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리·주식 상관관계 주시
상품통화·안전통화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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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세자릿수를 넘나드는 유가가 단기 현상일까 '뉴 노멀'일까.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이후 세 자릿수를 넘나드는 국제 유가가 단기적인 현상일까 글로벌 경제의 '상수'로 자리잡은 '뉴 노멀'일까.
국제 유가 향방의 가닥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의 문제를 넘어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거시경제와 통화정책까지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점에서 월가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BCA 리서치는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세 가지 계기판을 제시했다. 앞으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와 자산군 간 상관관계, 그리고 상품 통화와 안전통화의 힘겨루기가 시장에 바로미터라는 주장이다.
◆ 장기 인플레 기대가 말해주는 '일시적 쇼크'와 '체제 변화'의 경계 = 미-이란 전쟁의 1차 충격은 이미 숫자로 나타났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100달러 선을 뚫고 올랐고,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에서 6주 동안 유조선 통행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실시간 리스크 프리미엄이 배럴당 14~18달러 수준까지 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유가 수준 자체보다 충격에 따른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변화다.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유가 경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과 유로존의 1년 선도 1년물 인플레이션 스왑은 이란 공습 뉴스가 나온 직후 빠르게 튀어 올랐다.
중요한 것은 중장기 지표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는, 유로존 5년 선도 5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이 2%대 중반에서 2.6~2.7%까지 올라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태도를 급격히 매파적으로 돌려놓았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하듯 "중앙은행이 다시 긴축을 검토할 만큼의 지속적인 기대 인플레 상승"이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시계열 분석으로 과거 세 차례 오일 쇼크(1990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2022년 러·우 전쟁)를 비교해 보면, 유가가 급등한 뒤 장기 기대인플레가 일정 구간 이상에서 세 달 이상 머무를 때 주요국 중앙은행의 실질 정책금리가 모두 플러스 영역으로 재조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유가 스파이크가 아니라 통화정책과 임금 협상, 가격 결정 구조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의미다.
최근까지 유로존과 미국의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직후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고, BCA 리서치 역시 "2차 인플레이션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추가 금리 인상은 오류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지표들이 향후 3~6개월 동안 상단 근처에 고착될 경우 시장은 단순한 오일 쇼크를 넘어 '인플레 체제의 연장'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 유가·금리·주식의 상관관계가 바뀌는 순간 = 두 번째 계기판은 자산군 사이의 상관관계다. 전통적으로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국면은 성장도 견조하고, 인플레 압력도 있는 경기 과열 구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공급 충격이 겹칠 때, 같은 조합은 물가만 올라가고 성장성은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일 수 있다.
AI 도구로 2022년 이후 데이터를 다시 돌려보면, 러·우 전쟁 직후 6개월 동안 유가와 미 10년물 금리는 대체로 동행하며 상승했고, 이 구간에서는 주식과 금리가 뚜렷한 음의 상관을 보였다. 인플레이션과 정책금리 우려가 시장 내러티브를 지배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성장주가 두들겨 맞는 전형적인 '핑크 플레이션' 구간이었던 셈이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는 아직 첫 번째 단계, 즉 유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고, 주식과 금리 상관이 음의 영역에 머무는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아직은 거시경기 자체가 무너지기보다 물가와 정책금리 경로가 다시 위 쪽으로 열렸다고 보는 셈이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채 금리만 꺾이는 시점이 온다면 중앙은행이 긴축을 하지 못하는 성장 우려 시그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유가와 금리가 나란히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고, 주식이 계속 금리와 역행한다면 시장은 새로운 고물가 체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상품 통화와 안전통화 싸움이 보여 줄 '수요 파괴' = 세 번째 계기판은 외환시장이다. 유가와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는 전통적으로 상품 통화로 묶이고, 스위스프랑과 엔화는 안전자산의 대표주자다.

BCA 리서치는 "AUD/CHF와 CAD/JPY 같은 통화쌍이 원자재 강세와 리스크 선호가 우위인지, 성장 둔화와 리스크 회피가 우위인지를 가늠하는 실시간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AI 모델로 2000년 이후 데이터를 학습시켜 보면 상품 가격이 오르는 초기 국면에서 AUD/CHF와 CAD/JPY는 대체로 상품 통화 강세 쪽으로 움직였다. 이 구간에서는 중국과 신흥국의 성장 기대도 함께 살아 있었고, 오일 쇼크보다 글로벌 리플레이션에 더 가까운 서사가 지배했다.
반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상품 가격이 실물 수요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AUD/CHF와 CAD/JPY가 방향을 틀어 안전통화 강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지점이 수요 파괴의 임계점에 해당한다.
IMF는 이미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고 기대인플레가 재차 불안해질 경우, 중앙은행은 다시 긴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이란 전쟁 장기화가 물가를 자극하고 성장을 짓누르는 이중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BCA 리서치는 이란 전쟁이 "미래의 인플레이션 쇼크가 더 잦고 집요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며 장기 포트폴리오에 실물자산과 인플레이션 연동 자산을 일정 비중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higrace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