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적 업무를 개인에게 전가…처벌은 과도"
2022년 예비군법 위헌 결정 이어 병역법도 같은 판단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예비군 동원훈련 소집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가족 등 대리수령자를 처벌하도록 정했던 옛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오후 선고기일을 열고 대구지법이 '옛 병역법 제85조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옛 병역법 제85조는 병역의무부과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전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작년 1월 법 개정과 함께 삭제됐고, 대신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개정됐다.
대구지법은 2023년 3월 아들의 병력 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대리 수령한 뒤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모 씨의 1심 사건을 심리하던 중,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병력 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않은 경우'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다.
헌재가 2022년 5월에도 소집 통지서를 예비군 대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가족을 처벌하도록 정한 '옛 예비군법 제15조 제10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게 계기였다.
당시 대구지법 재판부는 "병역법상 동원훈련과 예비군법상 예비군훈련은 목적이 동일하고 그 대상도 예비군 및 보충역으로 같다"며 "훈련 대상 연차나 시간에 차이가 있으나 본질적 차이라고 보기 어렵고, 관련 위헌결정의 심판대상조항(예비군법)과 제청대상 법률조항은 내용과 형식이 거의 동일하다"고 했다.
헌재는 병력 동원훈련 소집과 관련한 사무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공적 업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병역 의무자 본인이 부재한 경우 세대주나 가족 중 성년자 등이 통지서를 대신 받아 전달하도록 한 의무는 국가에 대한 행정절차적 협력의무에 해당할 뿐이라며,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병력 동원훈련 소집을 실시하고 동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공적 업무에 해당한다"며 "세대주 등 가족이 소집 통지서 전달 의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는 것은 정부의 공적 의무와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행정 사무의 편의를 위해 처벌까지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발달하며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전자문서를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연락수단이 됐다"며 "단지 소집 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는 데 대한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설령 가족이 소집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아 행정절차적 협력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과태료 등의 행정적 제재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