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제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며 거래를 개시했다.1.36달러 바로 밑 수준을 보이던 유로/달러가 한 때 1.3385달러까지 폭락하는가 하면, 달러/엔은 102.30엔 선에서 103.48엔까지 급등했다. 지난 연말 거래 당시 1.9350달러까지 상승했던 파운드/달러는 이날 1.90달러 밑까지 하락하기도 했다.대부분의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새해 벽두부터 달러매도세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이른바 '달러약세'에 베팅하는 헤지펀드 및 대형 투기세력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거리다.만약 대부분의 시장 전망이 맞는다면 연초부터 달러매도를 위한 좋은 기회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만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찜찜함이 느껴진다. 이미 유로/달러가 오버슈팅 영역에 들어서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외환시장에 형성된 Contrarian View를 주목해야 되는 이유또 한 가지는 시장이 언제나 그렇듯, 모든 참가자들이 인정하고 따르려는 추세전망을 그대로 연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시장의 전망이 과도하다고 볼 때 반대로 움직이는 세력(Contrarian)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일단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2004년 연말 국제외환 시장의 움직임부터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연말 달러 포지션 정리 흐름이 부분적인 달러 랠리를 이끌어 낼 것이란 전망과는 달리 유로/달러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엔도 103엔 밑으로 밀리면서 거래를 마쳤다.반대로 연초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의 美 달러를 급격한 반등 움직임도 다소 당혹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조만간 대형투기 세력과 은행들이 시장에 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유로/달러가 1.36달러에서 1.34달러까지 투 빅이나 하락했다는 것은 얇은 장을 이용한 투기거래라고 치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모습이다.사실 2004년까지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치장된 미국의 무역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부담의 해소를 구조적 배경으로 하는 달러 약세가 3년째 지속되었지만, 2005년에도 이런 요인이 해소될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고, 추가 달러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특히 미국 정책당국이 달러 약세를 암묵적으로 옹호한 상황에서 유로존과 일본 외환당국이 공조하지 못한 채 개입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는 점은 이런 추가약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분위기를 감안, 그레그 앤더슨(Greg Anderson) ABN암로 선임외환전략가는 "연초 달러약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지난 연말까지 달러를 매도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장 월요일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가 급등하자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될 ISM제조업지수와 12월 고용보고서 결과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지표들이 "예상보다 약할 경우" 달러 매물이 촉발될 것이란 경고가 많았전 점을 감안한다면 지표전망에 따른 시장의 해석은 그 신뢰성이 떨어진다.◆ 달러반등 전개될 경우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와는 성격이 다를수도오히려 시장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달러약세 추세에 대한 반대 견해가 가지는 의미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서는 지난 12월 美 금리인상 전후로 등장했던 美 달러의 반등시도가 무산되었던 지점으로 되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이 시점까지 달러약세 흐름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약세 압력이 주로 유로화 및 유로존 통화로 집중되어 나타났지만 결정적인 목표물이었던 위앤화 평가절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채로 남았기 때문이다.한편 연준리의 저금리 정책에 기반한 리플레이션의 해외수출을 노린 듯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美 달러자산 매도 권고'는 생각보다 쉽게 전개되기 힘든 복병을 만났다. 해외 경제가 이런 달러자금의 환류를 쉽게 수용할만큼 회복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정책당국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달러자금의 해외시장으로의 유입이 아니라 반대로 美 금리인상 및 경기호조에 따라 계속 美 자산시장으로 자금유입이 지속된다면 美 달러는 예상치 않은 반등추세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교역가중치를 감안한 美 달러화 지수는 97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02년 초 125 위까지 상승했다가 3년째 급락하여 110선 아래로 후퇴한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97년 및 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로 "강한 달러" 정책과 함께 강세를 유지해 온 달러는 이제 거의 '안정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미국이 안정적인 고용회복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면 달러약세 흐름이 4년 내리 무리하게 진행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글로벌 경기가 올해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 때문에 달러약세의 효과를 다른 나라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주요 교역국과의 환율 바스켓으로 이루어진 달러화 지수는 주로 유로화 및 엔화 등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평가절상을 배경으로 조정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달러화 지수 내 비중은 작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중국 위앤화의 위치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판단된다.사족을 달자면, 정작 달러약세와 글로벌 상품가격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받는 영향은 작은 편이다. 이런 점 때문에 美 정책당국은 생각보다 쉽게 환율을 조작(?)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미국경제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캐나다와 남미 등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지역 외에도 아시아 주요시장이 사실상 달러 공용권이기 때문에 환율 평가절하에 따른 부담이 그 어떤 나라보다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세계경제의 조건은 미국과는 판이하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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