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주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단기 급등한 이후 달러/원 환율이 반락하며 930원대 지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은 달러/원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이후 숨고르기 속에서 기술적 반등을 이뤘고 이런 과정에서 달러/엔 고공 행진 속에서 엔/원 환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공동 명의로 구두개입에 이어 강력한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시장의 하락 심리를 돌려놓기에 이르렀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달러/원 환율과 엔/원 환율이 경제펀더멘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달러/원 환율의 하락도 하락이지만 100엔/원 환율이 760원대로 떨어지면서 약 9년 7개월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이 짙게 배인 것을 알 수 있다.
원화 강세가 벌써 수년래 지속되고 있고 여타 아시아 통화보다 절상폭이 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수출 주도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0일까지 수출증가율이 0.4%에 그쳤다. 월말 집중되는 수출을 봐야겠지만 작년 5월 수출규모가 컸던 탓에 5월에는 수출증가율이 두자리수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 환율 다시 시험대, 세계 증시 호황 부담
그렇지만 최근 국제외환시장의 기류는 단순히 통화면에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대응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 주가 강세가 지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고 중국 등 아시아 증시 역시 호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 증시 역시 1,600선대를 열어 제끼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의 세계 증시 상황을 단순히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로만 규정하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미국은 다소 약화되고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의 경제 펀더멘탈이 살아나고 부동산 버블이 완화하는 가운데 자원배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역시 고용이 덜 회복돼 내수가 아직 덜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 경기가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부문에서 유동성이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다.
(이 기사는 오전 8시 2분 유료회원들께 앞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조선업체 수주확대 부담, 외환수급구조 취약 여전
특히 조선업체들의 활발한 수주는 주식시장을 선도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을 인식시키고 있다.
물론 외환시장의 취약한 구조 탓에 조선업체들의 수주 확대는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을 다소 과도하게 하락시키는 압박요인을 제공하고 것도 사실이다.
수출업체들이 경영리스크를 줄이고 영업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수출계약에 따른 환리스크 관리, 즉 매도헤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부문은 실적이 좋은 데다 중장기적이면서 ‘선진적인’ 헤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수입업체들의 매수헤지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
또 은행권 등의 시장 참가자들이 호흡이 짧고, 외환시장의 거래 비중이나 집중력 면에서 이들을 비롯한 수출업체들의 지배력이 지속되고 있어 실제 헤지 여부를 포함한 수급상 공급우위 불균형이 가중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주가 상승세나 국내 수급상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외환시장의 여건은 원화 약세 요인이 별로 없다는 쪽으로 귀결되고 다시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 환율 추가 하락 시도 예상, 당국 태도 주목
외환당국이 나서서 때때로 강력한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환율의 하락 속도를 조율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여건 변화나 추세를 돌려놓지 못하기 때문에 환율의 하락 기대 심리를 완전히 되돌려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달러/원 환율이 다시 930원을 하향 테스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되며, 시장 역시 당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930원 아리랑 고개’를 둘러싼 실랑이는 좀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국이 개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바가 환율 안정이라면, 즉 공급을 방어하는 가운데 수요를 유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시장에 메시지를 제공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중국의 ‘트리플’(Triple) 긴축 조치 영향도 있긴 했으나 전날 달러/원 환율이 4원이나 떨어진 것은 단기 급등 뒤 하락 조정이 자연스럽다고 해도 예상보다 빠른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시 당국이 물러서지 않을까 하는 심산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섣불리 물러났다가는 수요가 대폭 후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입 효과가 아니라 후유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일단 930원 지지 테스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아래쪽으로는 928원대의 지지 여부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933~934원대의 120일, 60일선의 저항을 확인한 이상 927.00원 수준의 20일선을 유지하느냐가 주목되는 가운데 단기 피봇상 930.90원을 중심으로 929.30~931.70원, 928.50~933.30원선의 등락 탐색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