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생태계 구조적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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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사모 신용의 소프트웨어 노출이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와 흡사한 구조적 위기를 몰고 올까?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사모 신용을 둘러싼 경고음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섹터에 대한 노출이 기존의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월가의 시선을 끈다.
소프트웨어로의 서비스(SaaS)를 필두로 소프트웨어 섹터와 물린 사모 신용 규모가 공시로 확인된 수치보다 훨씬 크고, 쏠림 현상이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에 맞먹는 충격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대형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 네 곳의 실제 포트폴리오 구성을 분석한 결과 표면적으로는 헬스케어와 비즈니스 서비스, IT, 소비재 등 여러 섹터에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개별 차입 기업과 딜 구조를 하나씩 추적해 보면 상당수가 소프트웨어 혹은 SaaS 기반 비즈니스에 묶인 것으로 드러난다.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일부 펀드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20~30%를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에 노출시키고 있지만 공시에서는 이를 넓은 산업 분류로 나눠 표기해 '섹터 분산'을 과대 포장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3월 분기 보고서 역시 이를 확인해 준다. BIS는 비상장 직접 대출 데이터와 상장 BDC 포트폴리오, 신용 펀드 공시를 종합해 "소프트웨어·비즈니스 서비스로 분류되는 SaaS 관련 직접 대출 규모가 2015년 80억달러에서 2025년 말 5000억달러 이상으로 늘었고, 전체 프라이빗 크레딧의 약 19%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또 박스 분석에서는 BDC들의 상장 데이터를 통해, SaaS 익스포저가 높은 BDC일수록 2025년 후반 소프트웨어 주가 조정기에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 폭이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숫자들을 함께 보면, 프라이빗 크레딧은 전통 업종에 분산된 중소기업 대출자가 아니라 성장 둔화와 AI 디스럽션 압력에 직면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그림자 자금줄'이 된 실정이다.
이제 질문은 규모다. WSJ는 사모 신용 전체 시장을 2조~3조달러 수준으로 추산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은행 대출이 아닌 사모 대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BIS 분석대로 전체의 약 20%가 소프트웨어·서비스에 묶여 있다면, 소프트웨어 관련 노출액이 4000억~6000억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여기에 상장 하이일드 채권과 레버리지드 론, 컨버터블 등 공모 자본시장에 누적된 소프트웨어 및 SaaS 기업 부채까지 더하면 AI 디스럽션과 고금리 환경에 취약한 소프트웨어 섹터의 총 신용 익스포저가 1조달러를 넘기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과 직접 비교해도 가볍지 않은 수치다. 서브프라임 대출 잔액 자체는 위기 직전 약 1조3000억달러 수준이었고, 이를 기초로 한 CDO·CDS·SIV 등의 파생·구조화 상품이 여러 겹으로 쌓이며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의 소프트웨어·SaaS 중심 신용 덩어리가 '규모 리스크' 측면에서 이미 서브프라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BIS는 이번 분기 보고서에서 "프라이빗 크레딧과 연계된 직접대출·구조화 상품이 은행의 신용 라인, 보험·연금의 대체자산,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외채무 구조와 얽히면서 복잡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결망을 통해 소프트웨어 섹터의 디폴트가 금융 시스템으로 번지는 경로가 충분히 상상 가능한 범위에 들어와 있다는 얘기다.
최근 상황이 서브프라임처럼 전 세계 은행 시스템을 무너뜨릴 가능성을 제한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확산 범위보다 직접적인 타격의 대상이다.
소프트웨어와 SaaS 산업은 이미 성장률 둔화, 마진 압박, AI 디스럽션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재검증이라는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 프라이빗 크레딧이 이들 기업의 주된 자금줄 역할을 해 왔다면, 크레딧 사이클의 역전은 곧바로 채용 축소와 R&D 감축, 동종 업계 인수합병, 심하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WSJ는 이미 일부 소프트웨어 차입 기업이 높은 레버리지와 성장 둔화라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모 신용 대출에서 디폴트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 신용 펀드는 이자 재구조화와 원금 만기 연장을 통해 손실 인식을 늦추는 움직임인데 이는 서브프라임 당시 은행들이 부실 모기지를 구조화·재팩해 시간을 벌던 전략과 닮은 구석이 엿보인다.
AI 도구로 신용 이벤트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감원·투자 축소 뉴스플로를 매칭해 보면, 디폴트·리파이낸싱 스트레스가 커질 때마다 채용 동결·M&A 매물 증가·제품군 통폐합 같은 구조조정 신호가 동반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궁극적으로 가장 큰 파장은 혁신 속도와 고용에 떨어질 수 있다. SaaS와 소프트웨어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유럽 기술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고용과 스타트업을 만들어낸 영역이고, AI와의 결합을 통해 생산성 향상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동시에 해당 업계의 주요 자금줄이었던 사모 신용이 신용 사이클의 정점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혁신 생태계는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higrace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