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코드를 생성하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창작의 영역까지 기계가 진입했다는 점에서 법과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는 계속 개발해도 되는가.
책임의 본질은 무엇인가. AI 개발자에게 묻는 것은 양심이다. 양심의 출발점은 '학습'이다.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전통적인 저작권법의 틀로 보면 이는 명백한 '복제'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법은 곧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AI의 학습은 단순한 이용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해하고 통계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이미 기능 분석이나 검색을 위한 복제에 대해 공정이용을 인정해 왔고, 이러한 논리는 AI 학습에도 일정 부분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삭제이다.
AI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는 정제되고 표준화된다. 이 과정에서 저작자 표시나 출처 정보와 같은 권리관리정보는 자동으로 제거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으로는 효율성을 위한 처리일 뿐이지만, 법적으로는 저작권자를 추적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가 된다. 이는 단순한 복제 문제가 아니라 침해를 은닉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의 중심이 점점 학습이 아니라 출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거나 시장을 대체할 경우, 이는 전통적인 저작권 침해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AI가 무엇을 배웠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각국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은 데이터 마이닝을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되, 권리자의 거부권과 투명성 의무를 함께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 분석 목적의 이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대신 규제를 최소화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공정이용이라는 추상적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공정이용 해석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개발자와 기업은 법적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
인공지능법 제31조 제2항은 "인공지능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하고는 있으나 시행령 제23조 제2항에서 그 표시란 "1.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 또는 2.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법 과 같은 추상적인 내용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이를 위반하면 3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음을 규정한다. 물론 과기부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한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쪽은 어떻게 하세요?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EU 는 2027년 12월까지 법시행을 유예하고 우리나라는 이미 1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시행으로 각 회사가 인공지능 전담부서를 회사내에 두고 나서 어떻게 이 법등을 해석해야 할지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산업은 위축되고, 동시에 저작권자 보호 역시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복잡한 규제가 아니라 명확한 원칙이다.
첫째,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만을 학습에 사용할 것. 둘째, 저작권 관련 정보의 제거를 최소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것. 셋째,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을 대체하지 않도록 출력 단계에서 통제할 것. 그리고 표시에 있어 각 분야의 명확한 행정지도가 따라올 것, 이러한 원칙은 기술 발전을 가로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기술이 신뢰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AI는 지금 '회색지대'에 서 있다.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기술도, 법도, 시장도 모두 불안정해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책임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AI가 만든 콘텐츠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구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그 출발점은 바로 생성형 AI 개발자의 책임을 법적으로 정립하는 데 있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