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치 및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들로 가득한 데도 불구하고 유독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美 다우존스 통신은 최근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포트폴리오 자금 순유입에도 불구하고 기존 헤지 및 캐리트레이드 포지션 이동에 따른 단기 자본유출 요인이 자리잡고 있으며, 내년 2분기까지는 엔화 강세요인들이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호재 불구 엔화 약세 지속, 배경에 의구심일본 경기 전망이 갈수록 밝아지면서 닛케이 평균주가가 4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는데도 엔화는 달러화 대비 16개월 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횡보하는 중이다.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몇 달간 계속해서 외환전문가들이 올해는 아시아 통화의 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굳건하게 유지해 왔는데, 중국이 결국엔 7월 21일부터 위앤화를 2% 평가절상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전망은 실현될 조짐이 없다.올들어 美 달러화는 엔화 대비 9.5% 올랐고, 심지어 9월 11일 중의원 선거 이후에도 2.5% 오름세를 견지하여 엔 대비 113엔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일단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채권시장으로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이들은 최근 몇 주간 해외투자자들의 日 주식매수세가 강하기는 했지만, 그 기간 동안 日 기관들의 해외 채권매수 규모가 오히려 더 많아 주간 대내외 증권매매 동향에서 순유출 양상이 지속되었다는 점을 그 증거로 제출했다.하지만 통상 日 기관들이 해외 채권 매수는 환율 변동에 대한 헤지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의 설득력이 없다.한편 다른 쪽에서는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달러환율의 변동에 대한 헤지를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는 결국 해외채권으로의 투자자금 유출 효과가 해외투자자들의 日 주식 매수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日 포트폴리오 순유입 불구 또다른 '단기 자본유출 요인'에 주목해야여기서 통신은 대내외 자본유출입 및 헤지 추세가 외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시장의 관점과는 다소 차별적인 美 금융컨설팅 업체 포캐스트(4Cast)소속 리서치 담당 이사 앨런 러스킨(Alan Ruskin)의 견해를 소개했다.그는 일본 재무성이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대내외 증권매매 동향과 7월까지 전체 국제수지를 살펴 본 결과, 경상수지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 그리고 장기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입을 합쳐볼 때 지난 해 11월 이후 계속 플러스를 기록했음을 발견했다.일반적으로 환율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시장의 수급 영향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엔화 강세가 나타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러스킨의 분석에 따르면 日 증시로 외국인들이 주식투자 자금 유입 추세는 4주 평균치로 볼 때 기록적인 수준인 반면, 日 기관의 해외채권 투자자금 유출액은 장기 추세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더구나 최근 3주 동안 해외투자자들은 양적완화 정책 중단 시사 발언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日 국채를 순매도하지 않았다. 재료만으로 본다면 이들은 마땅히 日 국채를 매도했어야 한다.결국 러스킨은 이런 저런 요소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엔화의 최근 약세는 결국 또다른 "단기 자본유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그 중에서 한 가지는 일본 기관 및 해외투자자들이 환율 변동성에 대한 헤지를 늘리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美 달러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 연기금 쪽에서 달러약세에 대한 방어 포지션을 제거한 부분이나 일본에 투자하는 미국기업들이 엔화 약세에 대한 헤지에 나선 부분도 이런 흐름에 포함된다. 이 경우 어떤 경우이든 포지션의 변화는 엔화 대비 달러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러스킨은 주장한다.한편 엔화를 조달통화(funding currency)로 하는 전형적인 캐리트레이딩의 효과도 지적된다. 일본계 은행이 브라질 은행 금리나 호주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가 그런 것인데, 이는 마치 日 은행이 해외에 돈을 빌려준 효과, 즉 단기 자본유출로 나타난다는 것.러스킨은 보고서에서 이상과 같은 단기 자본유출 요인이 과연 최근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러한 단기 자본유출이 엔화 약세에 핵심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적다"고 신중하게 지적했다.한편 그는 중국 위앤화 평가절상 속도의 가속화,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 중단,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및 특히 신흥시장 등에서의 캐리트레이드의 감소 등과 같은 엔화 반등 요인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려면 이들 네 가지 핵심요인들 중 두 가지 정도가 작동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된다.그러나 러스킨은 오히려 이런 지점에서, "최소한 2006년 2/4분기까지는 위에서 언급한 엔화 강세 요인들이 모두 반전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향후 엔화에 가장 큰 부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금융시장에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일본의 펀더멘털이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양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 요인들이 줄지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칸서베이가 분기점될까 주장도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日 단칸 서베이 결과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최근 외환시장 전망을 제출한 이코노미닷컴(Economy.com)의 애널리스트는 이번 단칸지수가 '서프라이즈'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단칸지수의 개선이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될 수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참고로 이코노미닷컴은 올해 4/4분기 달러/엔이 110엔을 기록한 뒤 내년 1분기에는 108엔, 2/4분기에는 106엔으로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제출한 상태. 이들은 비록 달러 전망치를 상향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이와 관련 ABN암로는 최근 달러/엔 환율 3개월 전망치를 이전 107엔에서 114.5엔으로 대폭 상향 수정했다. 다만 이들은 6개월 환율 전망치는 107엔, 그리고 1년내 달러/엔이 98엔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은 고수했다.ABN암로 역시 러스킨과 마찬가지로 연초 달러 약세전망에 기초한 헤지 포지션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엔화 약세의 핵심요인이었다고 지목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https://img.newspim.com/news/2024/07/02/2407021607133010_944_tc.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