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채권금리는 오름세로 출발했다가 내림세로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두가지 대형변수들을 잘 넘긴 셈이다. 2월 산업활동동향은 산업생산 헤드라인 숫자(작년동월비 20% 증가)는 좋았지만 이미 예상된 것이고 전월비 4.4% 감소한데다가 소비와 선행지수가 감소세로 돌아섬에 따라 경기회복이 완만하거나 둔화조짐이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산업활동동향은 채권에 우호적으로 보는 견해와 비우호적으로 보는 견해가 엇갈려 전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FOMC는 다소 비우호적이었지만 금리 수급으로 흘러내려FOMC는 단기금리를 4.75%로 0.25%포인트 올린 후 성명서의 내용은 2월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 추가인상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단기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더라도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는 쪽의 코멘트가 나올 것이란 기대를 한 곳도 꽤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에는 다소 비우호적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두 가지 변수는 전체적으로 약간 채권시장에 비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하락마감한 것은 수급의 힘으로 볼 수 있다.이 변수들을 앞두고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은 리스크관리를 하면서 포지션을 가볍게 해놨다. 포지션이 가벼운 상태에서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저가매수세가 조금씩 유입되자 금리가장기물을 중심으로 흘러내리는 양상을 보였다. 단기 수급이 일시적으로 좋기는 하지만 연준이 단기금리를 올려 한미간 단기금리격차가 이미 75bp로 확대됐고 5월10일 추가로 올리면 100bp로 더 벌어지는 상황이라 금통위가 콜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상당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타이밍의 문제인데 4월이 아니면 5월인상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성태 한은총재 "소신과 신중" 겸비.. 코멘트 리스크는 박 총재보다 적을 듯 이런 점에서 내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승 한은총재의 뒤를 이어 4월부터 한은의 수장으로 부임하는 이성태 한은총재 내정자(현 한은부총재)의 취임 일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은 그의 말에서 콜금리 인상 여부나 타이밍을 엿보려고 하기 때문이다.이성태 새 한은총재는 나름대로 소신이 있지만 신중한 사람이다. 한은 독립에 대한 강한 소신을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한은 조사부에 몸담으면서 경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논리를 갖췄다는 점은 소신있는 총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콜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는 한은 집행부 직원들에게 “돈이 헤프게 풀렸다”면서 부동산상승 등 저금리의 부작용이 많다는 점을 여러차례 지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이 강남지역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8학군을 해제(?)하는 무리수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 부총재가 자신의 소신을 강하게 표현할지 관심이다.이 새 총재는 소신과 동시에 신중함을 갖추고 있다. 그가 조사담당 한은부총재보로 있을 때 기자와 전화통화를 자주 했는데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견해와 전망을 명쾌한 논리로 펼치면서도 통화정책과 관련된 부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었다.이런 신중함은 지난주 목요일 한은 총재로 내정돼 기자실에 들러 인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 다른 총재 같으면 통화정책을 어떻게 펴겠다는 포부 쯤은 간단히 언급했을 텐데 그는 이에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신중함을 다시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승 총재는 말이 많아 논리의 자기모순에 빠지고 자신의 말을 뒤집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이로인해 시장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고 박 총재에 대한 비난여론이 컸던 게 사실이다.이 새 총재는 정통 한은맨으로서 그의 발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코멘트를 하는데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소신은 펼칠 것으로 보인다.다만 한은총재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기자들에게 상당히 많이 노출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소신과 신중 사이에서 줄타기가 그리 쉽지 않을 듯하고 이로인해 코멘트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그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셈이고 어떻게 그 시험을 통과할지 주목된다.◆ 4월 국고채발행물량은 전월과 비슷.. 시장중립적 평가어제 장마감후 재경부가 발표한 4월 국고채발행계획은 시장에 중립적일 듯하다.4월 국고채 발행물량은 5.927조원으로 전월의 5.942조원과 비슷하다. 만기별 물량도 거의 같다. 3년물은 1.627조원(3월 1.67조원), 5년물은 2.35조원(2.347조원), 10년물은 1.4조원(1.375조원), 20년물은 0.55조원(3월 0.55조원)이다.재경부 관계자는 “국고채발행물량은 시장이 예측가능하도록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월 균등발행원칙을 최대한 지켜 시장으로 하여금 예측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제 미국 국채수익률은 전일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FOMC가 전일 단기금리를 4.75%로 0.25%포인트 올린 후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실시된 140억달러의 5년만기 국채입찰이 부진한 것이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해외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대부분인 간접응찰비율은 26%로 지난해의 40-50%에 상당히 못미쳐 시장참가자들을 실망시켰다.연방기금금리선물은 12월말까지 단기금리가 5.25%로 인상될 가능성을 98%, 5월10일 FOMC에서 5.00%로 인상될 가능성을 97%, 6월 FOMC에서 단기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22% 각각 반영하고 있다. 오늘 채권시장은 어제 금리가 하락하면서 박스권 하단(3년국고채수익률 4.85-4.95%)에 근접한데다가 미국 국채수익률 오름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다소 오름세로 출발한 후 박스권 움직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수급이 여전히 괜찮아 매도플레이가 적극성을 띠기 어려운 반면, 이성태 새 한은총재의 취임 기자회견 및 금통위를 앞두고 코멘트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어 매수가 적극성을 띠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4.85-4.93%, 국채선물 6월물은 108.0-108.3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민병복 기자 bbmin9407@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