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장욱희 전문위원은 20일 중장년 고용정책 전환을 제안했다
- 퇴직자를 구직자 아닌 숙련 인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력 데이터화와 기업 수요 분석, 비용 지원을 주문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저는 어디에 재취업할 수 있을까요?" 대기업에서 퇴직한 중장년을 만나면 늘 듣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의 내용을 바꿔서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기업이 중장년 당신의 경험을 실질적으로 필요로 할까요?"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책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첫 번째 질문은 퇴직자를 '일자리를 찾는 사람'으로 본다. 두 번째 질문은 퇴직자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본다.
지금까지 중장년 고용정책은 주로 이러한 구직자의 관점에서 취업 상담, 일자리 알선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물론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사이의 인력 미스매치를 생각하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퇴직자를 구직자로만 보지 않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 인재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20~30년 근무한 사람의 경험은 이미 기업에서 검증된 숙련과 능력이다.

생산관리, 품질관리, 구매, 인사, 회계, 마케팅, 해외 영업, 안전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조직의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이러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면서도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정책의 역할은 이 두 시장을 연결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경력-기업 매칭'이라고 부르고 싶다. 현재의 취업지원이 사람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방식이라면, 앞으로는 기업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력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중소 제조기업이 원가절감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자. 여기에 정부가 단순히 중장년 구직자 A 씨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대기업에서 구매 및 원가관리 업무를 20년 이상 수행한 퇴직자를 연결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또 다른 기업이 생산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려 한다면 스마트공장 구축 경험이 있는 퇴직자를 연결할 수도 있다. 좀 더 공격적으로 해외 영업 확대를 고민하는 기업에는 대기업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했던 퇴직자를 연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중장년의 재취업은 단순한 일자리 알선이 아니라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경력을 연결하는 정책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중장년 고용정책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첫째, 중장년 인재의 경력을 데이터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력서에는 회사명과 직책, 근무 기간이 중심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정보다.
예를 들어 생산관리 25년이라는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산성 개선 프로젝트 수행, 불량률 감소, 해외 생산공장 구축, 협력업체 품질관리처럼 실제 경험과 문제해결 역량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의 수요를 먼저 파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가 보유한 구직자 데이터와 기업의 구인 데이터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소·중견기업이 현재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어떤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즉 '사람-일자리 매칭'에서 '문제점-경험 매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의 퇴직 예정자에게도 중소·중견기업 경험을 미리 제공할 필요가 있다. 퇴직 직전에 재취업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업 재직자가 퇴직하기 1~2년 전부터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중소기업의 생산성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경영 컨설팅 형태로 현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퇴직 예정자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사전에 이해할 수 있고 기업 역시 해당 인재의 역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정부가 이러한 중장년 이동에 필요한 비용을 기업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 출신 중장년을 채용할 때 발생하는 초기 적응 비용이나 직무 전환 비용을 일정 부분 지원하고, 기업이 단순히 보조금 때문에 채용하는 것이 아닌 실제 숙련 인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성과 중심의 지원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대기업에서 밀려난 사람의 선택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대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다른 기업의 성장에 활용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경력 이동이다.
오히려 이런 이동이 활발해진다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한 숙련과 경험이 한 기업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 이는 개인, 기업, 국가에 모두 이익이다. 대기업은 퇴직자의 경험을 사회로 내보내고 중소·중견기업은 필요한 숙련을 확보하며, 퇴직자는 새로운 제2의 경력을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중장년 고용정책을 설계할 때 "몇 명을 취업시켰는가?"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퇴직자의 경험이 우리 산업 안에서 얼마나 다시 활용되고 있는가?"
지금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장시간 축적된 값진 경험이 퇴직과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정책은 이 경험이 어디에서 다시 쓰일 수 있는지를 찾아야만 한다. 따라서 중장년 재취업 정책의 다음 단계는 한 기업에서 축적된 경험이 다른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이 앞으로 정부가 고민해야 할 새로운 중장년 고용정책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퇴직자를 단순 구직자로 보는 순간 정책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반대로 숙련을 보유한 핵심 인재로 바라보는 순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년 구직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대기업에서의 30년, 그것은 이제 끝이 아니라 값진 대한민국의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중소·중견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이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경찰청 보건복지정책심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