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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클리닉⑬-노화(老化)와 장수(長壽)
직장인들이 가끔 주말이나 휴일을 만나 바쁜 일상을 벗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서정주, 국화 옆에서>”처럼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볼 때, 피부는 쪼그라지고 구석구석에 흰머리가 잡히는 서글픔을 느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40대가 가까워오면서 하나씩 늘어가는 흰머리를 아이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뽑으라고 시켜본 경험을 모두들 갖고 계실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서양의학에서는 노화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설명을 하고 있다. 우선 노화는 예정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내적인자인 유전자에 의해 노화와 수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생화학적 대사 경로가 둔화되어 노화가 온다는 것인데, 이는 생물이 종과 암수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볼 때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유해인자손상설이다. 세포조직에 어떤 해로운 인자가 생겨 생체물질이 손상된다는 이론인데, 대표적인 것이 활성산소이론이다. 정상적인 대사과정 중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활성산소들에 의해 생체물질이 손상을 받게 된다는 것으로, 최근 이를 줄여준다는 여러 가지 건강식품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의학의 고전이라고 하는 <황제내경>에서는 여성은 7년을 주기로, 남성은 8년을 주기로 인체의 성장, 노화의 단계가 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금은 기계론적인 측면이 있으나 나름대로 매우 합리적인 이론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여성들은 1×7=7세엔 신장의 기운이 성하여 치아를 갈고 머리카락이 길어지며 2×7=14세가 되면 임맥(任脈)이 통하며 태충맥(太衝脈)이 성하여 생리를 시작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 3×7=21세가 되면 신장의 기운이 평균을 이루어 사랑니가 나고 키가 최고조까지 커진다. 4×7=28세가 되면 근골이 견고해지고 모발의 길이가 최고에 달하며 신체가 무성하고 건장하다. 가히 인생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그러나 5×7=35세가 되면 양명맥(陽明脈)이 쇠해져서 얼굴이 초췌하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며, 6×7=42세엔 삼양맥(三陽脈)이 쇠해져서 얼굴이 모두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세게 된다고 했다. 7×7=49세가 되면 임맥이 허하고 태충맥이 쇠약해져서 월경이 줄고 땅의 법도가 통하지 않아 형상이 무너지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49-50세가 되면 폐경기 갱년기가 오는 현대의학적 개념과도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진다.
남성들의 경우는 1×8=8세엔 신장의 기운이 실해져서 머리카락이 자라고 이를 갈게 되며, 2×8=16세가 되면 신장의 기운이 무성해져서 천계가 이르고 정기가 흘러넘치며 음양이 화합하게 되어 아이를 가질수 있게 된다. 3×7=24세가 되면 신장의 기운이 평균으로 되어 근골이 강해지므로 사랑니가 나고 키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4×8=32세가 되면 근골이 융성하고 기육이 꽉찬다.
하지만 5×8=40세가 되면 신(腎)의 기운이 쇠하여져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빨이 마른다. 6×8=48세가 되면 양기가 위에서 쇠하여 얼굴색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절반은 희게 된다. 7×8=56세가 되면 간의 기운이 쇠하여 근육을 움직일수 없고 음기가 말라 정자가 적어지고 신장이 쇠약해져서 형체가 다 극한에 달한다. 8×8=64세가 되면 이빨도 머리카락도 모두 빠지게 된다. 2000여년 전의 관찰이지만 현대에도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가?
이로 보건대 한의학에서 보는 노화의 이치는 오장(五臟)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어그러지며 쇠해가는 일, 특히 신(腎)의 기운 및 정(精:물질)이 얼마나 성쇠해 가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져 있다. 절제와 균형의 삶이야말로 어떤 약이나 치료보다 건강과 장수에 최고의 방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