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제유가가 7일 상승해 브렌트유가 102달러를 넘었다
- 중동 수출은 회복됐지만 유조선 부족과 운임 급등이 발목 잡았다
- EIA는 4분기 브렌트유 105달러를 예상하며 고유가 지속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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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능력 부족·후티 공격에 美 멕시코만 생산 차질 우려까지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국제유가가 7일(현지시간) 상승하며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산 원유 수출이 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유조선 부족과 운임·보험료 급등, 정제능력 감소가 새로운 공급 병목으로 떠올랐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시설을 위협하는 폭풍까지 겹치면서 유가를 다시 밀어 올리고 있다.
미 동부시간 오전 7시 40분(한국 시간 오후 8시 40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 12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1.58달러(1.57%) 오른 배럴당 102.1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은 82센트(0.92%) 상승한 90.26달러에 거래됐다.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동의 원유 공급과 수출이 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미국의 폭풍까지 겹치면서 유가의 하락 압력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 호르무즈 원유 수송 전쟁 전 80% 회복에도 운임 40배 폭등
중동산 원유 공급 자체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로이터가 원유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를 인용한 데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물량은 지난달 26일 기준 7일 평균 하루 1420만배럴로 전쟁 이전의 약 80%까지 올라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호르무즈 해협 경유 원유 수출도 지난달 하루 평균 300만배럴로 전쟁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동의 원유 생산 차질 규모는 지난 5월 하루 1090만배럴에서 8월 580만배럴, 최근에는 480만배럴까지 감소했다.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는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 부족 규모가 지난 5월 하루 약 400만배럴에서 현재 약 160만배럴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 이 정도로 공급이 회복되면 국제유가에는 상당한 하락 압력이 가해진다. 하지만 브렌트유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4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원유 생산량이 아니라 이를 실어 나르고 정제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독립 원유 트레이딩 업체 비톨(Vitol)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분쟁은 원유 위기로 시작해 석유제품 위기로 바뀌었고, 이제는 해운 위기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디는 미 해군이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항로를 확보한 이후 하루 약 1200만배럴의 원유와 200만배럴의 정제유가 걸프 지역에서 반출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원유 수출이 늘수록 역설적으로 유조선 부족은 심해지고 있다.
현재 걸프 지역에서는 유조선이 이란의 공격 위험을 감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오만만에서 대기 중인 다른 선박에 원유를 옮겨 싣는 '셔틀 운송'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박들이 며칠에서 몇 주씩 묶이면서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조선이 줄어들고 있다.
아시아 구매자들이 중동산 원유 부족에 대비해 대서양 연안에서 원유를 조달해 더 먼 항로로 운송하는 것도 선박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유조선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로이터가 해운 중개업체 포텐앤드파트너스(Poten & Partners)를 인용한 데 따르면 중동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운송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용선료는 최근 하루 120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월 하루 약 3만달러에서 약 40배로 뛴 것이다.
과거 원유 한 배럴의 최종 도착 가격에서 약 3%에 불과했던 운송비 비중도 현재 약 27%까지 높아졌다.
하디는 유조선 용선료가 "포물선 형태로 치솟았다"며 "운송비가 배럴당 2~4달러 범위 안에서조차 얼마가 될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제능력 부족·후티 공격·美 폭풍까지…EIA, 4분기 유가 105달러 전망
정제능력 부족도 유가를 떠받치고 있다. 중동 정유시설의 가동 감소에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까지 잇달아 차질을 빚으면서 특히 디젤(경유) 공급이 빠듯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벤치마크 디젤 선물은 이날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77달러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루 상승률만 13%에 달했다.
높은 원유 가격과 운송비에 유럽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FT가 LSEG 자료를 인용한 데 따르면 유럽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선 반면 자국산 원유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미국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70달러를 웃돌고 있다.
유럽 정유사들이 생산을 줄이면 디젤 등 석유제품 공급난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특히 디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이 디젤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중질·고유황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런 원유가 공급 차질이 큰 중동과 러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결국 디젤 부족이 중동·러시아산 원유 수요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다시 국제유가를 떠받치는 구조다.
여기에 중동의 군사적 긴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자잔과 나즈란의 공항이 피해를 입어 3명이 다쳤다. 7일에는 리야드 북쪽을 향해 발사된 후티의 탄도미사일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요격했으며, 예멘 아덴 국제공항도 후티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선박 운항 위험도 여전하다. 파나마 선적 상선 'MT 온 피스(On Peace)'가 공격받아 선원 12명이 다쳤다.

미국에서는 멕시코만의 폭풍이 새로운 공급 변수로 등장했다. 미 당국에 따르면 폭풍에 대비해 6일 오전까지 멕시코만 해상 원유 생산량 가운데 하루 18만5120배럴의 생산이 중단됐다. 멕시코만 전체 생산량의 9.2%에 해당한다.
기상 당국은 멕시코만에서 형성된 폭풍이 이틀 안에 올해 대서양의 첫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예상 이동 경로에 포함된 해상 지역에서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약 15%, 천연가스의 5%가 생산된다.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미 공급 측면에서 충분한 골칫거리를 안고 있는 원유시장에 달갑지 않은 변수가 추가됐다"며 폭풍이 원유 생산과 정유시설 가동 차질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원유와 디젤 비축분을 추가로 방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유조선과 정제시설 부족이라는 구조적 병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IA는 올해 4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14달러 높은 배럴당 105달러로 상향했다. 중동의 원유 수출 제약과 높은 운송비, 감소하는 원유 재고가 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IA는 세계 원유 재고가 3분기 하루 평균 190만배럴 감소한 데 이어 4분기에도 하루 70만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비톨의 하디 CEO는 중동에서 원유가 계속 반출되는 것이 추가적인 유가 급등을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흐름이 없다면 배럴당 200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서방에는 더 이상 소진할 재고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가 다시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이제 단순한 생산량에서 운송과 정제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더 늘더라도 유조선 부족과 높은 운임·보험료, 정제능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고유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