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달러/원 환율이 1,150원 밑으로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이날도 당연히 1,150원 사수를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으나 개입은 없었고, 실망매물과 숏 커버 물량이 나왔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전했다.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자 서울발 기사("Seoul Indicates Neutral Stance on Won")를 통해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환율에 대해 갑자기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외환당국이 여전히 달러/원이 좁은 폭 매매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4년간 유지됐던 1,140원 저점이 계속 방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한편 신문은 외국계 은행의 분석을 인용, 당국이 오히려 엔/원 환율의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며 10.5 대 1 이하대로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수출-내수 경기와 인플레 압력 사이에 갇힌 한국 정부먼저 신문은 한국은행의 경우 원화 약세가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반면, 재경부는 원화 강세가 수출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임을 강조했다.지난주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수출진작 혹은 물가안정이나 내수진작 등을 위해 원화 약세 내지 강세를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균형잡힌" 외환시장 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강조했다. 신문은 이런 외환정책 언급 자체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한편 신문은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개입은 수출경기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물가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발언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통상 재경부 외환정책을 지지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런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이 이례적이지만 재경부는 이렇다할 반론을 제출하지 않아 주목을 끌었다.더구나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3.6%로 상향조정하면서도 콜금리를 12개월 연속 3.75%로 동결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국은행 측은 7월 및 8월에는 물가상승률이 연율 4%에 육박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출한 상태며,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6.8%는 급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비지출은 신용카드 대란 이후 침체되어 있고, 재계신뢰지수도 3년래 최저치로 가라앉은 상황.◆ 달러/원보다는 엔/원 쪽이 편하다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달러/원이 1,150원 밑으로 내려간 것에 대해 "당국이 편하게 느낄 것"이라는 딜러들의 분석도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 딜러들은 "당국의 개입중단이 이어질 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당장은 달러/원 하락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신문은 달러/원이 지난 해 5월 이후 1,164원에서 1,140원 초반까지 1,150원을 중심으로 좁은 폭에 머물러왔으며, 외환당국 최고책임자들의 언급을 볼 때 여전히 이런 안정국면이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외환시장의 또 다른 딜러는 "개입 우려도 있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하락하면서 적극적인 달러매도는 자제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특히 시장 참가자들은 아무리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도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 당국은 달러/원 1,140원은 굳건히 지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재경부는 현재 11조원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발행한도 증액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로, 별다른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는 내년에는 개입한도를 28조원으로 증액할 방침이다.한편 WSJ는 외국계은행 분석가들의 주장을 인용, 한국정부가 달러/원의 하락은 억제하는 대신 엔/원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출했다.신문은 분석가들이 한국이 핵심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엔/원 환율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지만, 경제가 지난 해 침체에서 어느 정도 회복됐고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평가절상은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한 유럽계 은행의 딜러는 "아마 평가절상을 용인해야 된다면 달러보다는 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며, 그 폭은 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싱가포르 DBS뱅크의 외환전략가 필립 위(Philip Wee)는 "한국은행이 내수 위축보다는 인플레 쪽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콜금리가 3.75%로 계속 동결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당장 긴축 통화정책 구사는 무리로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DBS뱅크는 100엔/원 환율이 현재의 1,050~1,100원 수준에서 1,000~1,050원 수준으로 한 단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