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태풍이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한 22일 이후 국내외 외환당국의 입과 손이 무지하게 바빠졌다. 22일 환율 폭락을 제어하기 위한 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이 잇따라 전파된 데 이어 23일에도 해외에 나가있는 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날아들고 있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라는 외환당국의 양대 축은 번갈아가며 시장에 의지를 전파하는 등 분주하기 그지없다. 그만큼 현재 외환당국에 비상이 걸렸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장을 읽기에 바쁘다. 당국 의지는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다. 환율 하락의 하단이 1,150원에서 일단 멈춤 상태가 되길 바라는 것. 지난주 '환율경비구역(FSA)'의 하단이 1,17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0원 정도 하향 조정된 수치다. 당국의 의지와 힘을 보여주기 위한 입심들이 과연 1,150원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1,170원에 대한 사수선이 국제사회의 압력 등 대외여건에 의해 힘없이 물러섰던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입장은 국제금융시장의 추가 변동이 없다는 전제로 행해지는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여전히 글로벌 달러화의 움직임이 쥐고 있는 것이다. ◆ 오늘도 다름없이...외환당국은 현재 ‘1,150원’을 지지선으로 책정, 직간접 개입을 병행하며 환율의 추가 하락을 막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당국은 전날 시장에서 10억달러 가량 매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구두개입의 강도 또한 만만치 않다. 달러매도에 치우친 시장 심리는 이에 경계감을 잔뜩 품고 있다. 23일 외환당국 수장들의 입심이 시장에 전달됐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방문중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수장들이 환율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진표 부총리는 현지에서 “최근의 환율 급변동은 정상적이지 않고 환율이 급변동하면 큰 일”이라며 “투기세력에 대해 엄중 경고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에서도 반드시 응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징’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시장과 맞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 비친 것. 현재 장세가 투기세력에 의한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최근 미국의 환율 조작국 조사나 환율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 김 부총리는 “미국이나 IMF는 환율과 관련해 한국에 아무런 얘기도 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우리는 완전한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환율 절상폭이 가장 컸고 인위적 조작도 없다”고 얘기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박승 한은 총재도 “기본적으로 환율은 시장에 맡겨져야 한다”면서도 “어느 국가라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최소한의 수준에서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됐다. 이에 앞서 개장전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1,150원대가 무리 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당국의 스탠스는 전날과 같다”며 1,150원을 지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 그 관계자는 △ 달러/엔 112엔대 유지 △ 국내증시의 외국인 주식순매도세 △ 은행권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 이월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국의 입장은 전날과 다름없는 가운데 시장에 “(당국의) 의지를 의심하지 마라“는 경고성 멘트를 계속 날리고 있는 것이다. 환율 폭락이 가시화된 22일에는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이 실질적인 첫 테이프를 끊었다. 최 국장은 개장전 ‘환율의 펀더멘탈 중요성과 지속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뼈대로 하는 개입에 나섰다. 재경부 다른 관계자도 “필요하다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추가 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국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한은도 가만있지 않았다. 오후장 1,150원이 붕괴될 가능성이 내비치자 한은 고위관계자는 ‘한 방향으로 치우친 시장 심리에 대한 우려’와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환율 안정의지를 거듭 전파했다. 이에 따라 시장 심리는 1,150.00원을 저점으로 추춤했다. 또 IMF/WB 총회차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도 현지에서 “경제제성장률도 낮고 주가도 떨어지는 등 기본 여건이 나쁜데 유독 원화가 절상되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로서는 적절한 상황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국내 상황을 긴밀히 파악해 대책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 시장 원칙과의 괴리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입심이 과연 시장과 얼마나 접점을 이루고 있는 지는 다소 의문이다.이전 1,170원을 지키는 과정에서 한 딜러는 당국 개입과 관련, “그들이 얘기하는 것과 같이 ‘스무딩’이 아니라 ‘베리 하드’다”며 “과연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170원을 지키는 과정에서 당국은 ‘환율이 시장에 의해 형성돼야 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어긴 바 있다”며 “이번 폭락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당국이 원칙을 지키지 못해 일어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이 괜한 입길에 오르내리지 말고 시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길 원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김준수 기자 jslyd0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