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늘릴수록 부실 리스크↑…연체율 0.59%로 상승
KPI 개편·전담조직 신설까지…리스크 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은행들이 산업분석·회계 등 전문 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활성화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출 심사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한 조치다. 통상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연체율과 부실 위험이 높은 만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심사 역량 및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혁신경제 산업분석' 분야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 바이오·의약, AI(인공지능), 에너지, 전기전자, 첨단소재, 항공우주 등 신성장 산업 내 성장 분야를 발굴하고 리스크 등을 분석하는 전문 인력이다.

신한은행도 기업여신심사부 산업분석 전문가를 채용 중이다. 반도체·그린수소·바이오·K-컬처 등 총 7개 분야에서 경력 3년 이상의 산업분석업무 담당 애널리스트, 연구원, 변리사와 5년 이상 경력의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최근 공인회계사 합격자 대상으로 30명 규모 특별채용 접수를 마감했다. 지난해 미등록 회계사 3명을 채용한 이후 올해 30명으로 확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생산적 금융 확대 여파로 리스크 관리 및 산업분석 관련 니즈가 커진 만큼 투자은행(IB)·인수합병(M&A) 산업심사 등 분야에 해당 인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리스크분야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다.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측정 및 분석, 신용평가 모델 개발, 국내외 여신 감리(공인회계사) 등 직무다. 위험가중자산을 정교하게 분석해 자기자본비율(BIS)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앞다퉈 전문직군 채용에 나서는 배경에는 '생산적 금융'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은행별로 기업대출 확대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발표한 생산적 금융 활성화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KB금융은 93조원, 신한금융은 93조~98조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84조원, 7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금융그룹별로 약 10조원씩 출자하기로 한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금이 기업대출 부문에 배치됐다.
문제는 기업대출을 늘릴수록 은행의 건전성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통상 기업대출은 가계대출 대비 연체율이 높다. 자칫 생산적 금융 관련 자금이 성장성이 낮은 기업에 흘러 들어갈 경우 '한계기업 연명'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 확대에 나섰던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은 커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1년 전 보다 0.09%p 상승했다. 2년 전(0.41%)과 비교하면 44%(0.18%p)나 증가한 셈이다. 대기업 연체율은 0.12%,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2%로 각각 1년 전 보다 0.09%p, 0.1%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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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부실대출(고정이하여신·NPL) 합계는 4조5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늘었다. 4년 전인 2021년(2조8642억원)과 비교하면 58% 급증한 수치다. 부실 흡수 완충력을 나타내는 NPL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71.8%로 1년 간 32.5p 떨어지면서 200% 선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심사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분석·리스크관리 등 전문 인력을 확충해 기업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관련 전담팀을 신설하고 내부 평가체계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등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추세다.
먼저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인 국민성장펀드를 운영하는 IBK기업은행은 최근 여신 심사를 위한 전문 심사역, 공인회계사, 애널리스트 등 전문 인력 40명으로 구성된 '생산적 금융 전담심사반'을 신설했다. 재무제표 중심의 여신심사 보다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가중치를 부여해 심사하고, 필요 시 기술전문위원의 전문 식견과 기술 컨설팅 내용을 심사에 반영하는 등 체계도 마련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나란히 올해 상반기부터 성과평가(KPI) 체계에 '생산적 금융'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평가 기준에 따라 생산적 금융에 해당하는 업종의 기업대출을 취급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고, IP담보대출 등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도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한 1000개 산업 부문의 생산적 금융 분류 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새롭게 수립된 산업 분류 기준은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 여신 심사 방향, 금리 결정 등 여신 정책 전반에 반영된다.
우리은행은 올 초 생산적금융 투·융자 전담조직 신설 및 재편하고 전담심사반을 마련했다. 첨단전략산업 중심 생산적금융 전환을 위한 성과 및 리스크 관리 체계도 새롭게 구축했다. 현재 신용평가 모형 재개발도 추진 중이다.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 산업전망 등 성장 가능성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또한 생산적금융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인 생산적금융지원팀과 기업여신심사부내 첨단전략산업 신규 신사팀을 마련했다. 특히 심사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해 이달부터는 기업 여신심사 현장에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생산적금융 전담 조직과 기업심사 기준 및 부서를 새롭게 마련하면서 연관 인력에 대한 수급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의 재무지표 중심 평가를 넘어 산업별 특성과 성장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전문 인력과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상생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인적 투자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