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국채비중 확대를 둘러싼 한 언론의 보도와 일부 재경부관계자들의 발언은 채권시장으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그 매체는 자신의 처음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변명하고 재경부는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될 텐데도 이사람 저사람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이번 일은 물론 재경부 관리들의 코멘트 리스크라기 보다는 한 매체의 미디어 리스크 성격이 강하다. 민감한 때 과장된 보도를 하고 이를 변명하면서 합리화하려는 건 시장은 물론이고 자신이 속해있는 매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재경부도 자신의 입장을 공식으로 해명하지 않고 채권시장 기사를 쓰는 매체의 기자들에게만 담당 국장이나 실무자가 해명하고 다른 국에서는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 식의 태도는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워 시장을 위축시킬 뿐이다. 재경부의 태도가 불확실하다고 시장이 느끼고 이로인해 거래가 경색되고 시장이 위축된다면 장기채발행비중 확대의 목적인 장기채시장 활성화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 장기채 비중확대는 재경부가 아니라 시장에 달려.. 섣부른 탁상공론은 국고손실로 이어질 뿐장기채비중 확대 논란을 보면서 우선 짚어봐야 할 것은 장기채 비중확대가 꼭 필요한지다. 재경부는 ‘장기채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장기채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재경부의 이런 원칙은 일응 타당해 보인다. 장기채 시장이 활성화되면 재경부는 장기적으로 볼 때 낮은 비용으로 국채를 발행해 국채발행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장기투자기관의 수요에 부응하는 한편 시장참가자들은 다양한 거래기법을 구사하면서 시장발전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부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 장기채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재경부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장기채를 사려는 수요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장기국채를 공급하는 공급자일 뿐이고 사줘야 할 곳은 시장이다.사려는 시장이 살 의사가 없으면 팔려는 재경부는 아무리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 사려는 데가 없는데 억지로 팔려고 하면 값만 떨어질(국고채 수익률만 올라갈) 뿐이다. 이게 바로 시장의 원리다. 국고채수익률이 올라가는 데 따른 비용은 고스란이 국민들이 혈세로 부담해야 한다. 아주 쉬운 예로 10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지난 12일 오후2시께 한 매체의 ‘재경부 장기채발행 비중확대 전격 재검토’ 기사가 나온이후 어제까지 0.09%포인트(9bp)가 올랐다. 12일 오전 4.66%였던 10년만기 국고채수익률(2004-6호)는 23일 4.75%로 마감됐다.10년만기 국고채의 경우 1bp가 오르면 100억원당 736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오는 18일 재경부는 1조7800억원의 10년만기 국고채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오른 9bp만으로도 재경부는 118억원의 국채발행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 액수만큼 국민들이 혈세가 축나게 된 것이다. 물론 재경부 국고국장을 비롯한 국고국 관계자들은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한 매체는 다른 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이용해 그 보도가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고 시장참가자들은 여기에 혼란을 느낀다. 이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오는 18일 10년만기 국고채입찰이 제대로 될리 없다. 하루 반나절만에 9bp가 올랐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낙찰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는 건 물론 유찰 가능성까지 점쳐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국고손실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난다. ◆ 재경부 공식입장 밝혀 시장 불확실성 줄이고 거래경색 풀어야재경부가 탁상공론 하려다 국민 혈세만 축내지 말아야 한다. 또 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관측이 난무하는 이 문제에 대해 재경부의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시장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발행비용도 줄일 수 있다. 10년만기 국고채 수요는 지난해 하반기중에는 괜찮았다. 금리가 계속 흘러내리면서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뿐만 아니라 은행 투신 증권사 등의 딜링수요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경부의 착각으로 올해 1월 장기채를 포함한 국고채발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10년만기 국고채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었다. 이제는 은행 투신 증권사는 10년물을 딜링목적으로 거의 사지 않는다. 연초 금리가 급등하면서 큰 손해를 본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상품 주력이 변액보험으로 바뀌면서 장기채 수요가 이전보다 줄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수요는 있지만 금리가 오를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10년물을 많이 사지 않고 중기물 쪽에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적이든, 당장이든 장기채비중을 늘린다는 얘기만 나와도 시장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탁상공론 그 자체가 시장에 부담을 주는 셈이다.이런 점을 감안해 재경부는 장기채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장기채발행비중 확대 검토라는 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다. 장기채 수요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장기채 헤지를 할 수 있는 장기국채선물 어떻게 활성화할지, 많은 기관들이 스왑시장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할지 등이 우선 순위에 올라가야 한다. 미국이 주력 상품이었던 30년만기 국고채발행을 하지 않은 이유를 우리나라 재경부도 곰곰히 씹어봐야 한다. 방법은 없고 모토만 있으면 그것이야 말로 공허하다. 시장은 그런 정책을 믿지 않고 정책불신만 커진다. 지금이라도 장기채시장 활성화라는 모토만 강조하지 말고 활성화를 시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 채권시장은 재경부의 이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이 무엇인지가 여전히 논란이 될 것 같고 미디어리스크가 계속될지도 지켜봐야하기 때문에 어제처럼 관망하는 흐름이 될 것 같다. 10년만기 국고채입찰이 영업일 기준 이틀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사자가 적극성을 띠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가 장기채발행비중 확대라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3.90-3.96%, 국채선물 6월물은 110.80-111.1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민병복 기자 bbmin940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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