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달러가 상대적인 강세를 지속하면서 준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횡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통상 한국과 같은 나라는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후퇴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아시아의 환율제도가 다 같지 않다는 점에서 외부인들이 아시아 전체를 보는 시각은 이렇게도 달라진다.美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美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수출제품의 경쟁력은 올라가는 반면 유럽의 수출주도 경기회복은 주저앉기 일보직전이라고 보도했다.통신은 지난 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경제는 외환시장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지금 외환시장 투기세력들은 아시아시장에 굴러들어 온 호박덩이를 끌어당기며 반가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홍콩 그리고 여타 주요 아시아 경제는 대부분 美 달러 페그제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달러약세는 결국 이 지역의 수출에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조너선 앤더슨(Jonathan Anderson) UBS 홍콩지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전체적으로 볼 때 강유로는 아시아에게 이득이 된다. 아시아 제품들이 유럽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가지고 침투해들어가는 중이다"라고 말한다.지금 당장 유로화가 달러 대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만으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교역결과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아시아가 전세계에서 걷어들일 이득은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참고로 지난 2003년 동아시아 경제의 수출은 16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의 수출성장률은 평균 25.6%에 달했다.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강력한 수출증가세가 필리핀, 대만, 싱가포르, 인도, 태국 그리고 베트남 등의 경제에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일례로 올해 말레이시아 경제는 6.8% 성장률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대중국 수출은 올 상반기에만 32.4%나 급증했다. 이처럼 지역경제는 중국경제의 성장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AP는 이런 모습은 지난 7년전 투기세력들이 태국 바트화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던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유로화 강세 충격; 속도 완만, 충격 분산 효과도현재 유로화의 '충격'은 이전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속도가 대단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1999년 출범한 유로화는 2000년 10월 달러 대비 82센트와 비교할 때 현재 약 58% 정도 상승한 상태다. 저평가 우려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문제는 유로존의 수출이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 3분기 유로존은 독일과 프랑스의 경기약세를 배경으로 급격한 둔화세를 나타냈고, 이는 유로존 정책당국자들이 최근 유로/달러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끌어냈다.그러나 AP통신은 글로벌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무역과 환율의 변화는 승자와 패자의 상황을 어느 한 곳에 묶어두지는 않으며, 유럽업체들 역시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달러 약세로 인한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그리고 아시아 역시 달러약세에 혜택만 입는 것은 아니며, 엔화나 한국 원화가 달러대비 큰 폭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의 수출경쟁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리만브라더스 도쿄지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원화가 엔화보다 훨씬 큰 폭의 강세를 나타냈고, 심지어 유로화보다 강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지적했다.물론 고유가와 IT재고 조정에 따른 부담이 환율과 연계된 수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한편 통신은 아시아가 지금은 준 달러 페그제로 이득을 보고 있지만, 점차 달러화와의 연계고리는 엷어지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일례로 DBS 이코노믹마켓 리서치의 필립 위(Philip Wee) 선임시장전략가는 "달러 페그제를 수용하고 있는 통화들은 좋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 좋은 변화의 기회를 얻고 있다고 본다"며, "5년 이내에 어떤 큰 변화가 올 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현재 아시아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주목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한다. 중국의 위앤화 페그제의 변화가 언제 나타날 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통화평가절상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 통화의 페그제가 변화를 보이면 여타 아시아 통화 역시 이들 통화와 비슷하게 평가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이다.전문가들은 현재 아시아에서는 그 누구도 혼자서 자국통화를 평가절상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곳이 없기 때문에, 결국 중국의 행보가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란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AP는 강조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