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 자치구, 규제 시행 후 1→5곳으로
규제 피한 매수세, 좋은 입지의 대체지로 이동
"단기 안정 '골든 타임'에 도심 주택 공급 늘려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강남권 핵심 지역을 묶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오히려 주변 비규제 지역 집값을 띄우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수세가 억ㅍ눌리자 성수동과 반포동 등 입지가 우수한 대체지로 수요가 쏠리며 다단계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양지영 강원대 부동산학과 박사는 '부동산 핀셋 규제의 풍선효과 분석: 서울시를 사례로'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2015년 1월~2025년 1월(121개월간)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가격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토허제 시행 전 서울에서 비정상적인 가격 급등이 나타난 곳은 중구 1곳뿐이었다. 규제 시행 이후에는 노원구, 도봉구, 중구, 송파구, 서초구 등 5곳으로 가격 급등 지역이 확산됐다. 특히 비강남권이 먼저 급등한 뒤 강남권으로 다시 수요가 복귀하는 'U자형 회귀 경로'가 확인돼 강남에서 억제된 수요가 시차를 두고 이동하는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권 4개 동(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이들과 인접하거나 유사한 15개 동의 가격 데이터를 확인했더니, 삼성·대치·청담동 등 핵심 규제 지역은 분석 기간 내내 비정상적인 가격 급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이 규제가 없었을 상황을 가정해 시장 흐름을 추정한 결과, 규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가상의 비교군 대비 평균 9.6% 낮게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상승률(47.3%)과 거래량(62.6% 감소) 측면에서도 확실한 시장 위축 양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억제 효과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다. 집값을 누르는 효과는 제도 시행 후 2~4년 차에 최고치(-11.1%)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약효가 서서히 떨어지며 규제 영향력이 줄어드는 한계를 보였다.
연구에선 비규제 지역으로의 다단계 풍선효과가 관측됐다. 비교군으로 설정된 15개 비규제 동 가운데 성수동1가(26.86%), 반포동(8.92%), 신사동(5.92%), 잠원동(5.12%) 등 7개 동에서 규제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관측됐다.
규제 전 강남권과 가격 움직임이 달랐던 성수동1가는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강 접근성과 서울숲 프리미엄, 정비사업 기대감 등이 결합되며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규제 지역과 과거 가격 유사성이 가장 높았던 신천동은 오히려 하락(-2.16%)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박사는 "풍선효과가 단순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네로 번지는 단순 확산이 아니라, 입지 프리미엄과 개발 기대가 결합된 곳으로 향하는 '다단계 선택적 확산 과정'"이라며 "강남 규제 지역에서 출발한 여파가 1차 인접 지역을 거쳐 2차 인접 지역으로 연쇄 이동했다"고 말했다.
토허제를 포함한 핀셋 규가는 특정 지역의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주택시장 전반의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억제 효과가 소진되며 비규제 지역의 가격 급등과 규제 지역의 재상승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양 박사는 "규제로 확보되는 2~4년의 가격 안정 기간을 도심 정비사업, 역세권 고밀 개발 등 실질적 공급 확대의 '골든 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괄하는 광역적 규제 체계와 풍선효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