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사상 첫 핵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선언했다. 만약 이번 실험이 정확히 소기의 결과를 얻어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핵보유국 대열에 올라서려는 북한의 야심에 대한 외교적이며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어떤 방식의 해결책이나 혹은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든 이번 사태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완전히 변모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상 '필사적인 시도'인 것으로 보이는 이번 북한의 시도는 미국 부시정부가 이라크와 이란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간선거가 임박한 상황이라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으로 파악한 듯 하다.
부시행정부는 북한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력을 복원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됐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불같은 반응과 미국의 신중한 반응을 볼때, 북한이 중국과 미국 사이의 역학관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일 가능성에 주목하게된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종속된 중국을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제어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한 미국 군사전문가의 논평은 눈길을 끈다.
◆ 미국의 신중한 태도.. 유엔 안보리 통한 전방위 제재 시도할 듯
현재 북한 측이 이번 핵실험에서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어 지하 실험이 단행되었다고만 추측되고 있을 뿐 더이상 구체적인 공식 정보제출은 없는 상태.
여러나라의 공식적인 지진 관측을 통해 핵실험 사실 여부가 거의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여전히 구체적인 정보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美 백악관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는 핵실험이 단행되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으나,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국제사회와 미국의 노력을 거스르는 도발책동"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나아가 대변인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 정당한 근거가 없는 행위에 대해 즉각 대응책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미국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주변 동맹국들을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란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美 CNN은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월요일 미국시간 오전 9시30분 진행되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동맹국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게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이날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에 돌입한다. 현재 유엔의 15개 이사국들 중 한 곳을 제외하면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지지하고 있어 그가 코피 아난 총장의 후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결과에 대한 공식발표는 화요일 나올 예정이다.
◆ 시험대에 몰린 중국 지도부
한편 그 동안 북한의 동맹국으로서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중국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강력한 비난 성명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단호하게 핵실험에 반대한다"며,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상황을 더이상 악화시키는 어떠한 추가적인 행위도 하지말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정부의 고위관계자를 인용, 부시행정보의 초기대응은 북한에 대한 좀 더 강력한 금융제재를 실시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미 북한의 달러화 금융거래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경제는 불구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고위관계자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핵실험까지 하고 나선 북한에게 미국이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는 깊은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이 동북아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WSJ는 북한의 동맹국이자 생명줄이기도 했던 중국이 매우 심각한 시험에 직면했다며, 특히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종용했던 중국 지도부는 분노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특히 신문은 중국이 북한의 주된 식량 및 에너지 그리고 생필품 공급자 역할을 하면서 김정일 체제를 압박하는데는 반대해왔다며, 이는 북한체제의 붕괴는 중국으로의 난민을 유입시키는 등 혼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지어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에 통합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일본 핵보유 시도할까.. 군비경쟁은 되려 리스크 키우는 일 될 수 있어
그러나 또한 중국정부는 북한이 확실한 핵 보유국이 될 경우 동아시아 권력균형이 무너지면서 일본이 본격적인 군비경쟁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의 핵보유가 공식적을 인정된다면 일본은 이에 따른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 국가가 되며, 따라서 군비확장에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가 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완전히 변화시킬 빅이벤트라며, 국수주의적인 아베 신임총리가 들어선 일본은 핵무기 피해국인 자신들이 핵무기 보유를 금지한 것이 지금도 전략적인 면에서 의미가 있는지 회의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선언한 일본은 이미 동아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쟁점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입지를 닦아 놓은 상태다.
WSJ의 경우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일본도 핵보유국이 되려고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일본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일 경우 지역국가들의 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되어 일본의 입지가 더 위험스러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핵으로부터의 보호를 약속한 미국과의 안보조약에 의존하면서, 최근 도입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등과 같은 안보체제의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WSJ는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GDP의 1%로 제한된 국방예산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GDP의 4%를 약간 넘는 예산을 국방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WSJ는 북한의 이번 실험이 사실이라면 폭발규모가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아마도 북한이 현재 보유할 수 있는 핵 규모는 TNT폭발용량으로 10~20킬로톤(Kilotons)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참고로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핵폭탄의 위력은 TNT폭발용량으로 약 15킬로톤이었으며,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은 21킬로톤에 달했다.
이 같은 폭발용량은 수개월동안 실시하는 융단폭격을 눈깜작할 시간에 압축하는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앞서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미국과 일본이 한국정부에 대해 "햇볕정책" 노선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하고 노무현 정부가 계승한 이러한 정책은 그 동안 남한정부와 미국정부 사이에 커다란 긴장관계를 연출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 북한, 도발적인 미국과의 관계개선 시도..중국 견제책?
통상 핵실험은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인 동시에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핵보유국이 될 자격을 지녔음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핵실험이 단행된 이상 이는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비록 실험이 예상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더라도 이는 결고 '실패'로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한다. 바로 실패를 통해 매우 중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강력한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 핵실험의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실험이 성공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하면서, 미국 국방부 역시 최근 미사일방어 실험이 실패했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사실은 성공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이번 실험은 분명히 경제적이고 군사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배경이 미국이나 주변국에게 제대로 각인되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한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채널을 열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보인다.
데이빗 케이 전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이번 핵실험을 "필사적인 시도"라고 명명했다.
그는 북한은 양자대화를 시도했으나 미국이 계속 6자회담 틀을 고수하면서 도발을 불러일으킨 셈이라며, 모두들 미국이 당근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독립기념일과 컬럼버스 대륙발견 기념의 날에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이 미국의 관용정책을 바래서 그랬을까 생각해보라고 그는 충고한다.
여기서 케이는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압력을 넣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중국이 자신들에게 행사하는 경제적 지배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