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매각 실탄 확보, 본업 레미콘 부진에 신사업 절실
지난해 두산인프라 인수전 설욕 M&A 행보 빨라질 듯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알짜 자회사 유진저축은행을 매각한 유진그룹의 인수합병(M&A)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유진그룹은 최근 퀵커머스 분야 물류설비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자회사 유진로지스틱스의 신사업 추진과 함께 시너지를 겨냥한 것이다.
유진그룹은 그룹 내 지배구조 핵심인 유진기업을 토대로 유진증권(옛 서울증권), 동양 등 공격적 M&A로 몸집을 키웠다. 하이마트 인수 후 롯데에 되팔기도 했다. 유진기업의 본체인 레미콘 사업은 운반비,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갈수록 원가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사업이 절실한 만큼 M&A 후보 발굴을 서두를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유진그룹 CI |
◆유진기업, 퀵커머스 설비업체 인수는 신호탄?
18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 100% 자회사 유진로지스틱스는 이달 초 스마트 물류설비 제조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태성시스템을 550억원에 인수했다. 인사합병 규모 자체는 유진그룹의 덩치에 비해 크지 않지만 2017년 유진저축은행 이후 첫 인수합병이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유진기업은 유진로지스틱스를 통해 태성시스템 지분 36%를 취득하고 나머지 64%는 유진PE를 통해 인수한다. 유진기업은 이를 위해 곧바로 유진로지스틱스에 300억원 규모 출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태성시스템은 물류센터의 자동화 설비를 제조하는 업체다. 특히 입출고 및 품목 분류, 포장, 운반, 재고관리 등 물류작업 대부분이 한 곳에서 일괄 수행되는 풀필먼트 시스템 장비에 특화된 기업이기도 하다.
컨베이어벨트로 택배상자를 이동시키며 동시에 자동 분류하는 휠소터 등 마이크로 풀필먼트 시스템 장비를 주로 제작한다. 쿠팡, CJ대한통운 등 국내 주요 택배·물류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태성시스템은 2016년 설립된 신생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110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도심권 소규모 물류망에 필수적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시스템은 당일 배송을 뛰어넘어 시간 단위로 배송 경쟁을 벌이는 퀵커머스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유진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2814억원 규모 중견 물류업체다. 3자 물류 및 운송이 주력 사업인 전통적 물류업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유진로지스틱스의 기존 거래처를 활용한 영업적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퀵커머스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최근 유진저축은행 매각으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했다. 유진기업은 지난 7월 KTB투자증권에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유진SB홀딩스 지분 51%를 2000억원에 인수했다. 유진기업은 SB홀딩스 지분 91%를 매각할 예정인데 나머지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된다. 유진저축은행 전체 매각 대금은 3500억~36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유진저축은행 총자산은 3조381억원으로 저축은행 업계 7위다. 당기순이익은 225억원으로 업계 4위다. 은행업 재무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6.45%로 은행업 적정 기준 13%를 크게 웃돈다. 유진그룹 입장에선 그만큼 건실한 자회사다.
유진저축은행은 2017년 유진기업이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유진기업의 레미콘 사업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지속되면서 문제가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경인지역 레미콘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 25억원을 부과받았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유진그룹측이 선제적인 매각을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유진기업 연결, 별도 기준 실적추이 |
◆갈수록 힘 빠지는 본업 레미콘, 인수전 적극 나설 듯
유진그룹은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동양을 주축으로 51개 계열사로 이뤄진다. 특히 유진기업은 유진증권 27.3%, 동양 23.7%를 보유한 실질적 지주사다. 유진기업은 유진로지스틱스, 유진PE, 유진SB홀딩스, 유진디랩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유진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438억원, 영업이익은 1325억원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0.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5% 늘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보다 11.8% 증가한 3604억원, 영업이익은 22% 증가한 225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진기업의 레미콘 부문만 떼놓고 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유진기업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7491억원, 영업이익은 231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7.1%, 42.6% 감소했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인데 매출액은 전년보다 14.7% 증가한 1866억원이지만, 65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레미콘 수요 자체는 회복되는 분위기다. 건설업 전반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아나고 있다. 신규 주택공급 확산 때문인데 덩달아 원가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레미콘 원자재인 시멘트 가격이 7년만에 5% 인상됐다. 레미콘 운반비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 1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수도권 평균 8% 상승했다.
유진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3074억원으로 유진기업 종속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순이익은 650억원으로 유진기업의 별도 기준 897억원 다음으로 크다. 업계 관계자는 " 유진저축은행이 비레미콘 부문 주력인 만큼 매각으로 인한 빈자리가 크다"며 "신사업 확장 역시 절실한 상황에서 M&A 추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my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