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두쫀쿠 상륙…요아정·설렁탕까지 K푸드 확산
[도쿄, K푸드에 빠지다] 시리즈는 일본 도쿄에서 확산하고 있는 K-푸드 열풍의 현장을 조명한다. 한식당이 밀집한 신오쿠보 거리에는 김밥과 떡볶이, 치킨을 찾는 일본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닭강정 등을 판매하는 한식 자판기까지 등장하며 한식 소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뉴스핌>은 일본 도쿄 현장을 찾아 K-푸드 열풍의 현황과 의미를 짚어본다.
[도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달 22일 찾은 일본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 거리는 '작은 한국'을 연상케 했다. 거리 곳곳에는 한식당과 한국 식품점 간판이 이어졌고 치킨과 분식, 디저트 판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류 콘텐츠 인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음식을 찾는 일본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요아정·두쫀쿠·설렁탕까지…도쿄 뒤덮은 K-푸드 열풍
신오쿠보는 도쿄에서 한식당과 한국 상점이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찾은 거리에는 치킨집과 삼겹살집, 분식 매장 등이 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었고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포장 매장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종로 설렁탕' 등 한국 식당 앞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줄을 선 손님 대부분은 일본 젊은 층과 관광객이었다.
거리에서는 한국어 간판과 K팝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일부 매장 앞에는 한국식 포장마차 분위기를 살린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젊은 소비자들이 떡볶이와 치킨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본 젠지 세대(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서 K-푸드는 일상에 자리 잡았다.

신오쿠보에서는 한국 디저트 매장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젊은 소비자들이 메뉴판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거나 SNS에 올릴 디저트를 고르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K팝 걸그룹 '뉴진스' 팬이라는 리에(가명) 씨는 "X(구 트위터)에서 요아정이 유행해 먹으러 왔다"며 "언젠가 한국에 방문해 뉴진스가 좋아하는 음식을 전부 먹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디저트 메뉴인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도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일본 소비자들이 디저트를 구매해 바로 먹거나 포장해 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현지 상인인 사호리(가명) 씨는 "요즘 신오쿠보 방문객 상당수가 일본 10대들로 상당히 젊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신오쿠보 거리를 벗어나자 한적한 주택가가 나타났다. 이곳 한편에서는 한식을 판매하는 자판기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는 라면이나 교자, 덮밥 등 냉동식품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일부 자판기에서는 한국 음식도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본 냉동 자판기 제조업체인 '도히에몬'은 전국 여러 식당과 협력해 냉동식품을 판매하는 자판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자판기 문화와 결합해 양념치킨과 짜장면, 떡볶이, 순두부찌개 등 한식을 판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소비자는 결제 후 냉동 음식을 꺼내 매장에 비치된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을 수 있어 간편하게 한식을 즐길 수 있다.

◆ "K-푸드, 유행 넘어 일상 소비"…1세대 한국 마트 자존심
신오쿠보 거리에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한국 식품 전문 마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한국 식품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한국 광장'이다.
한국 식품 유통업체 한국 광장은 1993년 창업 이후 일본에서 한국 식문화를 소개해 온 기업이다. 한국 생활형 슈퍼마켓 '장터'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한국 광장 PLUS 신오쿠보점'과 '한국 광장 PLUS 오사카 미나미점' 등 한국 식품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찬 전문점과 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도 함께 선보이며 한국 식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박혜인 한국 광장 경영기획실 차장은 최근 일본에서 K-푸드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어지면서 지금은 한국 생활 문화가 일본 젊은 층의 일상적인 소비로 자리 잡았다"며 "이제는 일본 대형 마트에서도 김치나 라면, 냉동식품 등 한국 식품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김치와 삼겹살, 막걸리, 라면 같은 전통적인 인기 품목뿐 아니라 스낵류와 최신 트렌드 상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에는 SNS를 통해 한국 유행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트렌드 상품에 대한 반응이 매우 빠르다"며 "한국에서 화제가 된 '두쫀쿠' 같은 메뉴도 현지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데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는 한국 광장 본점을 찾았다. 매장 안 진열대에는 김밥과 김, 라면, 냉동식품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이 가득 놓여 있었고 일본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불고기 김밥과 해물 김밥, 치즈김밥 등 여러 종류의 김밥이 진열돼 있었으며 가격은 630엔 안팎이었다.
과거 재일 교포 중심이었던 소비층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 광장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매장 고객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절반씩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 현지 소비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문을 연 '한국 광장 플러스 신오쿠보점'의 경우 일본 고객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현지 유통업계는 K-푸드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박 차장은 "K-푸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일본 소비자들이 이미 한국 음식에 익숙해진 만큼 무리한 현지화보다 한국 음식 본연의 맛과 매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