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남식 교수 "美 의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
장지향 센터장 "동맹에 실질적 군사협력 요구
'안보 청구서'…한국 불참땐 통상·관세 부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파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문제를 동맹국 역할 분담 문제로 끌어올리면서 공개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의 실제 요청 수준이 분명치 않은 만큼 정부가 군사적 참여 여부를 쉽게 결정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각국의 원유 의존도를 거론하며 "일본은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들여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병력을 두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특정했다.

◆"트럼프 개인 돌출 아니다"…동맹 역할 분담 요구 해석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즉흥적 돌출 발언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17일 "이런 요청은 민주당 정부 때도 있었던 만큼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이 동맹국에 실질적인 군사 협력을 요구하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미국 논리는 결국 호르무즈 안정이 더 절실한 나라들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격상 역할 분담 요구이자 일종의 '안보 청구서'로 읽힌다"고 봤다. 미국이 '우리가 그동안 안보를 제공해 왔으니 동맹도 이제는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해석이다.
주요 동맹국들도 미국의 요청에 대해 즉각 호응하진 않고 있다.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군사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영국·덴마크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도 현재로선 호르무즈 호위 임무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요청 수준 확인 우선"…구체적 요구없이 '판단 어렵다' 신중론
아직 실제 대응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에 어느 수준으로 어떤 참여를 요청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를 단정하긴 어렵다"며 "구체적인 요구 조건이 있어야 한국도 대응 수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호르무즈 평화와 안정을 필요로 하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정도가 맞는 접근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파병 문제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으로부터 파병과 관련한 공식·비공식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답변드리기 참 곤란하다"고 밝혔다.

◆참여·불참 모두 부담…정부 대응 딜레마
한국 정부가 처한 현실을 '참여와 불참 모두 비용이 따르는 딜레마'로 보고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과 물가, 산업 전반에 부담을 안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핵심 통로다. 최근 전쟁 장기화 조짐 속에 글로벌 경제 불안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군사적 참여를 선택할 경우 전황 악화에 따른 위험과 법적 절차 문제, 국내 정치적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항로 보호를 넘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과 맞물린 문제여서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도 민감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불참을 선택할 경우 그 비용 또한 작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센터장은 "한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통상이나 관세 협상 등 다른 현안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병 여부보다 대응 방식 '관건'
이에 따라 정부 대응의 핵심은 파병 여부 자체보다 미국 요구에 어떤 방식과 어느 수준으로 반응할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군함 파견 외에도 비전투 임무와 제한적 지원, 국제 공조 차원의 우회적 기여 등 다양한 선택지가 거론된다.
다만 이런 논의의 전제는 미국 요구의 공식화와 구체화이다. 현재로선 미국이 한국에 상징적 연대 표명을 원하는지, 실질적 군사 협력을 요구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 교수는 "기뢰 제거 임무에 투입되는 소해함을 염두에 둔 것인지, 구축함·순양함 같은 전투함 파견을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구체적인 요구 조건이 있어야 한국도 대응 수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가 섣불리 파병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미국 요구 수준과 전황을 지켜보며 대응 여지를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