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美 저금리 기조 속에 인기를 끌었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투자전략이 점차 그 빛을 잃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이런 전망은 그 동안 캐리트레이드의 후광 속에서 강력한 상승세를 보여왔던 다양한 리스크 높은 자산시장에서의 가격 급락세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는 지적과 함께 제출된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 칼럼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 세싯(Michael R. Sesit)은 연준리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의 급등 소식으로 인해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후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손실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공매도 전략 혹은 대안 투자처에 대한 매수 포지션 구축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물어가는 캐리트레이드 전망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여 고수익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美 국채시장을 비롯하여 전세계 투자은행들이 선호해 온 방식이지만, 그 가장 민감한 형태는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및 여타 투기세력들이 저금리로 달러를 조달하여 리스크가 높은 정크본드, 신흥시장 주식 및 채권, 주택담보증권, 상품 그리고 미국 주식시장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고 세싯은 말한다.그는 심지어 개인들도(주로 미국의 개인투자자들) 달러화를 차입하여 신규 주택이나 자신도 어디에 위치하였는지를 모르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또 이름을 제대로 기억도 하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양상마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세싯은 바로 이런 다소간 맹목적인 투자전략의 유행이 최근 수년간 다수 금융시장에서의 자산가격 상승세를 이끌어 낸 바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2001년 9월 포스트 버블 이후 바닥에서 2005년 3월의 고점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신흥시장은 달러화를 기준으로 무려 139%라는 기록적인 상승장세를 나타냈다. 그 중에서 헝가리는 436%, 체코 공화국은 무려 545%라는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한편 이 기간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DJIA)는 33% 상승하는데 그쳤고, 영국의 FTSE-100지수는 겨우 13% 올랐다. 독일 크세트라 닥스(Xetrea DAX)지수는 17%,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5%(각각 현지통화 기준) 상승했을 뿐이다.리스크가 큰 채권상품도 캐리트레이트의 주요한 표적이 되었다. JP. 모건의 EMBI+지수에 따르면 신흥시장 채권의 美 재무증권 수익률과의 스프레드는 2001년 9월에 930bp 수준까지 상승했던 것이 올해 3월에는 325bp 까지 줄어들었다. 또 캐리트레이드오 형성된 '이지머니(easy money)'로 인해 국제 상품시장 가격은 물론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아일랜드 등의 부동산가격은 지붕을 뚫을 기세로 솟구쳤다.하지만 세싯은 이런 모든 양상이 지나간 과거사에 불과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금리와 인플레이션 지표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캐리 트레이드가 더 이상 유력한 투자전략으로 선택되지 않고 있고, 게다가 이제까지 형성되었던 리스크 높은 자산에 대한 매수포지션이 이런 캐리트레이드의 소멸과 함께 동시에 청산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세싯은 런던 소재 이그제큐션(Execution Ltd.) 증권사의 전략가 대니얼 버치(Daniel Birch)의 언급을 인용, "캐리트레이드는 지난 2년간 인기 있는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사라지면서 위험한 투자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달러화로 차입한 투자자들은 이제 손실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회피경향에서 드러나는 균열조짐, 충격 줄일 완충전략 필요한편 세싯은 현재 전문가들이 미국의 금리상승은 대출비용을 상승시켜 美 가계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고 또한 부채규모가 많은 美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도록 강제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몇 가지 균열조짐, 즉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먼저 신흥시장 및 정크본드 시장에서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중이며, 가격 변동성 역시 증가하였으며, 신흥시장 증시는 2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7.9% 하락했다. 영국의 주택가격은 벌써 몇 달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롤프 엘제티(Rolf Elgeti) ABN암로의 유럽증시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점차 리스크 감수의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연준리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추세가 캐리트레이드를 "서서히 죽어가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만약 연준리가 금리인상 폭을 늘리기라도 한다면, 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이며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여기서 세싯은 독립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Strategy)의 전략가의 권고를 인용, 캐리트레이드 투자자들이 급격한 포지션의 붕괴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억제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며, 상태가 좋지 않은 신흥시장 채권 및 산업용 원자재 그리고 주요 "앵글로색슨" 시장 내의 금융, 주택 및 소비자내구재 관련 업종 주식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이렇게 숏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시아 통화와 유로화 그리고 유로존 및 일본주식시장 및 유로존 채권을 매수하는 것도 나름대로 완충작용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을 우려한다면 역시 "금"을 매수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쪽은 역시 금융부문지난 주 ABN암로는 투자자들에게 캐리트레이드에 가장 노출된 은행업종에 대해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한 신흥시장에 많이 노출된 기업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주식 비중도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메릴린치의 경우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 성향을 나타낼 경우 가장 주가가 많이 하락했던 유럽의 기업 20개를 뽑아 본 결과 놀랍게도 그 중 12개업체가 금융관련 우려가 높은 기업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세싯은 지적했다.다만 그는 캐리트레이드의 소멸과정에서 일부 강제적인 매도세가 발생하여 질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왜곡된 지점까지 하락할 경우 저점매수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일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덧붙였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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