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 저물어/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나는 돌아갈 뿐이다"
방금 정희성 시인의 대표작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한 폭과 같은 심정의 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 노트북을 연다.
그는 또,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가슴으로도 본다"는,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며 "아름답게 포기를 할 줄도 안다"는 오광수 시인의 <아름다운 중년>이란 싯귀를 맞 붙인 채 와이셔츠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오늘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김창록 총재다. 이 시편들을 몇 번이나 되뇌었을까?
"먹을 것 없는 사람의 마을로/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하는 것을 알지만 고단했던 일손을 놓으며 거기 슬픔을 퍼다 버림으로써 다시 내일의 삶과 일을 기약하는 거룩한 작업이 저문 강에 삽을 씻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생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으로 포기를 할 줄 알면서도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 가는" 역할을 생각했을까.
김 총재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차질 없이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감사원의 간섭과 통제가 어떤 질곡을 안겨 주는지 비근한 예를 다시 들면서 이제 민영화의 길에 오른 산업은행은 "리스크나 수익의 크기를 불문하고 자금공급 극대화를 했던 마인드를 버리고 수익 극대화와 IB입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의 그늘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민영화 로드맵이 발표되고 나면 사회가 들썩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안에 따라서 반대를 하는 부처나 업계도 있을 것이고 왜 산업은행만 특혜를 주느냐고 잡아 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약 2년 6개월, "산은 총재직을 그만큼 한 것은 행운스러운 편"이었다고 쓰린 속을 짐짓 괜찮다고 넘길 수는 있어도 그 동안 몸으로 직접 헤쳐 가며 겪었던 오해와 억측, 그로 인한 영업상 제약과 운신 폭의 극소화의 느낌이 아직 생생히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예상으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타이틀 대신 정부가 황금주 정도를 남긴 채 민간 투자은행그룹으로 탈바꿈 하게 될 것이다.
정부 보증이 없이 산금채나 외화채권을 찍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아직 여지가 남긴 했지만 국책은행으로서 누렸던 국제신용등급이나 절대 돈을 떼이지 않을 은행이라던 믿음은 적잖이 탈색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대가란 게 희망 섞인 기대치를 이야기 하자면 감사원의 일상적인 간섭과 정부의 세세하고 지속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 정도다. 더 거창한 무엇은 없다. 적자생존의 법칙만 남은 정글에 안전한 울타리에서 다듬은 근육과 발톱 그리고 이빨로 곧장 뛰어 들어야 할 처지다.
김 총재는 이제 저문 강에 삽을 씻었다. 내일 이 강변에는 종일 허리가 휘도록 민영화 경작을 하다가 하루, 날이 저물어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슬픔은 퍼다 버린 채 식솔들 기다리는 마을로 돌아가서 그 다음날 일을 하기 위한 휴식을 취하려 할 후임 총재가 나타날 것이다.
겉 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김 총재에게 식솔은 국민과 나라경제였겠지만 후임 총재에게 식솔은 누구일까, 전적으로 국민과 나라경제가 아니라 새로 탄생할 KDB투자은행그룹 그 자체다.
아니 오히려 국민보다는 주주들이 먼저일 것이다. 주인인 국민을 대신할 정부는 그 주주들 중 일부일 뿐일 터.
그런대로 옥답이었던 곳이 앞으로 어떤 작물을 주로 경작해서 얼마 만큼의 식량을 만들어 누구와 나눌 것인가. 이 문제는 아직 제대로 정부나 금융계 모두 짚어 보지 않았다. 민영화가 능사인지 깊은 성찰을 거치지 않기로도 마찬가지다.
기자의 가슴에 "먹을 것 없는 사람의 마을"이란 정희성 시인의 싯귀가 새삼 큰 울림으로 내려 앉는 것은 함부로 낙관할 수 없는 대한민국 금융산업 미래의 불가측성 때문이다.
물론, 큰 지혜 큰 힘으로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갈수 있다면 싯귀와 다른 마을로 달라지겠지만.
방금 정희성 시인의 대표작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한 폭과 같은 심정의 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 노트북을 연다.
그는 또,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가슴으로도 본다"는,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며 "아름답게 포기를 할 줄도 안다"는 오광수 시인의 <아름다운 중년>이란 싯귀를 맞 붙인 채 와이셔츠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오늘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김창록 총재다. 이 시편들을 몇 번이나 되뇌었을까?
"먹을 것 없는 사람의 마을로/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하는 것을 알지만 고단했던 일손을 놓으며 거기 슬픔을 퍼다 버림으로써 다시 내일의 삶과 일을 기약하는 거룩한 작업이 저문 강에 삽을 씻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생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으로 포기를 할 줄 알면서도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 가는" 역할을 생각했을까.
김 총재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차질 없이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감사원의 간섭과 통제가 어떤 질곡을 안겨 주는지 비근한 예를 다시 들면서 이제 민영화의 길에 오른 산업은행은 "리스크나 수익의 크기를 불문하고 자금공급 극대화를 했던 마인드를 버리고 수익 극대화와 IB입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의 그늘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민영화 로드맵이 발표되고 나면 사회가 들썩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안에 따라서 반대를 하는 부처나 업계도 있을 것이고 왜 산업은행만 특혜를 주느냐고 잡아 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약 2년 6개월, "산은 총재직을 그만큼 한 것은 행운스러운 편"이었다고 쓰린 속을 짐짓 괜찮다고 넘길 수는 있어도 그 동안 몸으로 직접 헤쳐 가며 겪었던 오해와 억측, 그로 인한 영업상 제약과 운신 폭의 극소화의 느낌이 아직 생생히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예상으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타이틀 대신 정부가 황금주 정도를 남긴 채 민간 투자은행그룹으로 탈바꿈 하게 될 것이다.
정부 보증이 없이 산금채나 외화채권을 찍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아직 여지가 남긴 했지만 국책은행으로서 누렸던 국제신용등급이나 절대 돈을 떼이지 않을 은행이라던 믿음은 적잖이 탈색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대가란 게 희망 섞인 기대치를 이야기 하자면 감사원의 일상적인 간섭과 정부의 세세하고 지속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 정도다. 더 거창한 무엇은 없다. 적자생존의 법칙만 남은 정글에 안전한 울타리에서 다듬은 근육과 발톱 그리고 이빨로 곧장 뛰어 들어야 할 처지다.
김 총재는 이제 저문 강에 삽을 씻었다. 내일 이 강변에는 종일 허리가 휘도록 민영화 경작을 하다가 하루, 날이 저물어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슬픔은 퍼다 버린 채 식솔들 기다리는 마을로 돌아가서 그 다음날 일을 하기 위한 휴식을 취하려 할 후임 총재가 나타날 것이다.
겉 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김 총재에게 식솔은 국민과 나라경제였겠지만 후임 총재에게 식솔은 누구일까, 전적으로 국민과 나라경제가 아니라 새로 탄생할 KDB투자은행그룹 그 자체다.
아니 오히려 국민보다는 주주들이 먼저일 것이다. 주인인 국민을 대신할 정부는 그 주주들 중 일부일 뿐일 터.
그런대로 옥답이었던 곳이 앞으로 어떤 작물을 주로 경작해서 얼마 만큼의 식량을 만들어 누구와 나눌 것인가. 이 문제는 아직 제대로 정부나 금융계 모두 짚어 보지 않았다. 민영화가 능사인지 깊은 성찰을 거치지 않기로도 마찬가지다.
기자의 가슴에 "먹을 것 없는 사람의 마을"이란 정희성 시인의 싯귀가 새삼 큰 울림으로 내려 앉는 것은 함부로 낙관할 수 없는 대한민국 금융산업 미래의 불가측성 때문이다.
물론, 큰 지혜 큰 힘으로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갈수 있다면 싯귀와 다른 마을로 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