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휘발유 급등에 물류비·농산물·건설비 줄줄이 상승 압력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고유가·고환율 겹쳐 수입물가 자극
추경만으론 한계…재생에너지·에너지 다변화 서둘러야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가 물가를 비롯한 생활경제 전반을 장기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유가 충격이 촉발한 세계적 인플레이션 역시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끌어올린 '고물가'가 장기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 내부에서도 '비상상황'까지 염두에 둔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가 남긴 충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펴낸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원유 생산량은 약 10% 감소해 유가는 배럴당 117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 전보다 86% 높은 수준이다.

◆고유가, 유통·서비스 물가에 시차 두고 전이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는 경우 유가는 심각한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면 유가는 배럴당 174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전쟁 전보다 176%가 높다. 현재 진행 중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여부가 향후 유가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시차를 두고 생활경제에 끼칠 고유가의 영향력 수준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2%대의 상승이지만, 항목별 상승세는 전쟁 여파를 반영하고 있다.
우선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9.9%, 전월 대비 10.4% 상승했다. 경유는 17.0% 상승하면서 3년 3개월(2022년 12월, 21.9%)만에, 휘발유는 8.0% 상승해 1년 2개월(2025년 1월, 9.2%)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화물·운송·농기계·건설장비 등 산업 핵심 영역에 주로 쓰이는 경유 가격의 상승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유값 상승은 물류비, 농산물 생산원가, 건설비 등에 시차를 두고 전가된다. 실제 고유가 영향을 받은 지난달 교통비는 2024년 7월(5.2%)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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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에 외환정책 수단 한계
15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고육가와 고환율이 겹치면서 밀·콩·옥수수 등 원자재 수입 단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p) 하락한다"며 "소비자물가는 1.1%p 상승,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감소 등의 영향이 있다"고 관측했다.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해 유동성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기업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동결기조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금리인하 기대감도 사라졌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가 상단 기준 1.25%p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태다.
이와 관련해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현재 환율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만일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로 간다면 환율 인상 압박이 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속도 내야 "
한편 고유가 충격 대응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26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고유가 대응·민생 지원·공급망 안정에 집중 투입 등이 주요 내용이지만, 재정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에너지 위기를 기점으로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태양광, 풍력에너지 시설 확대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원 확보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송 연구원은 "원유 대체 에너지인 농작물 기반 바이오 연료를 확보한 브라질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물가 안정화 정책과 함께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이 에너지 다양화"라고 강조했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