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내 건설사들이 19일 미국·이란 종전 논의 진전에 따라 중동 재건 수주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 전쟁으로 손상된 유전·플랜트·전력망 등 복구에 수백억달러 규모 발주가 예상돼 국내 EPC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 다만 대이란 제재 지속과 금융 제약, 중국·러시아와의 경쟁으로 수혜가 제한될 수 있어 정부·기업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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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논의에 반전 기대
유전·플랜트·전력망 복구 수요 기대
이란 제재·중국계 선점 구도는 변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논의가 진전을 보이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 수주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쟁 이후 유전·플랜트·전력망 복구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해외건설 부진을 만회할 신규 발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전쟁 리스크에 흔들린 해외건설 텃밭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 종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동 수주는 급격히 위축됐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해 1~5월 국내 건설사의 중동지역 수주액은 5억6000만달러(한화 약 854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전체 해외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도 14.6%에 그치며 1년 전보다 33.9%포인트(p) 축소됐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중동은 전체 해외수주의 60.4%를 담당했지만 1년 만에 아시아와 북미·태평양 권역보다 작은 비중으로 밀려났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핵심 해외 수주처였다. 1965년 해외건설 첫 진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플랜트·토목·건축 사업을 이어왔다. 최근 5년(2021~2025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총 1792억달러(약 273조28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중동 수주액은 약620억달러(약94조5500억원)로 전체의 34.6%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초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며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하면 토목·플랜트 비중이 큰 해외 매출이 흔들리고, 향후 건설사의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전후 복구 발주 기대…유전·플랜트 피해 커
상황은 종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3000억달러(약 457조5000억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 조성안과 제재 완화 방안이 논의된 사실도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전후 재건 발주가 중동 수주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후 복구가 단순 토목공사에 그치지 않고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가스전, 항만, 담수화 시설, 전력망 현대화 등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중동 지역 유전과 플랜트 등 80여곳이 손상됐고, 복구에는 최장 2년이 걸릴 수 있다. 석유·가스 부문 복구 비용은 300억(약 45조7500억)~500억달러(약 76조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발전소와 해수담수화 시설 등 비에너지 산업 인프라 복구에도 최대 80억달러(약 12조2000억원)가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복구 비용에는 시공 인력과 장비 투입, 전쟁 리스크 보험, EPC(설계·조달·시행) 수행 과정의 분쟁 할증료 등이 반영된다. 인력 배치 지연, 물류 제약, 국제 공급망 접근 제한 등 공기 지연 요인도 비용을 끌어올리는 변수로 꼽힌다.
기술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엔지니어링 진단과 주요 설비 교체 발주가 먼저 나올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터빈과 압축기 등 핵심 기자재 교체를 시작으로 정유시설, 항만, 해수담수화 설비, 전력망 복구를 위한 초기 입찰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 복구를 넘어 레이더와 방어체계 등 물리적 보안 고도화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국내 EPC 역량은 강점…중국계 경쟁은 변수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이미 적지 않은 시공 경험을 쌓았다. 현대건설, 삼성E&A,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은 2000년대 후반부터 중동 주요국에서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행해왔다.
하민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 재건 계획이 명시되면서 종전 이후 이란 정유화학, 발전소 재건뿐 아니라 유전과 가스전 개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E&A, DL이앤씨, 현대건설 등 중동에서 EPC 수행이 가능한 국내 건설사에 수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이유로 잠시 주춤했던 해외 수주 규모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향후 3년간 기대되는 해외 수주는 ▲원전 500억달러(약 76조2500억원) ▲재건 180억달러(약 27조4500억원) ▲대체 파이프라인 증설 700억달러(약 106조7500억원) 등 총 1400억달러(약 213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유가 변동성에 노출된 화석연료 플랜트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원전과 LNG 등 전쟁 위기 속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에너지원 중심의 수주가 이어질 수 있다"며 "과거 수주가 개별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기대는 구조였다면, 현재 원전과 에너지 안보 프로젝트는 국가 간 전략적 동맹을 기반으로 성사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종전 흐름이 곧바로 국내 건설사 수혜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대이란 경제 제재가 계속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차단, 지정학적 고립이 유지될 경우 서방 금융망을 활용한 사업 참여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을 당시 많은 국내 기업이 현지 사업을 접었다. 이후 이란 복구사업은 중국계 기업이 주도했다. 재건 사업 또한 러시아 기업과 이란 현지 업체가 일부 공종을 나눠 맡는 폐쇄적 경쟁 구도로 전개될 수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이란 간 종전 논의 진전에 따른 경제 제재 해제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란과 피해 지역인 GCC(걸프협력이사회) 회원국 재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대응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