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상계동 롯데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했다. 여름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사기 위해서였다. 할인코너에 들렀더니 넥타이값이 1개에 1만원, 와이셔츠값이 2만원이었다. 값이 싸다고 생각돼 1개만 사려던 것을 2개씩 샀다. 아주 고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브랜드가 있는 물건이었다. 6만원이면 와이셔츠 1개를 살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와이셔츠를 2개를 사고 넥타이 2개를 샀으니 쇼핑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점원에게 왜 이렇게 싸게 파느냐고 물었더니 "유가가 많이 올라서 그런지 요즘은 장사가 더 안된다"고 말했다.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고 오일쇼크를 두어차례 경험했기 때문인지 유가상승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얼핏 IMF때의 생각이 났다. 그때도 백화점은 항시 세일을 했고 넥타이 값은 1만원이었다.KBS1라디오가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91.6%가 현재의 경제상황이 위기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IMF와 비교해서 생할수준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52.6%로 절반을 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복권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를 과장해 개혁을 모면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는 데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혁 모면세력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환율이 급등하자 IMF는 급격한 금리인상이라는 극약처방을 했다. 결과는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나타났고 IMF는 얼마 못가서 금리인상이 잘못된 처방임을 인정했고 고금리정책을 저금리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저금리기조가 정착됐다. 유가급등이 채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급경로는 단순치가 않은 것 같다. 소비위축과 물가상승을 모두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이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유가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압력을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월 산업생산이 3월에 비해 다소 호전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노코미스트들은 유가급등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인해 앞으로 산업생산이 다시 둔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어제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유가(WTI 기준) 배럴당 41달러를 넘어서면서 블루칩에 부담을 주고 이로인해 채권은 반사익을 얻는 모습이었다. 유가급등으로 인플레를 걱정해야 할지, 소비위축을 걱정해야 할지 생각이 많은 모습이었다.오늘 채권금리는 강보합 흐름의 연장선에서 좁은 박스권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이 장중 기준으로도 연중최저치까지 하락해 레벨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밀리면 사려는 대기수요가 풍부하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기관들이 포지션이 가벼워 팔 매물이 없고 펀더멘털, 수급, 정부정책 면에서 금리가 크게 오를 요인이 없다는게 캐리수요를 꾸준히 유입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4.35-4.39%, 국채선물 6월물은 109.10-109.3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민병복 기자 bbmin9407@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