 '부인'을 했기 때문에 위기는 더 심화되었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이어 로치 회장은 "빠르고 쉬운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 오랫동안 축적된 불균형을 뿌리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미국은 소비를 덜하고 저축을 더하며 반대로 아시아가 소비를 더하고 저축을 덜 하는 '지속가능한 모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GDP 대비 소비가 최대 72% 비중까지 갔는데 세계 신기록이며, 이는 소득 증가를 동반하지 않은 부동산과 신용 거품이라는 부의 효과에 기반한 것으로 결국 "괴물 같은 쓰나미"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거품 이후 사회에서 이 소비의 비중은 1975년~2000년 기간이 평균인 67%까지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지금은 71%로 줄었으니 앞으로 4%포인트 더 줄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2~3년 혹은 그 이상의 다년간에 걸친 조정이 필요하며, 미국이 과거 일본 상황을 재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무역 의존을 낮춰야 하며, 결국 수출 주도 경제성장 모형을 바꿀 필요가 있는데 이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미국 소비가 수년간에 걸쳐 침체될 것이므로 세계경젠느 오랫동안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치는 이날 자신의 비관론적인 입장이 미국 주류 입장에서도 배척된 적이 많았다면서 "불균형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나 낙관론자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미리 불균형을 풀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 좋았겠다"고 회고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농담삼아 "미국에서 부정적으로 쓰고 아시아를 좋다고 했더니 아시아 회장으로 왔다. 여기와서는 다시 '탈동조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쓰기 시작했다. 아마도 두바이로 가야할 것 같지만 거기서도 부동산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모간스탠리에서는 아무래도 나를 보내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고 말하기도 했다.
◆ 오바마, 교역 노동 문제 등 용단 필요.. 지속가능한 모델 찾아야
한편 스티븐 로치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취임을 앞두고 쓴 소리를 내놓았다.
오바마가 나프타(NA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런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전체 경제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줄어들고 반대로 부자의 소득 수준은 계속 증가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깊은 경기침체를 맞아 실업률이 급등하고 있는 등 중산층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음을 상기했다.
특히 로치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쟁점화되고 있는데, 특히 팽창기에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수축기에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해 지지자를 만들기 위해 설득하고 용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백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또 이를 통해 중요한 경험과 교훈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새 행정부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형을 찾아 낼 지혜와 용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