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금융혁신으로 리스크가 분산되기는 했지만, 이는 또한 자산가격을 왜곡하여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세계최대 채권펀드사인 미국 핌코(PIMCO)의 빌 그로스(Bill Gross) 수석투자전략가가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초 제출한 2월 투자전망보고서를 통해 펀더멘털 보다 오히려 유동성에 좀 더 좌우되는 자산시장은 그 유동성의 위축 가능성 때문에 단기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스의 이번 지적은 신용파생상품이 "금융시장의 대량살상무기"라고 말한 워렌 버핏(Warren Buffet)의 저 유명한 표현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파생상품의 호황이 세계금융 및 경제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다보스의 다수 정책당국자들의 지적과 같은 울림을 가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그로스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감소세와 기업순익의 둔화 속에 자사주환매의 감소전망을 각각 대규모 유동성 축소 요인으로 꼽았다.
다음은 그로스의 2월 투자전망 보고서를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기사는 31일 10시38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금융혁신과 세계화가 자산시장에 미친 영향
금융혁신과 세계화라는 두 가지 흐름 때문에 최근에는 자산가격의 투자수익률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미국에서 지난 10년 사이 발생한 두 차례의 '거품'은 차입자본과 가격변화에 둔감한 외환보유액의 미국 금융시장으로의 재환류의 힘을 증언하고 있다.
1990년대말 주식거품은 진정한 기술혁신을 기반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그 정점은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은 아시아 외환보유액의 글로벌 송환를 배경으로 한 신용창출이 이끌어 낸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주택시장의 거품 역시 거의 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낮은 투자수익률을 마다않고 미국 재무증권 및 모기지시장으로 유입된 것과 누구든지 엄청나게 올라 감당할 수 없는 주택조차 구입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이고도 황당한 모기지 창출이 이루어진 점 때문에 크게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이제는 거의 확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주식 그리고 부동산의 추세가 최근에는 역사적 가치모형이나 실물경제의 성장 자체와는 대조적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가격변화에 무감하고 레버리지화된 금융 흐름의 손에 놓이게 됐다.
1999년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던 25배 PER는 전례없는 자본유입과 투자열풍 속에 2001년 35배 PER까지 가게 되자 무색해졌다. 4.50% 내외에서 거의 고착된 10년 재무증권 수익률은 연준(Federal Reserve)을 미혹하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2003년부터 2006년 중순까지 단기금리가 425bp 상승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풍부한 해외중앙은행의 매수세력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이 같은 해외로부터의 자금 송환으로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가 형성됐고, 이는 주택가치를 사상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따라서 오늘날 투자자들은 분석을 달리하거나 아예 반대로 계산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자산가격이 더이상 전적으로 실물경제의 함수가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제는 실물경제가 자산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자산가격은 비역사적 기원과 구성 그리고 불확실한 주기를 지닌 금융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 미국 무역수지 적자와 기업의 자사주환매
우리가 경제학의 기초 "Y=C+I+G+(X-M)" 분석으로 금리와 주가를 예측했다면, 2007년 경제학은 기업의 자사주환매, 국제 외환보유액 흐름 그리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앞서 두 가지 요소보다 앞서거나 이점을 얻으려는 포지셔닝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하게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혹은 투자자들의 "과잉(exuberance)"을 분석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환매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데 열성적이어서는 아니다. 단순히 남아도는 돈으로 할 것이 없어서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국 중앙은행들이나 석유달러 환류세력은 자체 통화가치를 억제하거나 중동의 지정학적인 고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금융 흐름이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사례를 보려면 21세기 미국의 무역수지적자 추세 이상 좋은 사례가 없다. 이런 추세는 이미 주식거품과 주택거품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즉 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매년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8000억달러의 현금이 유입되어야 하는 배경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한다. 이것이 아니라면 미국 채권과 주식가격은 훨씬 더 낮아야 하겠지만, 우스꽝스럽게도 이것 때문에 이들 자산가격이 더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에 월간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역전되면서 주가가 20% 하락하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이 보합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적자확대 추세가 개시되면서 주가가 회복되고 채권시장에 이상현상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의장이 지적한 "과잉"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인위적으로 높은 채권가격 및 낮은 금리가 지속된 것이다. 아마도 채권수익률 역전 양상이 자산가격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정상적인 경기주기상의 영향이 제한되는 한 이 같은 "과잉"의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같은 역사적 분석은 그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고유한 논리는 존재한다. 즉 은행에 잔고가 많으면 자산가격은 올라라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생상품의 확대로 인해 그 논리도 복잡해졌다. 각종 파생상품 덕분에 주택보유자는 주택가격 상승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고 기관들은 리스크 스프레드를 압축할 수 있었으며 모든 자산시장이 유동성 증가와 위험분산 덕분에 더욱 높은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자산가격의 이 고지가 영원한 마루가 될 수는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유동성 흐름이 그 영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험을 수용할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 활개치고 싶다면, 다른 모든 조건과 무관하게 24시간 대기 중인 카지노에 갈 일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의 현금흐름 증가추세와 이것이 자산가격에 미친 영향을 검토해보자. 2001년 경기침체 이후 기업의 순익은 불길처럼 증가일로를 보여왔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5%에서 9%까지 확대됐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4000억달러가 넘는 이 증가분 대부분은 공장이나 장비 등 설비투자에 사용되어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막대하게 남아도는 수익으로 다른 대안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한 기업들은 자사주환매를 선택했다. 분기별 자사주환매 추세를 보면 연간 증가분이 거의 3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주식시장을 통해 금융자산 가격을 부양했던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기업의 자사주환매와 무역수지 적자 증가를 통해 채권 및 주식시장에 조달된 자본을 모두 합치면 2001년 경기침체 종료 이후 매년 1조달러 정도의 자본이 미국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것을 알 수 있다.
헤지펀드와 여타 차입투자자들은 이런 무역적자와 자사주환매의 영향에 대해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이들이 CDO 등 파생상품에 적극투자했다는 점은 자산시장이 최근 수년간 왜 그렇게 잘 나갔는지, 그리고 지금 여기서 자산가격 전망이 왜 그렇게 어렵다고 토로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지금 자산가격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갈수록 가치변화에 둔감한 유동성 흐름과 투기적인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또한 이제는 막대한 유동성흐름이 고갈되고 자산가격이 더이상 상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할 위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유동성 고갈 조짐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기 시작할 조짐이 보이고 있는 점이 시사적이다. 이는 물론 최근 달러화의 약세로 수입이 다소 억제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2006년 8~9월 이후 유가의 하락에 따른 것이다. 향후 유가의 변화에 따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큰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급락한 것은 연간 무역수지로 따지면 약 1000억달러 적자감소 영향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정도 유동성이 채권 및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셈이 된다. 물론 차입포지션이 청산된다면 그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연간 7000억달러가 계속 유입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레버리지에 기초한 자산가격은 갈수록 많은 유동성의 유입을 원하지 결코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선에서 안정된다면 이는 시장에서 1000억달러 유동성의 고갈과 맞먹는다.
한편 두 번째 자산시장의 변동성 요인은 기업의 자사주환매 추세가 중단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에 있다. 기업의 순익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할 수는 없다. 근로자들이 더 많은 급여를 원하게 되고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을 요구하게 된며 정부도 더 많은 법인세를 거두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지만,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임박한 변화의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순익은 실질 GDP 그리고 명목 GDP 성장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의 차트가 보여주듯 명목GDP성장률이 수년 내에 4~5% 범위까지 둔화된다면 기업순익과 자사주환매 흐름에 분명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명목성장률이 5% 수준이 된다면 기업순익의 GDP대비 비중은 2% 정도 줄어들면서 역시 1000억달러 유동성 축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제시한 분석이 다소 과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 전례없는 현금흐름이 자산가격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 같은 유동성이 고갈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충분히 정당한 것이다.
금융카지노의 혁신 지속을 감안한다면 유동성이 고갈되는 시점이나 그 영향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연준의장이 2005년 8월 언급한 것처럼 "최근 수년간 세계경제활동은 다양한 유형의 자산시장의 자본이득과 이 시장의 자본조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왔다".
아직 유동성 흐름에는 여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채권시장의 기간 프리미엄을 포함한 위험시장은 똑바로 걷지를 못하고 있다. 주식과 신용스프레드 그리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는 수익률이 연방금리를 계속 밑돌 것으로 보이는 중장기 채권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번 주초 제출한 2월 투자전망보고서를 통해 펀더멘털 보다 오히려 유동성에 좀 더 좌우되는 자산시장은 그 유동성의 위축 가능성 때문에 단기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스의 이번 지적은 신용파생상품이 "금융시장의 대량살상무기"라고 말한 워렌 버핏(Warren Buffet)의 저 유명한 표현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파생상품의 호황이 세계금융 및 경제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다보스의 다수 정책당국자들의 지적과 같은 울림을 가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그로스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감소세와 기업순익의 둔화 속에 자사주환매의 감소전망을 각각 대규모 유동성 축소 요인으로 꼽았다.
다음은 그로스의 2월 투자전망 보고서를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기사는 31일 10시38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금융혁신과 세계화가 자산시장에 미친 영향
금융혁신과 세계화라는 두 가지 흐름 때문에 최근에는 자산가격의 투자수익률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미국에서 지난 10년 사이 발생한 두 차례의 '거품'은 차입자본과 가격변화에 둔감한 외환보유액의 미국 금융시장으로의 재환류의 힘을 증언하고 있다.
1990년대말 주식거품은 진정한 기술혁신을 기반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그 정점은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은 아시아 외환보유액의 글로벌 송환를 배경으로 한 신용창출이 이끌어 낸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주택시장의 거품 역시 거의 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낮은 투자수익률을 마다않고 미국 재무증권 및 모기지시장으로 유입된 것과 누구든지 엄청나게 올라 감당할 수 없는 주택조차 구입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이고도 황당한 모기지 창출이 이루어진 점 때문에 크게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이제는 거의 확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주식 그리고 부동산의 추세가 최근에는 역사적 가치모형이나 실물경제의 성장 자체와는 대조적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가격변화에 무감하고 레버리지화된 금융 흐름의 손에 놓이게 됐다.
1999년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던 25배 PER는 전례없는 자본유입과 투자열풍 속에 2001년 35배 PER까지 가게 되자 무색해졌다. 4.50% 내외에서 거의 고착된 10년 재무증권 수익률은 연준(Federal Reserve)을 미혹하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2003년부터 2006년 중순까지 단기금리가 425bp 상승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풍부한 해외중앙은행의 매수세력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이 같은 해외로부터의 자금 송환으로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가 형성됐고, 이는 주택가치를 사상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따라서 오늘날 투자자들은 분석을 달리하거나 아예 반대로 계산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자산가격이 더이상 전적으로 실물경제의 함수가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제는 실물경제가 자산가격에 의해 결정되며, 자산가격은 비역사적 기원과 구성 그리고 불확실한 주기를 지닌 금융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 미국 무역수지 적자와 기업의 자사주환매
우리가 경제학의 기초 "Y=C+I+G+(X-M)" 분석으로 금리와 주가를 예측했다면, 2007년 경제학은 기업의 자사주환매, 국제 외환보유액 흐름 그리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앞서 두 가지 요소보다 앞서거나 이점을 얻으려는 포지셔닝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하게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혹은 투자자들의 "과잉(exuberance)"을 분석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환매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데 열성적이어서는 아니다. 단순히 남아도는 돈으로 할 것이 없어서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국 중앙은행들이나 석유달러 환류세력은 자체 통화가치를 억제하거나 중동의 지정학적인 고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금융 흐름이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사례를 보려면 21세기 미국의 무역수지적자 추세 이상 좋은 사례가 없다. 이런 추세는 이미 주식거품과 주택거품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즉 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매년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8000억달러의 현금이 유입되어야 하는 배경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한다. 이것이 아니라면 미국 채권과 주식가격은 훨씬 더 낮아야 하겠지만, 우스꽝스럽게도 이것 때문에 이들 자산가격이 더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에 월간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역전되면서 주가가 20% 하락하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이 보합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적자확대 추세가 개시되면서 주가가 회복되고 채권시장에 이상현상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연준의장이 지적한 "과잉"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인위적으로 높은 채권가격 및 낮은 금리가 지속된 것이다. 아마도 채권수익률 역전 양상이 자산가격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정상적인 경기주기상의 영향이 제한되는 한 이 같은 "과잉"의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같은 역사적 분석은 그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고유한 논리는 존재한다. 즉 은행에 잔고가 많으면 자산가격은 올라라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생상품의 확대로 인해 그 논리도 복잡해졌다. 각종 파생상품 덕분에 주택보유자는 주택가격 상승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고 기관들은 리스크 스프레드를 압축할 수 있었으며 모든 자산시장이 유동성 증가와 위험분산 덕분에 더욱 높은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자산가격의 이 고지가 영원한 마루가 될 수는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유동성 흐름이 그 영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험을 수용할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 활개치고 싶다면, 다른 모든 조건과 무관하게 24시간 대기 중인 카지노에 갈 일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의 현금흐름 증가추세와 이것이 자산가격에 미친 영향을 검토해보자. 2001년 경기침체 이후 기업의 순익은 불길처럼 증가일로를 보여왔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5%에서 9%까지 확대됐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4000억달러가 넘는 이 증가분 대부분은 공장이나 장비 등 설비투자에 사용되어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막대하게 남아도는 수익으로 다른 대안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한 기업들은 자사주환매를 선택했다. 분기별 자사주환매 추세를 보면 연간 증가분이 거의 3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주식시장을 통해 금융자산 가격을 부양했던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기업의 자사주환매와 무역수지 적자 증가를 통해 채권 및 주식시장에 조달된 자본을 모두 합치면 2001년 경기침체 종료 이후 매년 1조달러 정도의 자본이 미국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것을 알 수 있다.
헤지펀드와 여타 차입투자자들은 이런 무역적자와 자사주환매의 영향에 대해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이들이 CDO 등 파생상품에 적극투자했다는 점은 자산시장이 최근 수년간 왜 그렇게 잘 나갔는지, 그리고 지금 여기서 자산가격 전망이 왜 그렇게 어렵다고 토로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지금 자산가격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갈수록 가치변화에 둔감한 유동성 흐름과 투기적인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또한 이제는 막대한 유동성흐름이 고갈되고 자산가격이 더이상 상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할 위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유동성 고갈 조짐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기 시작할 조짐이 보이고 있는 점이 시사적이다. 이는 물론 최근 달러화의 약세로 수입이 다소 억제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2006년 8~9월 이후 유가의 하락에 따른 것이다. 향후 유가의 변화에 따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큰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급락한 것은 연간 무역수지로 따지면 약 1000억달러 적자감소 영향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정도 유동성이 채권 및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셈이 된다. 물론 차입포지션이 청산된다면 그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연간 7000억달러가 계속 유입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레버리지에 기초한 자산가격은 갈수록 많은 유동성의 유입을 원하지 결코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선에서 안정된다면 이는 시장에서 1000억달러 유동성의 고갈과 맞먹는다.
한편 두 번째 자산시장의 변동성 요인은 기업의 자사주환매 추세가 중단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에 있다. 기업의 순익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할 수는 없다. 근로자들이 더 많은 급여를 원하게 되고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을 요구하게 된며 정부도 더 많은 법인세를 거두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지만,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임박한 변화의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순익은 실질 GDP 그리고 명목 GDP 성장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의 차트가 보여주듯 명목GDP성장률이 수년 내에 4~5% 범위까지 둔화된다면 기업순익과 자사주환매 흐름에 분명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명목성장률이 5% 수준이 된다면 기업순익의 GDP대비 비중은 2% 정도 줄어들면서 역시 1000억달러 유동성 축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제시한 분석이 다소 과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 전례없는 현금흐름이 자산가격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 같은 유동성이 고갈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충분히 정당한 것이다.
금융카지노의 혁신 지속을 감안한다면 유동성이 고갈되는 시점이나 그 영향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연준의장이 2005년 8월 언급한 것처럼 "최근 수년간 세계경제활동은 다양한 유형의 자산시장의 자본이득과 이 시장의 자본조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왔다".
아직 유동성 흐름에는 여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채권시장의 기간 프리미엄을 포함한 위험시장은 똑바로 걷지를 못하고 있다. 주식과 신용스프레드 그리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는 수익률이 연방금리를 계속 밑돌 것으로 보이는 중장기 채권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