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신용대출 수주전 핵심 부상
규제 우회 하지만 제2금융권 1~2%p 고금리 이자 부담
일각선 "수주전 과열 속 과대 포장" 지적도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방안(6·27 대책) 시행 이후 도심 정비사업장의 자금 조달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적 보증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이주비 대출이 막히자, 대형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막대한 기업 신용을 담보로 내세운 '추가 이주비(사업촉진비)' 대출이 수주전의 핵심 무기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제2금융권 중심의 자금 조달에 따른 고금리 폭탄과 건설업계의 우발부채 누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규제 우회를 위해 탄생한 새로운 금융 기법이 오히려 조합원과 시공사 모두의 목을 조르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6억 상한·다주택자 족쇄…'사업비 PF'로 우회로 뚫은 시공사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수도권 정비사업장의 이주비 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하면서 건설사의 추가 이주비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 2월 KB부동산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6억6500만원을 기록했다. 강남 등 핵심지 전용 84㎡ 기준 전셋값은 10억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6억원의 한도로는 이주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비 현장에서는 시공사의 신용보강 중요도가 커지는 중이다. 신용보강이란 조합이 제2금융권이나 증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연대보증 등 신용을 제공하는 것으로, 조합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개별 조합원에게 '사업촉진비' 명목으로 대여한다.
이 방식은 자금의 원천이 은행의 가계대출 재원이 아니라 시공사 신용을 토대로 조달된 법인(조합)의 사업비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깐깐한 가계부채 규제망을 비껴갈 수 있다.
앞서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은 자사의 초우량 신용등급(AA+)을 앞세워 아예 HUG 보증을 배제하고, 자체 신용만으로 전체 사업비와 이주비를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후 6·27 대책이 나오면서 이 같은 전략은 더욱 주효해졌다.
문제는 치솟는 조달 비용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상 건설사는 시공과 무관한 재산상 이익을 조합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 역시 시공사가 시중 금리 수준 이상의 정당한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만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결국 다주택자나 고가 종전자산 보유 조합원들은 규제를 피해 자금을 수혈받는 대가로 시중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통상 1~2%p 이상 높은 징벌적 고금리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억 단위의 추가 이주비를 사업 기간 내내 고금리로 빌려 써야 하는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빚이 향후 거대한 분담금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 "진짜 돈 없는 조합원은 소수"…과열 마케팅 논란 지적도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추가 이주비의 중요성을 실제보다 과대 포장하며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본 이주비는 개인 신용에 맞춰 받고, 부족분은 조합이 차주가 돼 시공사 신용 보강을 통해 대주단으로부터 조달하는 현재의 구조는 분명한 정부 규제의 회색 지대"라며 "단 한두 가구라도 자금이 부족해 이주를 못 하면 사업 전체가 지연되기 때문에 이를 촉진하기 위해 지원하는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서울 내 정비사업장 조합원 중 관내에 실거주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외부 거주 자산가들이 많아 이주비 수요가 절대적이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다만 6·27 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이를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면서 본질보다 그 중요성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