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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
케네스 벤디너 저/남경태 역 | 예담 | 1만8000원
이젠 아름다운 명화를 보는 것은 고단한 품을 팔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누구나 친숙하게 볼 수 있어야 할 명작 회화 작품들은 이제는 명품이 되어서 박물관의 창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여지껏 미술평론업계는, 이제는 그들만의 영역이 되어버린 미술 감상의 방법을 주도하고 있어 보통 사람들에게 감상이란 그다지 시덥지 않은 구경거리가 된 지 오래다.
반면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인 케네스 벤디너는 거의 비전문가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음식을 그린 그림들 속에 담긴 그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17세기 회화 작품에는 빵과 생선이 그려진 것들이 있다. 저자는 그 작품들이 고기를 먹지 말고 고통을 견디며 욕망을 정화하라는 종교적인 명령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서양인들의 식단에 육류가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이므로 그 이전까지 육류는 부유층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즉 고기를 먹지 말라는 교회의 명령은 완전히 비현실적이고 수사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처럼 음식과 식생활이라는 인문학적 주제와 음식 회화의 변천이라는 예술적 테마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특히 회화 작품을 해설하면서 미술적 기법이나 유파 구도 등을 버리고, 당시의 생활사나 성 의식같이 재미를 끌 만한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음식을 그린 그림으로 재구성한 서양생활사이자 동시에 회화 속 숨겨진 상징을 찾아보게 하는 흥미로운 감상법도 가르쳐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