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장관이 1일(현지 시간) "가스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독일이 국제 에너지 충격에 취약해졌다"며 "탈원전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헤 장관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집권 여당 기독민주당(CDU) 소속이지만 최근 메르츠 총리가 고수한 탈원전 전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탈원전 전략에 대한 논란이 독일 집권 여당 내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라이헤 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원전에 관심이 없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가스에 계속 의존하게 되고 하나의 에너지원에 더 종속된다"며 "하지만 (원전에) 다시 관심을 갖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정부들이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결정 때문에 현재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스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고 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천연가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국가로 평가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지도자들은 러시아 가스를 더욱 많이 도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러시아에서 직접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노르트스트림I 가스관에 이어 노르트스트림II 가스관도 개통했다.
이 같은 에너지원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완전 폐지한다는 탈원전 전략도 선택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러시아 에너지 수입 차단을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전면 수입 중단에 돌입할 예정이다.
독일은 급등한 에너지 가격 때문에 강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높아진 원가 때문에 경쟁력을 잃었다고 하소연하고 있고, 각 가정은 치솟은 전기·가스 요금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2025년 하반기 가스 가격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79% 폭등했고, 전기요금도 23% 올랐다.
독일은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대신 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미국산은 전체 공급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란 전쟁은 이 같은 상황에 추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의 주요 경제연구소 컨소시엄은 최근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1.3%의 절반 이하인 0.6%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7년 성장률은 0.9%로 내다봤다.
독일의 보수 진영에서는 그 동안 탈원전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메르츠 총리도 총선 실시 직전인 지난해 1월 "이전 정부가 마지막 원전까지 폐쇄한 것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였다"면서 탈원전 전략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탈원전 과정이 이미 시작된 데다 다시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불가피하고 환경단체들과의 마찰 등 정치적 반발도 만만치 않아 현실적 추진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 "이전 연방정부들이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그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대형 원전 재가동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과 핵융합 등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