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보다 민영화 시급...글로벌 해운사들은 '몸집 경쟁'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지난 30일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HMM의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중 하나다. HMM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 70% 이상을 들고 있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월 8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할 경우 부산 이전이 사실상 확정된다.
HMM 노조는 사측이 합의 없이 본사 이전 안건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총파업 등 임시 주총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물류 대란 상황에서 HMM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컨테이너선을 통한 한국 경제 수출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HMM 이전을 강행하려는 것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어 향후 북극항로 개척에 대비하겠다는 포석 때문이다. 이미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했고, 중소 해운사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도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했다. 다만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표심을 의식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여야의 유력 부산시장 후보들도 이미 HMM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반면 노조는 본사 이전은 직원과 가족들의 주거와 교육, 생활 기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사전협의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양수도 완성'이란 명분은 정치적 목적일 뿐 HMM의 본업 경쟁력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고객 이탈, 글로벌 해운동맹에서의 신뢰도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
HMM의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민영화'라고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꼭 10년 전인 지난 2016년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당시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관리체제로 들어갔다. 이후 정부는 해양진흥공사를 설립, 조 단위 공적자금을 투입해 HMM을 살려냈다. 2023년엔 하림그룹으로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현재 MSC와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기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HMM은 수 년째 민영화가 지연되며 선복량 기준 세계 해운사 순위에서 8위에 머무르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강화되는 해운 시장에서 HMM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본사 이전이 아닌 선대 확충과 네트워크 강화, 터미널 경쟁력 보완, 친환경 전환, 벌크와 유조선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은 선사 간 서비스 차별성이 낮아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사업으로, 점점 규모의 경제가 곧 경쟁력인 시대로 가고 있다"라며 "민영화도 아닌 본업 경쟁력과 상관 없는 본사 이전 문제로 노사 갈등이 커지면 HMM에게도 한국의 수출 경쟁력과 해운산업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