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리안갤러리 대구는 6월 25일 이광호 개인전 ‘Initial End’를 열어 신축공간 개관을 알렸다.
- 이광호는 전선·동판·칠보 등 현대 재료를 원시적 수공으로 엮고 자르는 수행적 작업으로 시작과 끝의 순환을 탐구했다.
- 공예·조각·디자인 경계를 넘나드는 그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며 물질의 짜임과 시간성을 확장하는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개관 맞아 다양한 설치미술과 동판칠보 회화 선보여
실행과 도전으로 예술재료,공업재료 아우르며 독특한 조형세계 구축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작가 이광호(Lee Kwang-Ho)는 작품의 소재가 되는 '재료'를 대하는 태도와 돌파력이 남다른 아티스트다. 이광호는 설치와 평면, 공예와 현대미술, 그리고 디자인과 오브제 아트를 무수히 넘나든다. 애초에 장르 구분이 무색한 '탈장르형 아티스트'인 그에겐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모든 재료들이 실험과 도전의 대상이다.
구리선이 들어간 전선, PVC선, 로프, 동판, 칠보 등 각종 공업용 또는 예술용 재료들을 솜씨좋게 꼬거나 엮고, 자르고 녹여내며 조형예술로 전환시키는 이광호의 실험정신은 그를 글로벌 스타작가로 만들었다. 그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리안갤러리(회장 안혜령)는 지난 6월 25일 대구 중구의 신축공간 개관을 알리는 첫 번째 전시로 이광호의 개인전 'Initial End(처음의 끝)'을 시작했다. 리안은 예전 대구에서 '가장 멋진 화랑'으로 손꼽혔던 시공갤러리 건물을 인수해 2006년 갤러리로 첫발을 디뎠다. 그러나 근래들어 누수 등 여러 문제가 거듭되자 뒷편에 새 건물을 짓고 2024년부터 신축 갤러리에서 기획전 등을 열고 있다.
안혜령 회장은 "처음 시공화랑의 뛰어난 기획력과 독특한 건물에 반해 그곳서 갤러리를 시작했다. 15년 넘게 그 건물을 쓰다가 뒷쪽에 건물을 새로 지어 완전히 옮겼다. 옛 시공화랑 건물은 특별히 애착도 가고, 의미도 있어 수장고로 고쳐 쓰려했으나 물이 새고 천정도 낮아 아쉽지만 헐고 신축했다. 앞으로 이 신축건물은 작품수장고로 쓰고, 3층은 VIP고객및 국내외 미술관계자들을 위한 라운지형 쇼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신축공간의 개관을 알리는 뜻에서 이광호 작가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서의 작품전은 이광호 작가 전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고 밝혔다.

오는 7월 25일까지 계속되는 이광호 작가의 전시는 '시작(Initial)'에서 '끝(End)'으로 향하는 통상의 직선적 행보를 부정한다. 시작과 끝을 두부모 자르듯 구분하는 단선적인 구분도 사양한다. 그 대신 작가는 시작과 끝 사이의 아득한 간극을 마치 수행하듯, 이를테면 무아지경의 상태로 끈질기게 메워나가는 수련의 여정으로 여긴다. 처음과 끝이 저 멀리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둘은 종국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된 것임을 매번 작업을 통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겁고 둔탁한 전선이든, 가볍고 산뜻한 선이든 각종 선을 반복적으로 엮고 짜는 행위는 단순히 작품의 제작공정이라기 보다, 작가의 몸이 기억하는 리듬이자 길고 긴 수행의 과정이다. 이광호에게 '선(線)'은 정교한 설계도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육체를 형성하듯 본능적으로 쭉쭉 신명나게 뻗어나가는 유기적 생명선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현대적인 재료들을 매우 원시적이고, 고전적인 수공의 방식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길고 지루한 길을 가는 것. 이를테면 엄청난 길이로 포장된 전선더미를 풀어헤쳐 첫 스타트를 끊은 뒤, 작가의 손으로 일일이 선들을 엮고 꼬며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차가운 물성에 고유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검은 전선 안의 황금빛 구리선은 밖으로 슬쩍 드러나 강인한 구조의 뼈대를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농촌에 살며 조부가 주위의 버려진 나무토막 등을 모아 '뚝딱'하고 무언가를 만들었고, 모친은 손 뜨개질로 온갖 것들을 수없이 짜내던 모습을 보고 자랐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그 막힘 없는 창작의 손길이 작가에게 DNA로 이어져서일까? 이광호는 치밀한 계획도를 세우기 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재료를 보면 몸이 먼저 나가며 실행모드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광호가 오래 전부터 즐겨 써온 구리판 위에, 입혀지거나 흩뿌려진 칠보는 가마에서 녹아내리며 예민한 피부가 된다. 예측불가의 그 형상과 빛깔은 그 자체가 오묘한 물성을 드러낸다. 이처럼 재료를 다루고 조형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재료를 완전히 장악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재료들의 물리적 저항을 자신의 신체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전통적 방식을 택한다.
어쩌면 매우 무모할 수 있지만 그는 그 열린 과정을 좋아한다. 재료의 완강한 고집을 인정하며 자신의 내밀한 호흡으로 다독이며 창작하는 것.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고 긴 매듭의 반복적 시간, 동판과 칠보 그 표면에 고스란히 투영되는 시간과 불의 궤적이야말로 이광호가 추구하는 대체불가의 기기묘묘한 조형세계다.
전시명 'Initial End'(처음의 끝)는 시작과 끝이 서로를 맞물려 순환하는 '우로보로스(그리스어로 '꼬리를 삼키는 자'란 뜻)'의 역설을 상징한다. 신화 속 뱀이나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어 삼켜 '원형'의 상태를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이 단어처럼 이광호에게 있어 작업에서의 '단절'은 소멸이나 결핍이 아닌, 선의 단면을 다시 잇기 위해 매일 마주해야 하는 필수불가의 통과의례다.
이광호는 자르고 다시 잇기를 반복해 탄생한 수행의 결과물에 '용도'라는 기능적 제약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런 목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짜고 엮다 보니 의자가 됐고, 낮은 높이로 만들다 보니 티테이블이 됐다는 식이다. 누군가가 그 용도를 찾아내 쓰면 그만이라는 인식, 아니 용도가 없으면 또 그 것대로 좋다는 인식,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600kg에 달하는 검은 전선으로 이뤄진 장중한 설치작품부터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칠보 회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고정된 정의에 국한되길 거부하며 끊임없이 그 의미와 조형성을 확장한다.
작가는 언뜻 강해 보이지만 실은 유연하고, 한없이 무른 구리판을 좋아한다. 동판의 그 속성은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작가의 실존적 고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일년 내내 치열하게 매듭짓고 쌓아올려진 시간의 결정체인 비정형의 묵직한 산물들은 리안갤러리 신관의 공간을 채우는 능동적인 매개체가 돼 치열했던 수행의 시간을, 그 밀도를 가늠해보게 한다.
이번에 이광호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시작과 끝은 직선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하나로 만난다. 새 공간에서 맞이하는 이 마침표는 결코 멈춤이 아니다. 그것은 흐름의 한복판에서 다시 시작되는, 가장 정직한 다음 페이지를 향한 선언이다." 라고.

◆이광호(1981~)는 어떤 작가?=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공예와 조각,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름의 조형언어를 구축해온 전방위 아티스트다. 일상적인 재료와 전통적 공예기법을 과감히 결합해 물질의 구조와 감각을 탐구한다.
초기에는 정원용 호스, 전선, 로프를 엮고 꼬아 기능과 조형 사이를 넘나드는 작업을 펼쳤고, 20대 때 이탈리아의 럭셔리 패션브랜드 펜디(FENDI)의 초청을 받아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금속과 칠보, 직조 기법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짜임'이라는 구조적 언어를 중심으로 재료의 물성과 시간성을 드러내는 작업과 함께, 전통공예의 기술을 현대의 입체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펼치고 있다.

이광호는 국제적인 디자인·아트 플랫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보테카 베네타, 디올,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와 협업을 이어왔다. 현재도 글로벌 유력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이 줄을 잇는 중이다. 이러한 협업은 그의 작업이 지닌 장인성, 구조적 완성도, 물질에 대한 깊은 탐구가 글로벌 공예 담론과 맞닿아 있음을 반증한다
이광호는 "보테카 베네타와 협업을 하게 됐을 때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만 공개하는 브랜드의 팩토리 전반을 보여주며 (작업의) 영감을 얻도록 했다. 굴지 패션하우스의 치밀한 제작과정을 접하면서 손으로 하는 '내공 어린 작업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작업이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재료가 지닌 잠재적 질서와 최고의 감각을 드러내는 과정임을 그 곳서 절감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광호는 엮고 쌓고 녹여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물질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공예와 조각, 기능과 비기능의 경계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정의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새로운 조형의 열린 가능성, 그 예측불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경직된 작가의 작업에선 느낄 수 없는 과감하고 생생한 조형세계가 바로 거기에 오롯이 숨겨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