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 호송·교민 보호 중심 제한 임무로 접근
제한적 준비태세·상황관망·조건부 참여, 최적 해법"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 "동맹국 요청 일방적 거절땐
한국이 필요할 때 동맹 도움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어
신중 판단해야…지역 파트너 일본과 긴밀한 협력 중요"
[서울=뉴스핌] 김종원 정치부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그 외 나라들에 호르무즈해협의 민간 선박 항행 안전을 위해 군함을 보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적으로 요구한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란과 교전할 전투함 ▲원유 수송 유조선과 민간 선박을 보호할 호위함 ▲기뢰를 제거할 소해함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군수함·지원함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원 요청 사항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한국 정부에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군함 파견을 정식으로 요청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민간선박 호위작전 다국적군 구성 전략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공식 요청이 오면 군함 파견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지나는 에너지 요충지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이 39km다. 이란은 기뢰를 설치하고 트럼프 대통령 언급대로 드론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민간 선박의 피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에 대한 호위작전을 위해 다국적군을 꾸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먼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고심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군을 현재 전쟁 상황인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군사 혈맹인 미국의 요청을 수용하면 한국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과의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미국이 정식 요청을 해왔을 때 거부하면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만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한국이 참전을 결정하면 향후 이란과 친이란계 중동 국가들의 보복과 테러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군의 청해부대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2009년 1진 파병을 시작으로 현재 47진으로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이 임무를 교대해 수행 중이다. 병력은 262명이 파견돼 있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 퇴치와 안전 항해 지원 임무를 하고 있다. 아덴만 여명작전과 리비아·예멘 한국 국민 철수 작전에서 크게 활약하며 4만여 척 이상의 선박 안전을 지원했다.
현재 오만 동방 해상에서 한국민 보호를 위한 대응 태세를 유지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페르시아만 해역에 있는 한국 선박 위치와 통항 정보를 해운사들로부터 공유받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청해부대 파병땐 36~48시간 안에 급파 가능
특히 한국은 과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 한국 상선을 호위한 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때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청해부대의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지역은 아덴만 해역 일대여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려면 국회 비준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유사시 한국민 보호 활동 때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어 별도의 절차없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독자작전'이었지만 다국적군 일원으로 파병하게 된다면 청해부대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져 별도의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금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급파한다면 물리적으로는 36~48시간 안에 급파할 수 있다. 다만 파병을 결정하고 군사적 준비까지 한다면 1주일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청해부대는 다영역작전을 할 수 있는 최정예부대다. 대함·대잠 링스헬기 항공전력도 갖추고 있다. 대테러작전을 할 수 있는 해군특전단(UDT/SEAL) 최정예 특수전 요원들이 탑승해 있다. 기본적으로 수상함이 갖추고 있는 대함·대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전방위적 전투력을 겸비하고 있다.

◆"참전 자체보다 어떤 논리로 설명하느냐가 관건"
유지훈(해사 54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의 최적 해법은 즉각 추가 파견도 아니고 무조건 불참도 아닌 제한적 준비 태세와 상황 관망, 조건부 참여"라고 제언했다.
유 연구위원은 "외교적으로는 해협의 항행 자유와 민간선박 보호 원칙을 지지하고 군사적으로는 청해부대와 기존 해외파병 전력의 보호태세를 강화하면서 필요 땐 한국 선박 호송과 교민 보호 중심의 제한 임무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시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 그 자체보다도 그 참여를 어떤 논리로 설명하느냐"이라면서 "한국이 참여하게 된다면, 그 핵심 명분은 국제해양 공공재인 해상교통로의 안정적인 사용에 기여하고 국제 질서와 해양 안보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책임있는 역할 수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은 "그렇게 해야 한미동맹 부담을 관리하면서도 이란과의 불필요한 정면 대치를 피할 수 있다"면서 "동시에 한국의 해양안보 역할도 보다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넓혀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인범(육사 37기) 군사안보전문가(전 특전사령관)는 "동맹국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것은 한국이 필요할 때 동맹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전문가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작전의 규모와 시기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특히 해군 작전은 전투함뿐 아니라 군수함·지원함 전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지역 파트너인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전 전문가는 "한국 안보 현실에 전투함 여력이 없다면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jw8619@newspim.com












