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장욱희 전문위원이 2026년 중장년 남성의 고립 해소를 제안했다.
- 산림청은 숲치유와 자살예방을 잇는 마음회복 사업을 시작했다.
- 중장년 경험자를 숲 생명지킴 동행자로 활용하자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퇴직 이후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중장년 남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가 독립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어느 순간 자신의 생활 반경이 집과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외로운 중장년'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수준에 있으며, 자살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퇴직과 소득 감소, 사회적 관계의 단절 등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중장년 남성에게는 정신건강과 사회적 연결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장년 남성은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에 이야기하거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수는 없을까. 최근 이러한 주제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 바로 '숲'이다.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숲을 국민의 마음건강과 자살예방에 활용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2026년 「국민마음회복 숲처방」 사업은 자살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위기청소년, 독거노인, 중장년 남성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는 산림치유와 등산 치유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0~64세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 우울감 완화와 신체 활력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산림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국립청도숲체원에서도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생명지킴 활동이 시범 운영됐다. 참여자들은 생명존중 마음건강 교육과 함께 숲 명상, 목공체험, 숲길걷기 등에 참여했다. 이러한 변화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어떨까.

현재 산림치유 프로그램에는 산림치유와 등산 분야의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해온 중장년의 경험을 결합해 보는 것이다. 가칭 '숲 생명지킴 동행자'다. 물론 이들이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대신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자살위험을 평가하거나 치료하는 역할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숲에 온 사람과 함께 걷고,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요즘 어떠세요?", "최근에 잠은 잘 주무세요?", "회사에서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처럼 거창한 상담이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장년에게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은 조직생활의 어려움을 안다. 그리고 사업을 해본 사람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 가족을 부양해 본 사람은 책임감의 무게를 안다. 급작스러운 퇴직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역할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상실감도 이해할 수 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이 함께 걸어주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해외에서도 자연환경을 정신건강과 연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Green Social Prescribing'이다. 영국은 의료와 복지 서비스 이용자를 걷기, 원예, 야외 활동 등 자연 기반 활동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21년부터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 단위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평가 과정에서 참여자의 정신건강과 웰빙이 개선되는 결과가 보고됐다. 자연을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의 자원으로 활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4년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는 녹지공간 노출과 자살사망, 자해, 자살사고 등의 관계를 다룬 연구를 종합했다. 그 결과 녹지공간 노출과 일부 자살 관련 결과 사이에 보호적 연관성이 보고됐다. 일본에서도 1975~2014년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활용해 88만 6,440건의 자살사망을 분석한 연구에서 도시지역의 녹지와 농촌지역의 산림이 일부 인구집단에서 낮은 자살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숲에 간다고 자살 위험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녹지와 자살 관련 결과의 관계는 사회경제적 요인이나 지역 특성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숲을 자살의 치료나 직접적인 예방수단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자연환경이 정신건강과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하나의 환경이 될 가능성은 여러 정책 사례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 수 있다. 숲을 단순히 치유받는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기관까지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중장년 경험자'의 역할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산림청의 사업은 이미 정신건강복지센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국립산림과학원 등 전문 기관과 연계해 대상자를 모집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자살 고위험군 프로그램에는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참여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효과도 생명위기선별도구 등을 통해 확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제 여기에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중장년 경험자를 더해보자. 예를 들어 퇴직한 교사, 공무원, 기업 관리자, 사회복지 종사자, 기업인, 현장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중장년 경험자를 모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일정한 교육을 제공한다. 자살예방 기본교육, 생명지킴 교육, 정신건강 위기신호 이해, 의사소통과 경청, 개인정보 보호, 응급상황 대응, 기관 연계 방법, 숲길 안전교육 등을 단계적으로 교육한다.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숲 생명지킴 동행자'와 같은 자격 또는 인증을 부여한다.
이들이 혼자 위험한 상황을 판단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원칙은 명확해야 한다. 위험신호를 발견하면 전문기관에 연결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되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 기관으로 연계한다. 이렇게 역할을 명확하게 설계하면 중장년의 경험은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이 정책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중장년에게 새로운 일과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중장년 고용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주로 재취업이나 직업훈련을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중장년이 다시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일하기보다 일주일에 몇 번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또 누군가는 퇴직 이후 자신의 경험이 아직 사회에서 필요한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앞에서 제시한 '숲 생명지킴 동행자'는 이러한 중장년에게 새로운 역할이 될 수 있다.
숲은 말이 없다. 사람은 숲에서 누군가와 나란히 걸으면서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요즘 힘들다.", "회사에서 내가 필요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퇴직 이후 집에만 있으니 할 일이 없다." 어쩌면 자살 예방의 첫 번째 단계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런 말을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역할을 반드시 젊은 전문가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직장과 사회에서 살아온 중장년에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중장년의 경험을 다시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경험을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자본으로 연결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산림청이 이미 시작한 '국민마음회복 숲 처방'이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어떨까. 산림 복지와 자살 예방, 그리고 퇴직 이후 중장년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연결하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데 반드시 거창한 역할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옆에서 함께 걷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년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오늘은 집에만 있지 말고, 가까운 숲으로 한 번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경찰청 보건복지정책심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