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시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강한 달러" 정책 노선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주요 통화 대비 달러 하락추세를 용인하는 이른바 '온건한 방관'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그레그 입(Greg Ip) 기자는 10일자(현지시간) 1면 기사(Bush Policy: Talk a Strong Dollar But Let It Slide)를 통해 사실 美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 뿐 아니라 다수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펀더멘털이 달러 약세 추세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美 행정부는 달러 하락을 부추기거나 달러 투매양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분명한 정책노선을 밝히기를 주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결과 美 행정부는 달러에 관련된 다른 여러가지 이슈는 회피한 채 주로 중국 위앤화의 달러페그제에 대한 비판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계속 위앤화의 변동환율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위앤화의 달러 대비 평가절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배후에 깔고 있는 것이다.美 정부 관계자들은 위앤화가 평가절상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이 유로존 및 일본 쪽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며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내수회복이 취약한 이들 경제가 달러 약세의 충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그레그 입 기자는 부시 재선 확정이 후 달러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다시 글로벌 달러 약세 추세가 재연되고 있다며, 이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부시의 재선을 인해 가뜩이나 대규모로 증가한 재정적자 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이런 불길한 전망은 고용시장 지표의 급격한 회복세와 연준리 금리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그는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저축증대를 통한 부채의 감소, 해외경제의 성장 촉진을 위한 구조개혁 압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러환율의 조정 등 세 가지 변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에 기초한 유연한 환율, 펀더멘털 반영해야" 주장의 본질그레그 입은 G7 회담에서 채택된 성명서나 최근까지 국제 외환당국자들의 언급을 기준으로 한다면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되는데, 지금 경제 펀더멘털은 달러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저축은 하지 않은 채 계속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 이 때문에 대규모 해외자금 유입에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바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의 최대 약점이라고 평가했다.현재 미국과 해외 정책입안자들은 방대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대략 세 가지 길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 하나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해외경제가 더욱 빠르게 성장해 미국의 수출이 증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이 바로 달러 평가절하다.그레그 입 기자는 여기서 현재 유럽과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처음 두 가지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달러 약세가 분명히 한 몫할 것이란 기대 또한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고, 또 이는 연준리의 금리인상을 이끌어내어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을 억제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그는 美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통해 정책적인 효과를 거두어야 하는 대단히 힘든 임무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한 달러' 정책을 계속 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도 미국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주로 中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사실 과거 미국 정부는 달러 환율에 대해 많은 정책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국제적인 달러 평가절하 노력을 촉구한 뒤 나중에는 다시 달러 급락을 공동으로 저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이후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정부가 정해 놓은 환율 목표대역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시장에 개입했고, 클린턴 행정부는 자주는 아니지만 시장에 개입을 지속했고, 1995년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을 주창하기 이전까지는 주로 달러 평가절하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사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의 호황과 인플레 압력으로 인해 강한 달러 정책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거품이 붕괴되고 인플에 압력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디플레 압력에 시달리게 되자 경제적인 펀더멘털은 달러 약세 쪽에 우세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이 때문에 부시행정부의 폴 오닐 재무장관은 미국은 달러가 펀더멘털을 강하게 반영할 것을 원한다는 식으로 "강한 달러"라는 언급의 의미를 희석시킨 바 있다. 물론 이런 언급이 강력한 달러 투매양상을 촉발하자 오닐 장관은 이런 방식의 언급을 금방 철회했다.그 다음 등장한 존 스노 장관은 다시 "강한 달러"란 주문을 도입했지만, 달러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 "온건한 방관" 노선을 선택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의 "시장이 환율을 결정해야 한다"는 언급을 반복했고, 국제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것이 달러 약세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라고 받아들였다.◆ 美 정부, 달러약세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에 따르면 "원래 선거기간에는 달러 약세나 그로 인한 결과로 나타나는 어떠한 비난도 받기 원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부들은 발언을 자제하는 편"이며, "사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올해들어 달러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버그스텐은 대선이 종료됐기 때문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달러 약세에 행정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여부가 흥미롭다"고 언급하고 있다.그레그 입 기자는 그러나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달러약세를 용인하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실 위앤화가 평가절상 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 외환당국의 불평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교역시장에 다시 보호주의가 난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최근 OECD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1/5 정도 줄이려면 달러가 22% 평가절하되어야 하고, 만약 위앤화가 페그제를 고수할 경우 유로 및 엔은 이보다 훨씬 큰 폭의 달러 평가절하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국제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모리스 골드스틴(Morris Goldstein)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큰 폭으로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달러가 아시아 주요통화 대비로 평가절하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몇몇 아시아 주요국가들은 대중국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고정환율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모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여기서 얼마 저기서 몇 % 평가절하되는 것 가지고는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당장 중국 위앤화가 재평가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최근 존 테일러(John Taylor) 美 재무차관은 행정부가 중국과의 환율문제에 대한 논의 수준을 전례없이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중국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궁극적인 변동환율제의 도입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제까지의 환율의 '안정성'에 대한 강조에다 "유연성"의 도입 필요성을 덧붙이고 있는 중이다.테일러 차관은 지난 주 연설을 통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줄이는 "세 가지 유형의 경제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은 가계에 대한 조세혜택과 예산절감을 통한 저축의 장려 그리고 남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의 압박, 마지막으로 "시장에 기반한 유연한 환율제도"등으로 요약된다.이런 언급은 결국 미국 정부가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문제를 美 부채 축소, 해외경제의 성장 가속화 그리고 달러환율 조정 등의 세 가지 변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그레그 입은 분석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