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완전 봉쇄 대신 부분 완화 가능성…체면·국제고립 사이 계산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면 봉쇄 대신 일정 부분 완화 여지를 남기는 신호도 함께 내놓으면서 중동 전쟁 4주차의 최대 분수령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48시간 내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주요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전력 인프라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실제로 이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면 호르무즈를 완전히 닫고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 강공 모드보다 '애매한' 완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곧바로 굴복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봉쇄를 끝까지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 고립을 감수하면서까지 현 상태를 장기화하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23일 "지금 호르무즈 해협 관련 돌아가는 상황은 훨씬 더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항복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고립 부담이 너무 심해, 이란이 완전히 물러서진 않더라도 일부 완화하는 애매한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자국의 체면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동시에 고려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장 센터장은 "지난주 파키스탄·인도·튀르키예 선박이 통과했고, 일본도 긴밀히 대화 중으로 알려졌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란이 완전 항복도, 완전 철회도 아닌 중간 지점을 찾는 것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 "유일한 협상카드는 호르무즈"…트럼프도 해협 해결 없이 못 빠져
4주차에 접어든 이란 전쟁의 향방은 결국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장 센터장은 "지금 이란이 가진 유일한 협상카드는 호르무즈"라며 "미국도 그냥 빠질 수는 없고, 빠지더라도 호르무즈 문제는 해결해놓고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해협 통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그것이 국제사회나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준의 '개방'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일정 수준의 완화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압박이 효과를 냈다며 사실상 승리 선언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이런 애매한 완화가 실제로 미국을 만족시킬지는 미지수라는 반론도 나온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적으로 여는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전면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의 제한적 완화 조치만으로는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조치가 제시되지 않으면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미국으로선 이번에 호르무즈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거칠어진 전황…분수령 역시 해협
최근 전황은 한층 거칠어졌다.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 남부 아라드와 디모나 인근까지 날아들면서 민간인 피해와 심리적 충격이 동시에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모두 에너지·전력 같은 민감한 국가 인프라를 직접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긴장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전쟁의 향방을 가를 실질적 분수령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해협 통제를 어느 수준까지 완화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 이후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지, 아니면 추가 군사행동으로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릴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이란이 당장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성 교수는 "이란이 버티려면 한두 달도 더 버틸 수 있다"며 "지금처럼 계속 미사일을 쏠 수 있다면 쉽게 끝나는 전쟁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부분 완화와 추가 타격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만큼 이번 주 호르무즈를 둘러싼 선택이 전쟁의 길이를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주 중동 정세의 핵심은 이란이 완전한 '봉쇄'와 '철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이란은 체면을 살리면서도 국제사회 고립은 피하려는 애매한 완화 수순을 고민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틈에서 정치적 성과를 선언할 기회를 찾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그 수준을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성 교수는 "휴전이 이뤄진다면 우선 휴전하고, 협상은 추후에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센터장은 "호르무즈 문제를 일정 부분 정리한 뒤에야 미국도 출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이번 주 선택이 전쟁 4주차의 향방은 물론 휴전과 후속 협상의 출발점까지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